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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중국, 예상보다 빠른 ‘위드 코로나’…왜 지금 봉쇄를 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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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7일 중국 베이징에서 마스크를 쓴 여성이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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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지난 3년 동안 철저히 유지하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최근 급선회해 ‘위드 코로나’에 한층 다가섰다. 특히 지난 7일 국무원이 발표한 ‘코로나19 확진자의 자가격리 허용’ 조처는 사실상 위드 코로나의 첫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왜, 지금, 방역 정책을 급격히 푸는 걸까.

시진핑 3연임 직후 “정밀 방역” 전환 신호


변화의 신호탄은 지난달 10일 나타났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지 보름여가 지난 뒤였다. 당시 시 주석 등 당 최고지도부는 코로나19 방역 기조를 ‘정밀 방역’으로 조정하고, “생명 보호와 경제·사회 발전을 효율적으로 총괄하겠다”고 밝혔다. 사망자 최소화를 목표로 한 강력한 방역 정책에서 경제 상황을 고려한 효율적 방역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이었다.

하루 뒤인 11일 중국 국무원은 확진자 발생 시 봉쇄 지역을 최소화하는 내용 등이 담긴 20가지 방역 완화 조처를 발표했고, 지난 7일에는 확진자의 자가격리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추가 완화 조처 10가지를 발표했다. 최근 한 달 사이 발표된 국무원의 두 차례 방역 완화 조처로 중국은 한 명의 확진자도 허용하지 않는 기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생활 환경에서 코로나를 용인하고 함께 살아가는 ‘위드 코로나’로 사실상 접어들었다.

이런 정책 변화는 예상보다 빠르다. 애초 중국 내부에서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변화 시점으로 ‘올해 말’이나 ‘내년 3월’ 이후가 꼽혔다. 더 무게가 실린 것은 내년 3월 이후였다. 올해 말은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는 시점이고, 내년 3월은 주요 정치행사인 ‘양회’가 예정돼 있다. 초대형 정치행사가 끝난 뒤,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풀 것으로 예상됐지만, 독감 환자 등이 급증하는 올겨울을 지나 날씨가 풀리는 내년 봄에 방역 정책을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올해 경제 위기 심각…시민 불만도 빠르게 확산


방향 전환의 필요성은 무엇보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2020년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부침을 겪었지만, 특히 올해 심각한 침체 상태를 겪고 있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3% 초반대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 성장률 8.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0년 성장률이 2.2%에 머물긴 했지만, 당시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3.4%였음을 감안하면 상당한 선전이었다.

특히 올해 내내 오미크론 변이가 기승을 부리면서 상하이와 선전, 광저우, 충칭, 청두, 베이징, 정저우 등 경제 중심지들이 봉쇄와 해제를 거듭했고, 결국 최근 중국 경제의 쌍두마차인 내수와 수출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전체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내수 부문의 경우, 대표 지표인 소매판매액이 지난 10월 4조271억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 줄었고, 수출 역시 10월과 11월 연속 –0.3%, -8.7%로 역성장했다. 주요 경제 지표이자 핵심 사회 지표인 청년실업률(16~24살)도 지난 10월 17.9%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0월 12%대보다 절반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 10월 3연임을 확정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한 시 주석 입장에서는 3연임의 정당성을 확보해 줄 경제적 반등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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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중국 상하이의 건널목 앞에 시민들이 길을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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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것은 시민들의 불만이 빠르게 확산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개막한 카타르 축구 월드컵은 불을 지폈다. 중국 시민들은 전 세계에서 모인 수만 명의 응원단이 자유롭게 축구 경기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사흘 뒤인 24일 신장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사망 사건은 시민 불만이 폭발하는 계기가 됐다. 두 달 넘게 강력한 봉쇄가 이뤄진 우루무치에서 아파트 화재 사건으로 10명의 시민이 사망하자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26~27일 상하이와 베이징 등에서 이들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고, 당국의 봉쇄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로 발전했다. 이는 1989년 천안문(톈안먼) 민주화 운동 이후 발생한 최대 규모의 시위로 평가받는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왜 최고지도부가 발표한 대로 방역을 완화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지난달 11일 발표된 중국 국무원의 방역 완화 20개 조처가 시민들이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근거가 된 것이다.

중국 “3년 기다려”…오미크론 변이 독성 약해


오미크론 변이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방역 완화의 주된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이는 중국 당국이 스스로 방역 정책 전환의 핵심 근거로 내세우는 이유다. 오미크론 변이가 대세가 된 현재 확진되더라도 사망하거나 중증으로 전환될 위험성이 낮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8일 “지난 3년의 고난은 오늘을 위한 준비였다”며 “오미크론 변이의 독성이 크게 약화했다. 우리는 진단과 치료에 효과적인 기술과 약품을 보유하고 있고, 치료, 검출, 역학 조사 등 역량이 계속 향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급격한 방향 전환의 원인을 바이러스의 독성 약화에서 찾는 것이다. 지난 6일 중국 관영 매체인 <중국중앙텔레비전>(CCTV)도 의료 전문가를 인터뷰해 “오미크론 변이는 독성이 크게 약화됐다. 현재까지 광저우에서 16만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했지만 사망자는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가 지난해 말부터 전 세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세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점을 볼 때 중국 당국의 설명은 군색해 보인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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