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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에 묻습니다, 공정거래법이 노동규제 수단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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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화물연대의 조사방해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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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오기형 국회의원(서울 도봉을, 더불어민주당)

지난 2일 오전 공정위 조사관 17명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화물연대 본부 현장조사를 나섰다. 이어 공정위는 조합원 명부 등 12가지 항목의 자료제출명령을 내렸다. 독과점 사업자의 횡포를 규제하기 위한 경쟁법(공정거래법)이 노동규제나 노동탄압의 수단이 된 셈이다.

100년 전 미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1901년 미국 코네티컷주 댄버리시 한 모자회사에서 회사 쪽이 노동조합 설립을 방해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노동자단체인 미국노동총연맹은 회사를 상대로 전국적인 불매운동을 벌였고, 회사는 미국노동총연맹의 반독점법 위반을 문제삼으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미 연방대법원은 1908년 노동조합의 활동에도 반독점법이 적용된다며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반독점법이 노조탄압 수단으로 변질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1914년 클레이튼법(제6조)에서 “인간의 노동은 상품이나 상거래의 품목이 아니다”고 선언하며 노동조합 활동에 반독점법 적용을 면제하도록 했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 공정위가 화물연대 파업에 공정거래법의 잣대를 들이대고 나섰다. 공정위가 경쟁법의 성격이나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있는지, 형식적인 법 논리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이 규제하는 대상은 ‘사업자’다. 화물연대의 구성원 대부분 ‘개인사업자’ 지위에서 화주와 ‘운송용역계약’을 체결하므로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에 해당하고, 그래서 이들의 단체행동을 규제하겠다는 게 공정위의 발상이다.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형식논리적인 접근이고 상식에도 반한다.

먼저, 화물연대 구성원들의 고용관계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고용형태가 다변화하면서 특수형태고용종사자가 확대됐다. 기업에 고용돼 있던 운송노동자들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입방식(화물차량을 구매해 회사와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운임을 받는 방식)으로 전환하며, 그 지위가 독립자영업자처럼 변했다. 개별적으로는 여러 다른 사정이 있겠지만, 단순화하자면 하는 일은 그대로인데 근로자로서 권리만 잃게 된 측면이 크다. 그래서 대법원도 업무수행과정에 대한 상당한 지휘·감독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그 실질을 반영해야 한다며 지입차주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9두39314 판결 등).

화물연대의 파업도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것이다. 2018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을 논의할 당시 국토교통부는 안전운임제가 “적정운임 보장을 통해서 화물차 시장의 근로여건을 개선하고 과적·과로·과속운전을 방지함으로써 교통안전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경제적 약자의 협상력 강화를 위한 단체구성 및 단체 활동은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우리 헌법(제33조①)이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선언하는 이유도 사용자에 비해 약자인 노동자의 실질적인 협상력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가맹사업법에서도 가맹본부(회사)와의 대등한 협상력을 보장하기 위해 가맹점주들의 단체결성권을 보장하고 있다. 특수형태고용종사자인 화물연대 회원들이라고 다를 게 없다.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다른 불법이 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처리하면 된다. 공정거래법을 수단으로 화물차 운전자들의 근로여건 개선 활동을 규제하겠다고 나선 것은 후진적인 발상이고 경쟁법의 오용이다. 공정위는 진짜 독과점 사업자들의 횡포를 찾아 규제하는 본업에 충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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