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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행원 신화’ 조용병 용퇴 “사모펀드 사태 총괄 책임… 후배에게 물려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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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회장 후보는)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거잖아요? 최고경영자(CEO)는 항상 태연해야 합니다.”

8일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뽑힌 데 대해 ‘경쟁자’ 중 한 명이었던 조용병 현 회장은 같은 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하순까지만 해도 거취 문제에 대해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으며, 신한금융그룹의 성장을 위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이날 조 회장은 후보자 면접장에서 공식적으로 용퇴 의사를 밝혔다.

모두가 ‘이변’이라고 생각한 회장 후보 선임 결과에 대해 조 회장은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거론했다. “제재 심의에서 징계를 받았지만, 누군가는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직원들이 징계도 많이 받았고, 저도 CEO 사표를 받았다”며 회장 재임 시절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이라고 거론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하순 조선비즈와 만났을 때 베트남 등 해외 진출과 비은행 계열사로의 사업 다각화 성과에 대해 의욕적으로 이야기했었다. 연임 도전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계속 경영 일선에 있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는 뉘앙스였다.

이날 오전 회추위 면접에 임하기 직전 조 회장이 기자들과 만나 한 말에는 후보자이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신한금융의 미래를 맡겨야 하는 사람의 소망이 담겨 있었다. 그는 면접에서 “현재 당면한 이슈와,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그리고 미래에 대한 경영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부회장직 신설 등 조직 개편과 관련해서 “조직이 굉장히 커졌는데, 시스템적으로 좀 더 다듬을 필요성이 있다”며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했다.

모두가 차기 회장 후보 선임 결과를 알게 된 뒤 조 회장은 어느 정도 긴장을 푼 듯했다. 발언을 하는 도중 목소리가 잠기기도 했고,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 “세대교체를 통해서 변화를 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조 회장은 강조했다. “제가 더 해서 조직을 안정시키는 게 맞냐, 아니면 후배에게 물려주는 게 맞나 이런 생각을 했다”며 복잡한 심경임을 드러냈다.

그는 “회추위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해 올라온 후보들이 (차세대 CEO) 육성 후보들이었다”며 “이 정도면 훌륭한 후배들이 올라와 있고 이제 체력이 다 할 때가 됐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어떻게 보면 할 수 있는데 더 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나가는 것과, 할 수 없이 나가는 건 다르지 않나”며 “자존심 얘기”라고 강조했다. 깔끔하게 물러나는 선택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발언들은 조 회장이 3 연임을 포기한 것이 자발적인 선택이긴 하지만, 동시에 본인이 굳이 3년 더 CEO를 하겠다고 나서 회사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공공연히 정부가 금융권 CEO 물갈이 의사를 내비치는 상황에서 신한금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란 의미다.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암묵적 사퇴 압박을 받고 있고, 손병환 NH농협지주 회장도 연임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비즈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사에서 차기 회장 후보 사퇴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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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된 진 행장과 관련해선 “진 행장과 충분히 상의해서 조직이 탄탄하게 갈 수 있도록 인사와 조직개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글로벌 총괄, 퇴직연금 총괄, 자산관리(WM) 총괄 등 3개의 그룹 부회장직 신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진 행장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제가 행장이 되면서부터 후보군 관리를 해왔는데, 회추위원들이 다 그 사람들을 선정해줘서 고마웠다”면서 “그동안 몇 년이나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눈빛만 봐도 안다. (앞으로의 일은) 내정자가 할 일이지, 제 권한이 아니다. 신한만의 문화의 장점으로 조직 개편과 인사를 할 거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평소 진 행장에 대해 “대단한 인재”라고 높이 평가해왔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회사가 어려웠던 시기에 일본 오사카 지점에서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모아 본사에 송금하는 등 영웅적인 활약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회장과 진 행장의 사이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일각의 관측을 불식시키는 발언이다.

그는 신한금융 CEO 선임의 제도적인 안정성을 강조했다.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 회장은 “전임 회장님(한동우 전 회장)이 연임하면서 저도 2연임하며 이 자리까지 왔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내년 3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계획에 대해 “가정으로 돌아가서 한 남편으로서, 또 아버지로서, 그리고 손주가 있는데 할아버지로서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1957년생으로 대전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인사부장, 기획부장, 뉴욕지점장을 거쳤다. 임원 승진 후에는 글로벌 사업, 경영지원, 리테일 영업추진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2013년 신한BNP파리바 자산운용 사장을 역임한 뒤 2015년 신한은행장을 거쳐 2017년부터 신한금융 회장으로 일해 왔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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