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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가습기살균 성분, 호흡기 통해 폐까지 도달” 최초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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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이 지난해 1월21일 낮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인 에스케이(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의 임직원들 1심 무죄 선고한 법원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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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 중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치아졸리논(MIT)에 호흡기가 노출되면 이 물질들이 폐에 도달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이를 정량적으로 입증한 최초 연구다.

국립환경과학원(과학원)은 8일 경북대학교와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진과 공동으로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진행한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과 메틸이소치아졸리논의 체내 분포 특성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포함된 화합물인 방사성 추적자가 활용됐다.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될 때 방출하는 에너지를 측정하면 해당 화합물의 체내 이동 경로와 분포 특성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방사성 동위원소(C14)가 표지된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과 메틸이소치아졸리논을 합성해 실험용 쥐의 호흡기에 노출시켰다. 그 뒤 정량전신자가방사선영상으로 체내 방사능 농도를 관찰했다.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과 방사성 물질을 합성해 쥐의 비강과 기도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량의 방울을 묻히고, 쥐를 방사선 영상으로 찍어 확인한 것이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 노출 부위인 비강 또는 기도에서 폐까지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과 메틸이소치아졸리논이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최대 일주일까지 노출 부위와 폐에 남아있는 것도 확인했다. 같은 경로로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과 메틸이소치아졸리논이 노출된 실험용 쥐의 기관지폐포세척액을 분석한 결과, 폐 손상과 관련 있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등이 유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과 메틸이소치아졸리논이 호흡기 노출을 통해 폐에 도달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입증한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다. 앞선 국내외 연구는 가습기살균제 물질 중 다른 물질에 대한 연구거나, 이 물질들에 대한 연구더라도 노출 부위가 호흡기가 아닌 다른 부위거나 호흡기 노출을 명확하게 증명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이 물질들이 호흡기 노출을 통해 폐까지 이동하는 것을 방사선 영상을 통해 시각적으로 확인했다. 또 노출 뒤 흐른 시간에 따른 변화를 관찰했다. 노출 뒤 5분, 6시간, 일주일 뒤의 변화에 대한 막대 그래프를 논문에 싣기도 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환경 학술지인 ‘인바이런먼트 인터내셔널’(Environment International) 12월호에 게재됐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과 메틸이소치아졸리논은 다른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과 달리 휘발성이 있고 잘 녹아 폐까지 도달하겠냐는 의문이 있었고, 이 의문이 재판의 쟁점 중 하나다. 앞선 연구는 이 물질들이 호흡기로 들어가 퍼졌다는 게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이번 연구로 이 의문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2심 재판부가 이 연구 결과를 통해 1심과 다르게 판단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법은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인 에스케이(SK)케미칼·애경산업 등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형사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에스케이케미칼의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메틸이소치아졸리논과 폐 손상·천식 간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법원의 판결을 직접 언급하면서 “이번 연구에서 얻은 결론에 비춰보면 이러한 판단은 재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습기살균제 관련 소송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지난 9월27일 제31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에서 피해등급이 정해진 사람까지 441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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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위 사진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합성한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메틸이소치아졸리논을 실험용 쥐의 호흡기에 노출한 뒤 촬영한 정량전신자가방사선영상.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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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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