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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배터리 동맹]③ 한·중·일 '삼국지'…배터리 패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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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IRA 수혜' K배터리 3사, 북미 패권 장악…"美배터리 3분의 2 이상 생산"

中배터리, 美 막히자 유럽 적극 공략…日배터리, 韓·中에 밀려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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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교운 이세현 기자 = 전기차 시대 전환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한국과 중국, 일본의 배터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른바 '배터리 삼국지다'.

세계 1위 배터리업체인 CATL을 위시한 중국 업체들은 세계 최대인 중국 전기차 시장의 등에 올라타고 6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을 제외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의 점유율이 절반을 넘는다. 특히 미국이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미국 진출을 사실상 차단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K배터리 업체들의 북미 지역 장악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 배터리 업체들은 한국과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 주춤하고 있지만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와신상담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 K-배터리, '美 IRA 최대 수혜' 업고 북미 배터리 패권 장악

9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엔솔,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의 올해 1~9월 전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합계는 25.2%로 전년 동기(32.5%) 대비 7.3%p 떨어졌지만 업계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IRA를 시행하면서 K배터리 업체들이 그 수혜를 누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IRA는 전기차 구매시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중국 등 우려국가의 배터리 부품과 광물 일정 비율 이하로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배터리업체의 북미 시장 진출을 사실상 차단한 것이다.

올해 1~9월 기준 LG엔솔이 세계시장점유율 14.1%로 2위를 달리고 있으며 SK온(6.2%)은 5위, 삼성SDI(4.9%)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전 세계 배터리업체들의 요충지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21년 64GWh에서 2023년 143GWh, 2025년 453GWh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 평균 성장률만 63%에 달한다.

K배터리 3사는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배터리 동맹'을 잇따라 맺으며 미국 시장 장악에 나섰다. LG엔솔은 GM, 혼다, 스텔란티스와의 북미 현지 합작 공장을 가동하고 있거나 세울 예정이다. 특히 혼다의 경우 자국 브랜드 부품과 협력사를 선호하는 일본 완성차업체가 한국 업체와 손을 잡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북미 시장에서 K배터리의 위상을 입증한다. 단독 공장까지 합하면 LG엔솔의 북미 지역 생산능력은 2025년 250~260GWh에 달한다. 글로벌 배터리 기업 중 최대 규모다.

SK온은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 SK'을 세우고 10조2000억원을 투자해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조지아주 단독 공장까지 합하면 SK온의 북미 생산능력은 150GWh에 이른다. 삼성SDI도 지난 5월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고 인디애나주에 33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SNE리서치는 2025년 K배터리 3사의 북미 내 생산능력이 355GWh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북미 전체 배터리 생산능력(526GWh)의 67.4%다. SNE리서치는 당초 K배터리 3사의 북미 생산능력 합계를 280GWh(53.2%)로 예측했는데 IRA 시행으로 중국 업체들의 진입이 막히고 국내 업체가 그 자리를 메우면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세계 1위 배터리업체인 중국의 CATL은 미국, 멕시코 등 북미 지역 2곳의 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 발표를 앞두고 있었으나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IRA가 추진되면서 이를 철회했다. 그 이후 발표한 계획이 유럽 지역인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 건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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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리장성' 쌓고 자국 기업 지켰던 중국…성벽 너머 해외시장 공략

내연기관 자동차 경쟁에서 뒤처진 중국은 미래 자동차 산업 패권을 쥐기 위해 일찌감치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산업을 육성했다.

그 결과 중국 전기차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커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 판매대수는 333만대로 미국(67만대)의 5배 수준이다. 유럽연합(EU) 전체 판매대수(174만대)의 2배에 가깝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내 전기차 판매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81.7% 증가한 71만4000대로 집계됐다. 1~10월 누적 전기차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 110% 증가한 528만대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외국 업체들의 진입을 차단하며 자국 배터리업체들이 수혜를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중국 CATL은 전 세계 전기차용 판매량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1~9월 전 세계에 판매된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량의 35.1%가 CATL 제품이다. 3위 BYD(12.8%), 7위 CALB(4.9%), 8위 궈쉬안(2.9%), 9위 신왕다(1.7%), 10위 에스볼트(1.3%) 등 10위 안에 총 6개의 중국 업체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 업체의 점유율을 모두 합치면 57.8%로 60%에 육박한다.

다만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은 한국 업체에 미치지 못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1~9월 중국 제외 배터리 시장에서 LG엔솔은 점유율 30.1%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SK온(14.6%), 삼성SDI(11.3%)는 각각 4위, 5위에 올랐다. 3사 점유율 합계는 56%로 절반을 넘는다.

중국 배터리업체들은 미국 진출의 길이 막히자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CATL은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와, BYD는 스텔란티스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AESC는 영국 닛산 공장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생산거점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CATL은 독일 튀링겐주에 유럽 제1공장을 짓고 있고, 헝가리 데브레첸에 유럽 제2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AESC도 프랑스와 스페인에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치마크미네랄스에 따르면 중국은 2031년 유럽에서 322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한국은 192GWh로 중국에 이어 두번째다.

중국의 해외시장 공략은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CATL은 1~9월 중국 제외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18.9%로 파나소닉(18.9%)을 근소하게 꺾고 2위에 올랐다. 판매 성장률은 112.4%에 달한다. 그동안 중국 제외 배터리 판매량 순위에서 LG엔솔과 파나소닉이 나란히 1, 2위 자리를 유지해왔는데 변화가 생긴 것이다.

LG엔솔과 CATL의 점유율 격차도 좁혀졌다. 지난해 1~9월 CATL의 점유율은 12.5%로 LG엔솔(35.7%)에 비해 23.2% 뒤처져 있었는데 올해 같은 기간엔 12.2%p 차이까지 따라잡았다. LG엔솔은 판매량이 36.9GWh(기가와트시)에서 43.7GWh로 늘며 18.4%의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CATL은 12.9GWh에서 27.4GWh로 무려 112.4% 확대했다.

중국 제외 시장 10위권 내에는 CATL을 비롯해 AESC(6위, 2%), 신왕다(8위, 0.7%), BYD(10위, 0.4%) 등 중국의 4개 업체가 들어있다. 이들의 점유율 합계는 지난해 16.1%에서 올해 22%로 확대됐다.

다만 유럽도 미국의 IRA와 같이 중국을 배터리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의도가 담긴 원자재법(RMA)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중국 업체들의 해외진출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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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치이고, 중국에 치이고…日배터리 '와신상담'

일본의 대표적 배터리업체 파나소닉은 한국, 중국 업체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1~9월 중국 제외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파나소닉의 점유율은 18.9%로 전년 동기(25.4%) 대비 6.5%p 줄며 2위 자리를 CATL에 내줬다.

4위 SK온(14.6%)과 5위 삼성SDI(11.3%)와는 격차가 좁아지며 3위 자리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또다른 일본 업체인 PEVE(1%)와 LEJ(0.5%)는 각각 7위, 9위를 차지하며 10위권 내에 들었다.

한국,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두자리, 세자리 성장률을 보이며 고속 성장한 반면 파나소닉은 한자리 성장률(4.6%)에 그쳤다. LEJ의 판매량이 43.6% 확대됐지만 점유율이 아직 미미하고 PEVE의 판매량은 오히려 10.7% 줄었다.

파나소닉은 북미 시장에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북미에서 판매된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56.4GWh인데, 이중 27.1GWh(48%)가 파나소닉 제품이었다. 이는 북미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와 일찍부터 협력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슬라가 LG엔솔, CATL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파나소닉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미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전동화에 본격 나서면서 그 파트너로 한국 배터리사를 선정하고 있는 만큼 북미 시장 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파나소닉은 최대 고객사였던 테슬라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북미 고객사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파나소닉은 미국 캔자스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만든 배터리를 테슬라와 함께 다른 고객사에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와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합작공장도 짓고 있다. 파나소닉은 이에 더해 2028년까지 배터리 생산능력을 3~4배로 늘리기 위한 투자 계획도 세웠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일본은 사실상 파나소닉 한곳밖에 없어 한계가 있는 만큼 결국 한국과 중국의 싸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중국은 유럽도 RMA를 추진하고 있어 중국을 벗어나기 쉽지 않고, 한국은 원자재 확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앞설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각국의 한계를 누가 먼저 벗어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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