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시진핑·빈살만, 세계 최대 석유 수출·수입국 정상 회동'…공동의 적은 美?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中시진핑,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와 8일 정상회담

사우디, 바이든과 달리 극진 대우…40조원 육박 협정 선물도

시진핑 "포괄적 동반자 관계 강화…외부 간섭 함께 맞설것"

中, 美와 벌어진 틈 파고들어…이젠 최고 경제 파트너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김윤지 베이징 특파원]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과 세계 최대 수입국의 지도자가 만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8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정상회담에 대해 이같이 묘사했다. 전날 2016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사우디를 국빈방문한 시 주석은 이날 수도 리야드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을 가진다.

이데일리

7일 사우디 리야드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美와 관계 틀어진 세계 최대 석유 수·출입국 회동 ‘주목’

이번 회담은 사우디와 중국이 각각 세계 최대 석유 수출입 국가라는 점, 미국과의 관계가 급랭한 국가들끼리 관계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시 주석에 대한 사우디의 환대는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전날 시 주석의 전용기가 사우디 영공에 진입했을 때 전투기 4대가 호위에 나섰고, 수도인 리야드 상공에 들어서자 6대가 추가 투입해 ‘에어쇼’를 펼쳤다. 시 주석이 전용기에서 내렸을 때엔 레드카펫이 깔렸다.

CNN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아낌 없는 환대를 받았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의 올해 사우디 방문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평했다.

사우디는 경제 부문에서도 시 주석에게 ‘통 큰’ 선물을 선사했다. 이날 양국 기업들은 34건의 투자 협정을 체결했다. 녹색 에너지, 녹색 수소, 태양광 에너지, 정보 기술, 클라우드 서비스, 운송, 물류, 의료 산업, 주택 및 공장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협정이 이뤄졌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이번 협정은 양국 간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왕실의 열의를 반영한 것”이라며 “시 주석의 방문은 양국 간 경제 및 투자 협력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 역시 사우디와 정치·경제 관계를 강화하겠다며 화답했다. 그는 사우디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사우디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며 “외부 간섭에 맞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와 사우디 ‘비전 2030’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경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에 따르면 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292억 6000만달러(약 38조 6000억원) 규모 20건의 예비 협정 서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中, 美와 벌어진 틈 파고들어…이젠 최고 경제 파트너

사우디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자리는 오랜 기간 미국이 꿰차고 있었다. 하지만 2019년 10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시리아 철군을 선언한 뒤 양국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골은 더욱 깊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고 양국 관계를 재설정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사우디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겠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가급등으로 40년래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돌연 태도를 바꿔 지난 7월 사우디를 직접 방문했다. 그는 빈 살만 왕세자에게 감산을 요청하고 양국 간 관계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우디는 시큰둥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빈 살만 왕세자는 무표정하게 주먹인사를 나눈 게 전부였다. 사우디가 증산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에는 논의한 적 없다고 일축해 그를 당황시켰다. 지난 10월엔 러시아와 손잡고 OPEC+의 추가 감산을 주도했다. 증산 요청을 위해 사우디까지 날아갔던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틀어진 틈을 중국이 파고들었다. 중국은 2013년 이후 미국을 제치고 사우디의 최대 교역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과 사우디의 교역액은 2012년 760억달러에서 지난해 290억달러로 줄어든 반면, 중국과 사우디의 교역액은 같은 기간 746억달러에서 875억달러로 늘었다. 시 주석의 방문을 계기로 중국 기업들이 사우디의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다방면으로 참여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사우디 역시 대중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사우디 아람코는 중국 북동부 정유·석유 화학 단지에 10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사우디는 또 중국의 최대 석유 공급국이기도 하다. 2022년 3분기 누적 기준 사우디는 중국 총 석유 수입의 17.8%를 차지한다. 샤오진 차이 아랍에미리트 샤르자대 교수는 “1992년 수교 이후 양국 관계가 절정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오는 10일까지 사우디에 머무르는 시 주석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담에 이어 중국·아랍 정상회의, 중국·걸프협력회의(GCC) 회담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