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재건축 탈락했던 목동 9·11단지 … 새 기준 적용땐 안전진단 통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안전진단 기준 완화에 따라 노후 아파트 재건축 사업 추진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2단지 전경. <김호영 기자>


국토교통부가 8일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은 안전진단 평가 시 구조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줄이고, 주거환경 비중은 15%에서 30%로 높이는 게 골자다.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기존 점수체계에선 탈락했던 목동신시가지 9단지와 11단지 등은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진다.

구조안전성은 그간 대다수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구조안전성은 건물이 얼마나 구조적으로 튼튼하게 보존돼 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건물 기울기와 침하(건물이 내려앉은 정도), 내하력, 내구성 등 3가지 세부 항목을 평가한다. 내하력은 하중을 견딜 수 있는 능력으로, 콘크리트 강도와 철근배근 상태 등을 의미한다. 내구성은 균열, 철근 부식, 콘크리트 중성화 정도를 나타낸다.

문재인 정부 이전에는 구조안전성 비중이 20%, 주거환경 비중이 40%로 구조안전상 큰 문제가 없어도 층간소음, 가구당 주차 대수 등 '주거환경' 평가를 통해 주거 여건이 불편하다고 판단되면 재건축을 허용해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구조안전성 비중이 50%(주거환경 비중은 15%로 감소)로 높아지면서 재건축 연한(준공 후 30년)을 아무리 오래 넘겨도 구조적으로 튼튼한 단지라고 진단된 곳들은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웠다.

실제 2018년 3월 구조안전성 비중을 강화한 이후 현재까지 안전진단을 완료한 46개 단지 중 최종적으로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절반이 채 안 되는 21곳뿐이었다. 이마저도 최하 등급인 E등급(30점 이하)을 받은 곳은 1곳도 없었고, 모두 '조건부 재건축(30~55점 이하·D등급)' 판정을 받아 2차 안전진단(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을 또 받아야만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단지들이었다.

매일경제

조건부 재건축 범위도 축소된다. 현재는 4개 평가 항목별로 비중을 적용해 합산한 총 점수(100점 만점)에 따라 '재건축(30점 이하·E등급)' '조건부 재건축(30~55점 이하·D등급)' '유지보수(55점 초과·A~C등급)'로 구분해 재건축 가능 여부를 판정해왔다. 앞으로는 조건부 재건축의 점수 범위가 45~55점으로 조정돼 45점 이하면 바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조건부 재건축을 받은 단지들이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던 적정성 검토 절차도 완화된다. 1차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치는 게 아니라 지자체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적정성 검토가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되면서 전국 151만가구 규모의 노후 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국토부가 2018년 3월 이후 현재까지 안전진단 절차를 완료한 전국 46개 단지에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본 결과, 이 중 12곳은 재신청할 경우 안전진단 통과가 가능한 '45점 이하(재건축 판정)'를 받게 된다.

또 기존에 재건축 불가(유지보수) 판정을 받았으나, 새 기준 적용 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게 될 곳은 14곳이다. 이곳들은 기존 점수체계하에서는 모두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었다. 서울은 노원 1곳·양천 2곳·영등포 1곳 등 4곳, 경기는 남양주·부천·수원·안산이 1곳씩 4곳, 부산 2곳, 대구 3곳, 경북 1곳 등이다. 양천구 2개 단지는 목동신시가지 9단지와 11단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이들 단지는 새로운 기준에 따라 안전진단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목동9단지 재건축 준비위 관계자는 "비용을 다시 마련하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이 부담이 되긴 한다"고 말했다.

이번 규제 완화로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곳은 1차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뒤 2차 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단지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1차 안전진단을 받은 단지들에 대해서도 정부가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1차 안전진단에서 45점과 인접한 점수를 받은 수도권 단지로는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2·14단지, 경기도 광명시 철산주공아파트 12·13단지 등이 꼽힌다.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2단지와 14단지는 각각 49.19점, 49.48점으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으며 1차 안전진단 문턱을 넘었다. 철산주공아파트 12단지와 13단지는 각각 49.24점, 45.98점을 받았다.

다만 실제 어떤 단지가 혜택을 볼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한 서울 노원구 태릉우성의 경우 정밀안전진단에서는 48.98점을 받았지만, 적정성 검토에서는 60.07점으로 오히려 점수가 오르기도 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목동아파트나 상계동 역세권 대단지 아파트, 여의도 한강변 재건축 단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가 이날 발표한 조치들은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고시)' 개정사항으로 법 개정 없이 추진 가능하다. 국토부는 연내 행정예고를 거쳐 내년 1월 중 새 기준이 시행될 수 있도록 절차를 밟아나갈 계획이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개선방안은 그간 과도하게 강화된 기준으로 인해 재건축의 첫 관문도 통과하기 어려웠던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안전진단 기준을 합리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안전진단 기준 완화 조치가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구조안전성 비중을 문재인 정부 이전인 20%로 되돌리지 않는 이상 서울에서 활발한 재건축 사업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 정석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