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이슈 국방과 무기

일 ‘적기지 공격용’ 미사일 미군과 공동 운용할 방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 동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 ‘간접 배치’ 효과

한·일 미사일 능력 키워 북·중 견제


한겨레

일본 육상자위대 12식 지대함 유도탄. 일본 육상자위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북한·중국 등 주변국의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하는 ‘적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을 보유하면, 이를 미군과 ‘공동 운용’하는 계획을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동아시아에 사거리가 1000㎞ 이상에 이르는 중거리미사일을 ‘간접 배치’하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미국은 2019년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한 뒤 미사일을 직접 배치하는 계획을 추진해왔지만, 그와 동시에 동아시아의 두 동맹국인 한·일 양국의 미사일 능력을 키워 북·중을 견제하게 만드는 모양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8일 일본이 올해 안에 보유 결정을 내리게 되는 적기지 공격 능력에 대해 “미군이 위성 등에서 얻은 표적 정보를 바탕으로 반격(공격)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미국과 공동 운용 계획을 마련한다. 이달 중 국가안보전략을 개정해 반격 능력 보유를 공식 결정하고 미군과 협의를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은 아시아에 북한·중국을 사정권에 둔 지상 발사형 중거리미사일을 갖고 있지 않다. 일본이 반격 수단을 갖고 미국과 협력하면 통합 억제의 실효성이 높아진다”고 전했다. 일본이 미군과 미사일 공격과 관련해 공동 계획을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2019년 8월 러시아의 ‘조약 위반’과 중국의 ‘미사일 위협’을 구실로, 1987년 12월 옛 소련과 맺었던 사거리 500~5500㎞의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중거리핵전력조약을 파기했다. 이후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이 미국의 신형 중·단거리 미사일을 아시아·태평양에 배치하고 싶다는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한겨레

하지만 한·일이 자신의 영토 내에 미국의 노골적인 공격 무기를 받아들이면, 중국이 맹렬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2016~2017년 벌어졌던 것에는 비교할 수도 없는 극심한 갈등이 예상된다. 그러자 미국은 2021년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한국의 미사일 지침을 종료해, 그동안 묶여 있던 ‘사거리 제한’을 없앴다. 또 일본에는 그동안 보유하고 있지 않던 적기지 공격 능력을 갖게 해 이를 공동 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두 핵심 동맹인 한·일 각각의 자체 능력을 강화해 북·중을 견제할 수 있는 틀을 만든 것이다. 그와 동시에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의 중거리미사일을 동아시아에 배치하겠다는 미 당국자들의 언급이 크게 줄었다.

일본은 앞으로 3단계에 걸쳐 북·중을 견제할 수 있는 1000㎞ 이상의 미사일을 1000발 이상 보유할 예정이다. 그동안 나온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1단계로는 사거리 1250㎞ 이상인 미국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500발을 구매한다. 2단계로는 자위대가 운용 중인 ‘12식 지대함 유도탄’의 사거리를 200㎞에서 1000㎞ 이상으로 늘려 2026년에 실전 배치한다. 마지막으로는 2028년 이후 마하 5(음속의 5배, 시속 약 6120㎞) 이상 속도로 날아가며 예측 불가능한 궤도를 그리는 극초음속미사일을 배치하게 된다. 이 사업을 위해 내년부터 5년 동안 5조엔(약 48조원)이 투입된다.

일본은 이런 미사일 전력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게 된다. 일본은 평화헌법이 규정하는 ‘전수방위’(공격받을 때만 방위력 행사) 원칙에 따라 상대국이 무력 공격을 착수한 시점에만 미사일을 쏠 수 있다. 이 시점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뛰어난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가진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실제 미사일을 쏘는 운용 계획도 미군과 함께 결정하고 연합 훈련도 할 계획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네이버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클릭!]
▶▶당신이 있어 따뜻한 세상,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어떤 뉴스를 원하나요? 뉴스레터 모아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