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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기자수첩]돌아보면 사우디는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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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사우디가 추진하는 네옴(NEOM)을 두고 수혜를 점치는 기대감과 허상에 가깝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정답은 아직 알 수 없다. 현재로서는 사우디의 행보를 통해 진정성을 가늠해볼 정도다.

네옴은 정치·사회·경제 변혁프로젝트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경제적으로 석유 중심 구조를 탈피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강건한 국가로 거듭나겠단 의지다. 지난 2월 사우디 최초의 대규모 기술 박람회 'LEAP 2022'도 그래서 개최됐다.

'중동판 CES'를 꿈꾸며 야심차게 준비한 행사 취재를 위해 당시 리야드를 방문했다. 10평 남짓한 부스를 꾸린 아람코(Aramco)가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현지 양대 통신사업자와 미국·영국·중국의 테크기업이 대규모 부스를 꾸려 중앙을 차지했다.

새로움과는 거리가 있었다. 5G 기반의 신재생에너지 관리 시스템과 스마트 항만, 각종 식용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실내 스마트팜 시스템 등이 중앙에 섰다. 이마저도 영상·모형 등을 통한 소개가 주를 이뤘다. 냉정하게 알맹이가 없었다.

몇달이 흘렀다. 7월 미래형 복합 산업단지 '옥사곤', 항구와 산악을 잇는 관광단지 '트로제나'에 이어 네옴의 핵심인 미러시티 '더 라인'의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됐다. 그제야 무릎을 쳤다. LEAP 2022의 대다수 콘텐츠는 바다와 사막이라는 척박한 지역에 지어질 친환경 미래도시에 꼭 필요한 알맹이라는 생각이 그 때 들었다.

수에즈운하를 낀 물류거점으로 키우겠다는 의지와 수직도시에서 식량을 조달하는 기술을 조속히 도입하겠다는 진정성까지 담긴 LEAP 2022에 한국은 없었다. 그럼에도 사우디는 한국을 원하고 있다. 수소·에너지·건설 등 핵심 인프라 역량이 집중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세분화된 계획을 갖고 다양한 국가·기업들과 접촉하고 있다. 특정 국가가 아닌 다수의 국가와 손을 잡는 것은 외교관계를 의식한다는 의미며, 이는 곧 이번 프로젝트를 실현하겠다는 진정성과 다름 없다.

아울러 네옴이 한국의 수혜로만 읽혀 안타깝다. 한국이 네옴 덕을 보는 게 분명하지만, 동시에 한국의 기술이 있었기에 저들이 네옴을 꿈꿨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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