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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안전운임 3년 연장 접근…이젠 '진짜 효과' 정밀 검증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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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중앙일보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안전운임 관련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뉴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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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품목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화물연대 간 치열했던 힘겨루기가 어느 정도 정리되는 분위기다.

8일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국토교통위원 위원들이 정부와 여당의 ‘품목확대 없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히면서다. 이들은 “제도의 폐지만큼은 막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안전운임제는 올해 말 일몰 예정이다.

물론 대통령실과 여당은 화물연대가 먼저 파업을 풀고 복귀해야만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선복귀라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여야 간에 어느정도 접점은 보이는 모양새다. 이대로라면 지난 2004년 도입 후 첫 업무개시 명령 발동 등 정부·여당의 강공책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결말이 단순한 안전운임제 3년 연장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진짜 중요한 쟁점을 풀어야만 한다. 바로 안전운임이 정말로 교통안전 개선에 효과가 있느냐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명칭은 안전운임인데 교통안전에 별 효과가 없다고 한다면 이 제도를 지속해야 할 이유도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앞서 나온 연구결과들은 안전운임의 효과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중앙일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국토교통부가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안전운임제 시행 전인 2019년과 시행 2년 차인 2021년의 교통사고 현황을 비교한 결과, 견인형 화물차의 교통사고는 2019년 690건에서 지난해는 745건으로 8.0% 증가했다.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인 컨테이너와 시멘트 벌크 트레일러(BCT) 차량은 전체 견인형 화물차(3만 5000대)의 78%인 2만 7500대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9년 21명에서 지난해는 30명으로 42.9%나 치솟았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가 각각 11.5%와 12.9%씩 감소한 흐름과는 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이보다 앞서 한국교통연구원이 2019년과 2020년을 비교했을 때도 교통사고는 소폭(2.3%) 감소했지만, 사망자 수는 19% 증가한 사실이 확인돼 교통안전 효과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

반면 컨테이너 차주와 시멘트 차주의 수입은 각각 24.3%와 111%가 늘었고, 월평균 업무시간 역시 줄어들었다. 차주들로서는 수입은 늘고 근무시간은 단축됐으니 안전운임이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화물연대 측은 또 안전운임 도입 이후 시멘트 품목 과적 경험이 30%에서 10%로 줄고, 12시간 이상 장시간 운행 비율도 많이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노동위험 지수가 낮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앙일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하지만 화주들은 입장이 전혀 다르다. 안전운임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교통사고와 사망자가 증가한 데다 물류비 부담까지 늘어나고 있으니 이 제도를 예정대로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정부로서는 이런 상황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불분명한 교통안전 효과도 그렇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화물운임을 정부가 강제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안전운임 위반 시 화주처벌(과태료 500만원) 규정도 유례가 없다.

그러나 안전운임을 시행한 기간이 3년으로 비교적 짧기 때문에 명확한 효과를 따지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 게 사실이다. 효과 분석을 맡았던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도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기에는 사실 분석대상 기간이 짧다는 한계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안전운임을 3년 연장하되 효과를 정밀 분석해서 그 결과에 따라 제도 지속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대로 준비하고 자료를 축적해서 객관적인 분명한 분석결과를 도출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도 “안전운임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보다 정교한 분석이 요구된다”며 ”차제에 모호한 안전운임 대신 본질에 맞게 명칭을 표준운임 또는 최저운임이라고 바꾸고 이에 맞는 논의를 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전제 없는 안전운임의 단순한 연장은 불필요한 갈등만 지속시킬 뿐이다. 제대로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수순을 밟아야만 한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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