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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일상 되찾은 베이징···시민들 반색 속 급격한 방역 완화 ‘후폭풍’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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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8일 오전 중국 베이징의 한 지하철 역사에 많은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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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도 베이징이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적막했던 거리에는 다시 차량과 사람의 통행이 많아지고 문을 닫았던 상점들도 문을 열었다. 중국이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대폭 완화하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시작하면서 시민들은 되찾은 일상의 자유에 반색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방역 완화로 새로운 감염 파도가 몰려올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역력하다.

8일 오전 베이징 지하철 1호선과 14호선이 교차하는 따왕루(大望路)역은 지하철을 타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출근 시간대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지만 지하철 안도 빽빽이 들어찬 승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직장인들이 재택근무에 들어가고 시민들의 이동이 크게 줄어들면서 한산함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며칠 만에 크게 달라진 상황은 지하철 입구에서부터 실감할 수 있었다. 그동안 지하철을 타려면 반드시 48시간 이내에 받은 코로나19 핵산(PCR) 검사 결과가 필요했지만 이를 확인하는 절차가 사라졌다. 스마트폰 교통카드 애플리케이션에서도 PCR 검사 결과와 자동으로 연동돼 있던 승차 가능 여부 표시가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지하철에서 만난 한 시민은 “거의 매일 같이 받아야 했던 PCR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생활이 한결 편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방역 당국이 지난 7일 상시적인 전수 PCR 검사와 지역 간 이동 제한 등 그동안 일상을 제약했던 방역 조치를 대부분 해제하면서 시민들이 빠르게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동안 문을 닫았던 대형 쇼핑몰과 상점들도 모두 다시 문을 열었다. 매장 영업이 제한됐던 식당들도 정상 영업 중이다. 이날 점심 시간대 찾아간 차오양(朝陽)구의 한 쇼핑몰에서는 음식점 매장에 앉아 식사를 하는 손님들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방역 정책 완화에 따라 대형 쇼핑몰이나 상점에 들어갈 때도 이제는 PCR 검사 결과를 요구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식당에서 식사를 하려면 48시간 이내의 검사 결과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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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쇼핑몰에 있는 식당 안에서 8일 시민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베이징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금지했던 음식점의 매장 영업을 지난 6일부터 허용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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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PCR 검사가 필요 없어지면서 도심 곳곳에 설치된 임시 검사소에는 대기 줄이 크게 줄어들었다. 얼마 전까지 대기 시간이 한 시간 이상씩 걸렸던 한 검사소 앞에 줄을 서서 검사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았다. 주거 지역 곳곳을 가로막고 있던 펜스가 사라진 것도 달라진 풍경이다. 최근 감염자가 발생한 차오양구 왕징(望京)의 한 아파트를 찾아봤지만 입구를 막아놓은 철제 펜스나 통행을 제한하는 방역요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중국 방역 당국은 전날 감염자 발생에 따른 고위험 지역 지정은 아파트의 동이나 층, 가구 단위로만 할 수 있고 임의로 봉쇄 지역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의 장벽을 일순간에 허물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시작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민들은 반색했다. 택시 기사로 일하는 차이(蔡)모씨는 “그동안 잦은 봉쇄와 통제 조치로 일상이 짓눌렸고 경제적으로도 타격이 컸다”며 “이제야 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 수요도 폭발하고 있다. 방역 당국이 추가적인 방역 완화 조치를 발표한 지난 7일 주요 여행사이트에서 겨울철 인기 여행지인 하이난 여행 검색량은 전날보다 450%가량 늘어났다. 다음달 춘제(春節·설)를 전후한 시기 항공권과 기차표까지 벌써부터 검색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방역 완화가 불러올 후폭풍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구(谷)모씨는 “방역 완화를 예상했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이뤄질지는 몰랐다”며 “경제 상황 등을 생각하면 다른 방법이 없지만 감염이 크게 확산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중국이 겨울철 감염 확산 시기에 방역을 대폭 완화하면서 큰 파고를 맞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펑쯔젠(馮子健) 전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은 대규모 감염 파동을 거치며 최종적으로 중국인의 누적 감염률이 80~90%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또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시아 거시경제 컨설팅업체 ‘위그램 캐피털 어드바이저’의 분석을 인용해 이번 겨울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00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다만 중국 당국은 이런 상황을 감수하고 조용한 감염 확산을 통한 집단 면역 형성의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감염 확산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감염자를 걸러내고 선제적인 방역 조치를 취할 수 있는 PCR 검사를 대폭 축소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최근 들어 공식 집계되는 일일 감염자 수가 감소한 것도 PCR 검사 축소와 무관치 않다.

리빈(李斌) 중국국가위생건강위원회 부주임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겨울철 독감 등 호흡기 전염병이 겹치면서 방역·통제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코로나19 예방·통제 조치를 최적화하는 목적은 대중의 정상적 생활과 생산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자원을 효과적으로 할당해 중증 및 고위험군의 치료를 중점적으로 보장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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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한 거리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 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중국 당국이 상시적인 주민 전수 검사를 폐지하면서 검사를 받는 시민들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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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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