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첫 삽도 못뜨고 "역세권, 강남 땅 팝니다"…자금난에 줄줄이 '백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강남, 마포 등 주요 위치 역세권에 위치한 부지가 줄줄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 꼬마빌딩, 빌라, 상가 등을 짓기 위해 땅을 매입해 인허가 작업까지 마쳤으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경색이 발목을 잡았다. 자금조달이 어렵고 인건비·자잿값 상승에 수익성도 하락하면서 사업을 포기하는 사업장이 늘었다. 매물은 늘지만 부동산 개발 사업 위축으로 땅 거래는 1년 전에 비해 60% 이상 줄었다.


역삼·반포동 역세권 부지도 자금난에 매물로

8일 토지건물 정보플랫폼인 밸류맵 매물을 보면 최근 들어 나대지가 늘었다. 나대지는 건물이 없는 땅을 의미하는데 서울에서는 주로 건물이나 집을 짓기 위해 기존 건물을 철거한 후의 형태다.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매입했는데 몇 개월 만에 다시 매물로 나온 경우도 적지 않다. 강남구 역삼동 부지(75.69평)는 올 4월 다가구를 매입해 철거, 신축 인허가 작업까지 마쳤다. 하지만 결국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지난달 매물로 나왔다. 지하철 2호선 역삼동 도보권에 위치한 부지다.

올해 2월 다가구를 매입해 철거한 서초구 반포동 부지(55.99평) 역시 건물을 짓지 못하고 지난 5일 매물로 등장했다. 지하철 9호선·신분당선인 신논현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나대지 형태로 즉시 신축이 가능한 토지다.

올 5월에 매매가 이뤄진 동대문구 전논동 단독주택도 건물을 짓기 위해 철거했지만 이달 4일 매물로 나왔다. 지하철1호선 청량리역 도보권에 위치한다. 매도자는 "자금 사정에 따라 급하게 처분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매물로 나온 서울 마포구 아현동 부지(61.10평)는 지하철 2호선 아현역·이대역 도보권이다. 바로 앞에 아현2구역 재건축 단지인 '마포 더 클래시'가 위치해 배후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 위치다. 강북권에서 처음으로 분양가가 평당 4000만원을 넘겨 최근 이슈가 된 단지기도 하다. 좋은 입지에 건축허가까지 받았지만 매수 후 1년만에 다시 매물로 내놨다.

서울 노른자 입지 땅까지 매물로 나온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자금조달이 되지 않고 브릿지론 연장에 성공하더라도 조달 비용이 치솟았다. 내년 상반기엔 단기조달 상품인 브릿지론 금리는 연 20% 안팎, PF 금리도 연 1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자잿값·인건비 상승으로 사업성은 더 떨어진다. 부동산 시장마저 침체해 분양 흥행도 장담할 수 없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강남, 마포 역세권 등 주요 입지 땅까지 매물로 나왔다는 건 그만큼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라면서 "부동산 PF가 되지 않아 땅은 샀는데 철거조차 못하고 있는 사업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버티지 못하는 사업지는 다시 매물로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땅 거래 1년 새 60% 이상 급감

부동산 개발 시장이 위축되면서 땅 거래도 급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에 따르면 지난 11월 전국 토지 거래량은 1만6915건으로 전달(2만5386건)보다 33.4% 감소했다. 거래금액은 같은 기간 3조9500억원에서 2조5억원으로 49.4%가 줄었다. 1년 전(2021년 11월)과 비교하면 거래 건수는 61.3%, 거래금액은 77.3% 줄었다. 서울 토지 거래 건수도 지난해 3696건이었으나 올해 2119건(11월까지)으로 42.7%가 감소했다.

부동산 시행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강남 역세권에 꼬마빌딩, 작은 오피스 빌딩 등을 지어서 분양하는 게 유행이었는데 올 하반기 들어 PF가 막히면서 차질을 빚고 있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면서 "정부가 자금경색을 풀기 위해 완화책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자금조달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마저 확 꺾이면서 부동산 개발 시장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