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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핵위기 고조된다” 푸틴, 또 핵위협…실제 행동에 옮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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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시민사화와 인권을 위한 협의회’ 화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모스크바/기자단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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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핵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또다시 핵 위협에 나서, 그의 의도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시민사회와 인권을 위한 협의회’ 연례회의에서 최근 잇따라 러시아의 군사시설이 공격받은 것과 관련해 “러시아는 핵무기를 방어 수단이자 잠재적 반격 수단으로 간주한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는 가장 앞선 핵무기들을 갖고 있지만, 이들을 휘두르고 싶진 않다. 우리는 그런 무기를 억지 수단으로 간주한다”며 “러시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토와 동맹을 방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미치지 않았다. 우리는 핵무기 사용을 언급한 적 없다”며 서방이 핵 위협을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이 핵 위협 카드를 꺼내 든 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침략 직후 “우리를 방해하면 즉각 대응할 것”이라며 핵 운용 부대에 “특수경계태세” 돌입을 지시했다. 또 지난 9월엔 예비군 동원령을 발포하며 “우리나라의 영토가 한 조각이라도 위협받으면 러시아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고 핵사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주민투표를 통해 우크라이나 점령지 4개 주를 러시아에 편입할 계획이었다. 따라서 푸틴의 경고는 이들 점령지도 러시아 영토로 간주하겠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졌다.

만약 러시아가 실제 핵공격을 한다면 우선 비교적 제한된 범위에만 타격을 주는 전술핵을 동원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미국 과학자연맹’(FAS)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런 전술핵을 1900여기 보유하고 있다. 이들 핵무기는 평소 러시아 전역에 흩어져 있는 벙커 보관시설(이른바 ‘Object-S’) 12곳에 보관되어 있다가, 사용 명령이 떨어지면 34곳의 기지 보관소를 거쳐 핵운용부대에 전달된다. 그러면 이들 부대에선 이들 핵탄두를 ‘칼리브르 미사일’(SS-N-30)과 이스칸데르 미사일(SS-26) 등에 탑재해 적진에 발사한다. 칼리브르는 잠수함이나 수상함에서 쏘는 순항미사일로 사거리가 1500~2500㎞이며, 이스칸데르는 사거리 400~500㎞의 지대지 단거리탄도미사일이다.

미군은 푸틴의 핵위협 이후 정찰위성 등 정보망을 총동원해 이들 핵시설 주변 동향을 면밀해 살펴보고 있지만, 평상시와 다른 움직임은 관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더 수세에 몰리면 반전을 위한 ‘게임체인저’로 핵옵션을 만지작거릴 가능성도 크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제임스 액턴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핵을 터뜨려 공포를 조장한 뒤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만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푸틴이 실제 핵공격을 감행하면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시비에스>(CBS)에 출연해 푸틴의 핵 위협에 대해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핵을 북극해나 흑해 등 공해로 쏘아 위협 수위를 높이는 정도에서 그칠지, 아니면 우크라이나 군대나 민간인 거주지인 도시 등에 쏠지에 따라, 미국의 대응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은 2016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에 전술핵 공격을 한 상황을 가정한 워게임 연습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외교안보 고위 인사들이 모여 대응책을 논의했는데, 핵 보복 여부를 둘러싸고 찬·반이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찬성 쪽에서는 “재래식 전력만으로는 대응이 벅차다”고 주장한 반면, 반대 쪽에서는 “우세한 재래식 전력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미국도 그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핵우산 제공을 약속한 나토 회원국이 아니어서, 당시 워게임과도 상황이 좀 다르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의 에너지장관으로 워게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어니스트 모니즈는 <가디언>에 사견임을 전제로 “핵 사용의 문턱을 넘었다면 매우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꼭 핵을 써야만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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