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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주담대 받은 오너家, 금융비용 급증... 지배주주 위해 기업들 배당 늘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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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강도 높은 통화 긴축에 발맞춰 한국 기준금리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이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됐다. 특히 국내 대기업 총수 일가가 상속세 납부, 경영자금 마련 등을 위해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대출한 금액이 5조원을 넘으면서 이들이 부담할 금융 비용도 늘어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대기업 오너 일가가 늘어난 금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지분을 가진 계열사의 배당 성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높아진 배당성향은 지배주주뿐 아니라 비(非)지배주주에 차별 없이 적용된다. 오너 일가가 많은 지분을 보유한 종목에 투자하면 향후 배당 성향이 높아질 때 투자수익 역시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 대기업 오너家, 주식 담보로 빌린돈 5兆 넘어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가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받은 총 대출 규모는 5조원이 넘는다. 최근 주요 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는 가운데 규모가 큰 인수합병(M&A)이 잇따르면서 자금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최근 총수가 있는 66개 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대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9월 말 기준 141명이 보유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5조3000억원을 대출받았다.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은 대주주 일가의 보유 지분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그대로 인정되기 때문에 지분 매각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선비즈

지난 2015년 야구 경기를 보고 있는 삼성 일가. 오른쪽부터 이서현 사장, 홍라희 전 관장, 이재용 회장./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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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원이 넘는 총 주식 담보 대출금 가운데 2조원 정도가 삼성가의 대출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주식담보대출이 없지만, 고(故)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삼성전자 주식 2101만주를 담보로 850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주식을 담보로 6500억원을 빌렸다.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물산과 삼성에스디에스 주식을 담보로 총 3871억원을 대출받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 주식 343만8010주를 담보로 4065억원을 대출 중이고,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기선 한국조선해양 사장이 주식을 담보로 각각 3215억원과 500억원을 대출받았다.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보유 주식을 담보로 2000억원 이상 대출을 받았다.

◇ 최대주주 일가 배당 확대 가능성…'삼성물산’ 투자 추천

문제는 최근 시중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식담보대출 비용도 커졌다는 것이다. 증권사별로 주식담보대출 한도와 금리, 담보유지비율이 다른데, 최근 금리 수준은 180일 초과 기준 연 7~9% 안팎에 이른다.

증권사들은 보통 전월 기업어음(CP) 91일물을 기준금리에 신용프리미엄, 업무원가 등 비용을 반영하는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 금리를 정하는데,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금리도 껑충 뛰었다. 주식을 담보로 수백억~수천억원의 대출받은 오너 일가의 금리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오너 일가의 핵심 수익원이 지분을 가진 주요 계열사의 배당금인 만큼, 늘어나는 금융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계열사의 배당을 확대하는 전략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물론 기업이 무조건 배당을 확대하기는 어렵다. 주주에게 나눠줘야 할 충분한 자산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실적 개선도 이뤄져야 배당 성향을 높일 수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식 담보 대출 관련 금리가 상승하면서, 지배주주의 배당에 대한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며 “아직은 국내 주요 그룹의 지주사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지만 배당이라는 측면에서는 지배주주와 비지배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오너 일가 지분이 많은 삼성물산이 “최대주주 일가의 배당 확대에 대한 이해관계와 실적 개선이 맞물려서 배당 상향이 기대된다”며 투자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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