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외교부가 막았나? 일제 강제동원 양금덕 할머니 '인권상' 수상 무산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민단체 "정부, 일본 눈치보기?" 의혹 제기

뉴스1

미쓰비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미쓰비시 중공업 대법원 배상 판결 4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1.2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91)가 '2022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로 결정됐지만 정작 수상은 무산됐다.

시민단체는 할머니가 한일 간 갈등의 핵심 당사자라는 것이 부담이 돼 정부가 취소한 것은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8일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에 따르면 양금덕 할머니는 지난 11월 24일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심사를 거쳐 '2022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9일 열리는 '세계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양 할머니에게 국민훈장모란장 서훈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6일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시상식을 할 수 없게 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는 연락을 통보받았다.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수상자 결정 안건이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체 확인 결과 인권상 최종 심의 과정에 외교부가 '사전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사실상 외교부 의견이 수상 무산에 결정적이었던 것 같은데 외교부가 자발적으로 낸 것인지, 어디로부터 외교부에 의견서 제출을 요구했는지는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견'을 통해 인권상 수상을 방해하고 나선 외교부에 대해 이게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배상 이행이 안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혹여라도 한일 간 갈등의 핵심 당사자라는 것이 부담이 되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고 털어놨다.

단체는 전날 열린 외교부 서민정 아태국장과의 면담에서도 양 할머니 서훈 '보류'와 관련해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측 관계자는 "서훈 수여는 상훈법상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하는 사항인 바, 관련 부처간의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서훈 수여 대상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인의 수훈을 염두에 두고 행사를 기획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에 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지난 7~9월 피해자 측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4차례 가동한 데 이어 공청회 등의 방식으로 국내 여론을 추가 수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민관협의회가 가동되던 올 7월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 할머니 등이 제기한 미쓰비시의 국내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매각) 명령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가 피해자 측과의 사전 협의 없이 "정부는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대일(對日) 외교협의를 지속 중"이란 내용의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피해자 측과의 갈등이 불거졌다.

피해자 측 대리인들은 해당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지연시키려는 의도에서 외교부가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고 민관협의회 3차 회의 때부턴 전원 불참했고,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뉴스1

미쓰비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미쓰비시 중공업 대법원 배상 판결 4년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1.2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 등에 대한 배상문제에 대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우리 정부에 제공한 약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하면서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자국 기업들에 피해배상을 명령한 우리 대법원 판결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왔다.

이 사이 피해자 측에선 해당 일본 기업들의 국내 상표권 등 자산을 압류·매각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해왔고, 이르면 8월 중 미쓰비시의 상표권 등 매각 여부에 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것을 예상됐었다.

일본 정부가 올 들어 우리 정부와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관련 협의에 응하기 시작한 것도 이처럼 '대법원 판단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제기돼온 사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breat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