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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만 최악 인플레…성매매로 내몰리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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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영국 여성, 인플레·장기 불황으로 성매매 관심 증가
성 노동자 근로 환경 개선 위해 현행 법률 개정 요구
성 구매자만 처벌하는 '북유럽 모델' 촉구 목소리도
뉴시스

[서울=뉴시스] '영국 성 노동자 협회'가 만든 홍보 영상, 협회는 성 노동자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현행 법률을 개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출처: 영국 성 노동자 협회 영상 캡처) 2022.12.08.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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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희준 인턴 기자 = 티파니(가명)는 욕실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졌다. 몸단장을 마친 티파니는 약지에서 결혼반지를 뺐다. 남편은 티파니를 영국 웨일스에 있는 카디프의 호텔까지 태워다줬다. 호텔은 꽤 으리으리했다. 차에서 내린 티파니는 곧장 호텔 바로 들어섰다. 피아노 소리와 대화 소리가 두런거렸다. 티파니는 메시지를 주고받던 남성을 어렵잖게 발견했다. 남성도 티파니만큼 긴장한 듯 싶었다. 둘은 함께 호텔 객실로 향했다.

티파니는 그날 저녁 느지막이 호텔을 나섰다. 티파니는 올해 들어 급증한 영국의 '성매매 종사자'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가족, 집, 남편을 위해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장기 불황으로 인해 티파니와 같은 수많은 영국 여성이 성매매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셰필드 여성 취업센터 측은 지난 7~9월 사이 369회 성매매 관련 문의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의 198회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이다. 영국 성 노동자 협회 역시 평소보다 더 많은 여성이 문의를 보내오고 있다 전했다.

영국 정부는 최근 성매매에 대한 제도 개선을 촉구받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영국 성매매 시장의 엄청난 규모다. 영국 통계청은 성매매 시장이 2021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47억 파운드(약 7조5700억) 규모이며, 영국 남성 10명 중 1명은 성매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 규모뿐 아니라 '노동 환경 개선'의 필요성 역시 제도 개선 요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FT는 불황으로 인해 성매매 공급자가 늘어났지만 수요층 역시 감소했기 때문에 성매매 종사 여성들이 어느 때보다도 더 위험한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FT 인터뷰에 응한 성매매 종사 여성들은 불황으로 성매매 수요가 줄면서 이전에 비해 '공격적'인 손님들까지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피터버러에 거주 중인 '수'는 성 구매자들이 이전에는 요구하지 않았던 구강 및 항문 성교를 요구하기 시작했으며,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해당 고객들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자택에서 성매매에 종사해 온 오드리 카라도나는 추가 수입을 위해 지난 몇 달 동안 매음굴에서 8~10명의 손님을 상대해야 했으며, '피해야 할 사람'이라 저장된 손님과 목을 조르는 가학적인 취향의 손님들을 만나야만 했다고 밝혔다.

현재 영국은 성 판매자와 성 구매자를 처벌하지 않고 성매매를 알선하는 포주들만을 처벌하고 있다. 만약 동시에 여러 명의 성매매 여성들에게 장소를 제공하거나 손님을 알선하면 법에 저촉된다. 영국 성 노동자 협회는 해당 규제가 성매매 종사자들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의회 또한 2016년 내놓은 보고서에서 성매매 종사자들을 '혼자' 일하게 만드는 것이 그들을 '상당한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 지적했다.

의회 보고서는 "가능한 한 빨리 기존 법률을 변경해 더 이상 성매매 알선이 범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매매 종사자들이 안전한 장소를 확보할 수 있도록 관리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같은 성매매 종사자들끼리 아파트를 공유하는 것부터 법에 저촉된다.

영국 북부지방에 거주 중인 미셸은 동료 성매매 종사자 2명과 함께 아파트를 공동 임대했다. 경비원이 상시 거주 중인 아파트의 임대 비용은 50파운드(약 8만원)였다. 어느 날, 경찰이 미셸의 아파트를 방문해 미셸의 임대 아파트 공유가 영국법을 위반했다고 경고했다. 미셸과 동료들은 어쩔 수 없이 따로 흩어졌고, 불과 일주일 만에 흉기를 소지한 손님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아야만 했다. 미셸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서로를 돌보기 위해 함께했다. 만약 우리가 처음부터 혼자였다면 성폭행당하거나 살해당할 수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2003년, 뉴질랜드는 영국보다 한 발짝 먼저 모든 성 관련 노동을 비(非)범죄화하고 정부 차원에서 산업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정책이 시작된 지 5년이 흐른 뒤, 뉴질랜드 정부는 해당 정책이 성매매 종사자의 수를 증가시켰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성매매 종사자의 특정 손님에 대한 거부권이 활성화됐고, 경찰과의 협력 관계가 형성됐으며, 고용 여건 또한 좋아졌다. 벨기에 역시 올해 뉴질랜드와 똑같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일부 영국 시민은 정책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15세부터 강제로 성매매를 해야 했던 줄리 스웨이드는 "성매매 종사 여성은 처벌받아서는 안 되지만, 성을 구매한 남성은 처벌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스웨이드를 비롯한 일부 여성 단체는 '성 판매 여성은 법으로 보호하지만 성 구매 남성은 처벌하는', 이른바 '북유럽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성매매는 법률로써 금지돼야 하며, 이를 합법화하는 것은 착취당하고 있는 여성들을 식별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 주장했다.

영국 의회 또한 2018년, 이러한 북유럽 모델의 도입에 찬성하며 성매매 착취 여성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공언했다. 현재 성 구매자만을 처벌하는 북유럽 모델은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등에서 채택하고 있다.

영국 성 노동자 협회는 성매매를 불법화하는 것이 오히려 성 노동 종사 여성을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반박했다. 글래스고에 거주 중인 재클린은 "만약 성매매가 불법화 된다면 우리는 경찰을 부를 수 없게 된다. 그러면 고객들은 그 상황을 이용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영국 의회에서 논의 중인 '성매매 광고 금지법' 또한 같은 맥락에서 반대 의견에 부딪히고 있다. 아델린 베리는 "만약 성 노동자들이 스스로 광고할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된다면, 오히려 기반을 잃고 범죄단체에 연루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는 양측 관계자는 모두 '여성이 생존을 위해 성 노동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스웨이드는 "성매매 규제 이전에 싱글맘과 여성 인권, 그리고 동일 임금 제도에 대해 논의해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미셸 역시 "나는 단순히 돈이 필요해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성매매가 심각한 조울증을 앓았던 그녀에게 남겨진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고백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iyo116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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