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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벤투호의 카타르 항해, 잊으면 안 되는 다섯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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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과 포르투갈 축구국가대표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경기 시작 전 손을 맞잡고 있다. / 알 라이얀|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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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사에서 길이 남을 벤투호의 도전이 막을 내렸다.

첫 겨울 대회인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16강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브라질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첫 원정 8강의 역사는 다음으로 미뤘으나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은 팬들이 가슴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잊으면 안 될 장면들을 모아 봤다.

■투혼의 상징 ‘캡틴 조로’

벤투호의 첫 출발은 불안 그 자체였다. 주장인 손흥민(30·토트넘)이 지난달 2일 유럽챔피언스리그 마르세유전에서 상대 수비수와 충돌로 왼쪽 눈 주위 네 군데 뼈가 골절된 탓이다. 아시아 최고 스타인 그의 출전 여부는 한국을 떠나 월드컵 최고의 이슈였다. 다행히 손흥민은 11월 16일 카타르 베이스캠프에 마스크를 쓰고 나타났다. 손흥민이 착용한 마스크는 양쪽 광대뼈와 콧등 언저리를 감싸는 형태인데, 쾌걸 조로를 떠올리게 만들어 캡틴 조로라는 애칭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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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조규성 선수가 동점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알라이얀|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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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의 탄생…조규성의 첫 멀티골

꿈의 무대로 불리는 월드컵에선 언제나 새로운 별이 탄생한다. 카타르 대회에선 골잡이 조규성(24·전북)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11월 24일 우루과이와 첫 경기에 교체 투입돼 외모로 인기를 끈 것은 가벼운 예고편에 불과했다. 부모님이 “이제는 골로, 축구 실력으로 떴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는데, 지난달 28일 가나와 2차전(2-3 패)에서 거짓말처럼 골 폭죽을 터뜨렸다. 한국 선수가 월드컵 무대에서 한 경기에서 두 골을 넣은 것은 그가 최초다. 경기 결과는 2-3 패배로 끝났으나 그의 두 골이 H조에서 우루과이를 다득점으로 제칠 수 있는 발판이 된 것은 분명하다.

■김민재 결장 오보를 만들어낸 오역 사건

수비수 김민재(26·나폴리)의 출전을 놓고 오보가 쏟아진 것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53)이 가나전을 하루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서 오른쪽 종아리를 다친 김민재의 출전 가능성에 대해 “아직 모른다”고 말한 것을 공식 통역이 황희찬(26·울버햄프턴)과 함께 “출전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전한 것이 문제였다. 벤투 감독이 뒤늦게 오역이라며 정정했지만 속보를 다루는 매체들은 이미 기사를 송고한 상태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이 문제로 국제축구연맹(FIFA)에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이 서한에도 불구하고 오역이 계속 발생해 한숨을 자아냈다.

■노쇼 보상은 어시스트, 고마운 우리형

벤투호의 16강 진출의 숨은 공신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무적)도 빼놓을 수 없다. 3년 전 이탈리아 강호 유벤투스 방한 당시 ‘노쇼’로 큰 상처를 남겼던 그가 3일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의도하지 않은 어시스트로 위로했다. 한국이 0-1로 뒤진 전반 27분 코너킥 상황에서 호날두의 등에 맞고 골문 앞에 떨어진 공을 수비수 김영권(32·울산)이 왼발로 밀어 넣으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린 것이다. 호날두는 이 어시스트 뿐만 아니라 전반 42분 위기 상황을 수비수처럼 헤딩으로 걷어내 환호성을 불렀다. 날강두로 불리던 그가 고마운 우리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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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황희찬이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포르투갈에 2대1로 승리한 뒤 16강 진출이 결정되자 기뻐하고 있다. / 알 라이얀|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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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도하의 기적, 황희찬의 역전 결승골

카타르 월드컵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역시 29년 만에 성사된 도하의 기적이었다. 한국은 종료 직전 포르투갈에 2-1로 승리한 뒤 우루과이가 가나를 2-0으로 꺾으면서 16강 막차를 탔다. 1993년 미국 월드컵 10월 도하에서 극적으로 본선에 진출한 것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도하의 기적을 완성한 이가 바로 황희찬이었다. 측면 날개인 황희찬(26·울버햄프턴)은 대회 시작 전부터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통증에 신음해 첫 2경기를 건너 뛰었다. 포르투갈전에선 뛰겠다고 다짐했던 그는 1-1로 맞선 종료 직전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결승골을 터뜨렸다.

도하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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