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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전기차 충돌 직후 800℃ ‘열폭주’…모서리 박으면 더 위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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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서 아이오닉5 택시 충돌 직후 불길…운전자 숨져

목격자들, ‘히든 도어’ 매립 문손잡이에 “손잡이 없다” 당황


한겨레

소방관들이 지난 5일 건물 외벽에 충돌해 불길에 휩싸인 전기차 진화에 나서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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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중이던 전기자동차가 구조물에 충돌한 뒤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이며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사고가 잇따르며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7일 경북 영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9시30분께 영주시 하망동 일대를 주행하던 아이오닉5 택시가 빠른 속도로 건물 모서리를 들이박았다. 충돌 5초만에 불길이 치솟아 차량 전체로 번졌고, 70대 운전자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전기차 배터리는 화재가 발생하면 최소 2시간 이상 지속된다. 물로는 진화할 수 없어 배터리가 다 타버릴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배터리 팩이 손상되면 내부 온도가 순식간에 800℃까지 치솟으며 불이 번지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날 사고 때도 차량 화재가 1시간50분 동안 지속됐다.

완성차 업계는 그동안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이 내연기관 화재 비율에 견줘 적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전기차는 화재 발생에 따른 피해가 치명적이다. 전기차 운전자들이 차량 화재를 겁내는 이유다. 지난 6월 부산에서 발생한 아이오닉5 화재사건이 대표적이다. 아이오닉5가 고속도로 요금소 충격 흡수대를 들이받은 뒤 곧바로 불길에 휩싸였고, 운전자를 포함해 2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운전자들은 브레이크 고장이나 미끄러짐 발생 등 사고 발생 상황을 만났을 때 대응 요령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산과 영주 전기차 화재에서 발견된 공통점 때문이다. 두 차량 모두 좌우가 좁은 수직 장애물의 모서리 부분을 들이받았다. 부산 사고 때는 고속도로 요금소 충격흡수 분리대, 영주 사고는 건물 모서리를 들이받았다. 수직 구조물의 모서리와 충돌하면 한 곳에 에너지가 집중되면서 배터리에 가해지는 충격이 커지고,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영석 한라대 교수(미래모빌리티공학)는 “급발진 등 사고가 났을 때 전봇대 같은 구조물을 피해야 하고, 평평한 모양의 벽이나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현장 목격자들이 차량 문손잡이를 언급하면서, 일부 전기차에 도입된 매립식 손잡이(히든 도어)도 구설에 오르고 있다. 한 사고 목격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전기차는 옆에 손잡이가 없고, 유리를 깨려고 해도 잘 깨지지 않고”라고 말했다. 사고 차량 문손잡이는 앞부분을 누르면 뒷부분이 지렛대처럼 튀어나오는 형태다. 전기차 제조사들이 앞선 디자인으로 선전하는 부분이다. 최근 차량들은 공기 역학과 디자인을 고려해 히든 도어를 채택하고 있는데, 아직은 목격자들이 이같은 형태의 문손잡이를 처음 접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모양의 문손잡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화재 이외의 위급상황에서도 차 문을 열어주는 등 도움을 주기 어려울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는 “공기저항, 디자인 때문에 매립식 손잡이를 많이 도입하는데, 겨울철에 얼어붙어서 나오지 않는 등 문제가 많다”며 “이 차량은 충돌하면 손잡이가 튀어나도록 돼 있는데, 이 부분이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전기차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안전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디자인 채택 때 안전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과 동일하게 시속 56~64㎞에서 정면·부분정면·측면 충돌시험을 진행한다. 정부 관계자는 “(전기차 별도의 충돌기준은) 국제적으로 논의해야 해 우리 정부 혼자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 함께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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