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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기자의 시각] 범죄 혐의에도 버티는 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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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달 25일 문재인 정부 시절 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낸 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는 문 원장 수사를 위한 것이다. 이에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STEPI 지부는 금요일인 지난 2일 오후 “문미옥 원장은 즉각 퇴진하라”는 내용의 성명 메일을 전 직원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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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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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원장은 이러한 사실(압수 수색)을 내부 구성원들에게 숨긴 채 기관 경영 행위를 해왔다”며 “그동안도 기관 경영이 방향성을 상실하고 파행적으로 운영돼 대내외적 기관 위상 추락으로 구성원들의 불만과 우려가 컸다”고 했다. STEPI 직원들은 지난 1일 언론 보도를 보고 압수 수색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노조는 “기관장이 범죄 혐의를 받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기관 경영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원장은 더 이상 기관에 피해를 주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했다.

문미옥 원장 측은 주말이 지나자마자 월요일인 5일 노조에 반발했다. STEPI 원장 직인을 찍은 공문을 노조에 보내 “전 직원 메일은 경영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연구원은 이러한 행위들로 교섭 중 노사 관계를 악화시키는 지부의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논쟁에 깊이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부 차원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청한다”고 했다. 기관장이 노조에 이례적으로 항의하며 사과까지 요구한 것이다. 한 과학기술계 인사는 “성명은 일상적 노조 활동으로 보이는데 공문까지 보내 유감을 표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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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1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종석 비서실장,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연합뉴스


문 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후 2017년 6월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에 임명됐다. 이후 2018년 12월부터 1년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을 지냈다. 차관 시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관가에서는 ‘왕 차관’이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다. 2020년 11월에 STEPI 원장으로 임명돼 3년 임기를 수행 중이다. STEPI 원장 임명 당시 문재인 정권 말 ‘알 박기’ 인사라는 논란이 있었다. 공공연구노조는 ‘문미옥 전 차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자격 없다’ ‘우리는 문미옥 원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두 차례 낸 바 있고, 차관 시절에도 ‘문미옥 과기부 차관은 왜 물러나야 하는가?’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사 선임 문제부터 시작해 문재인 정부 과기 정책을 표류하게 만든 주범 중 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랬다. 또 문재인 정부 과학기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외압으로 사퇴한 기관장들은 “문미옥 보좌관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이렇듯 문 원장은 내부 구성원을 포함한 과학기술계의 비판과 여러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버티고 있다.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 자리에 연연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유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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