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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요즘 도쿄 전망대는 한국인 반, 일본인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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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엔저현상에 너도나도 일본 여행

조선일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 입국장을 가득 메운 한국인 관광객 모습. 일본이 지난 10월 무비자 자유 여행을 허용하면서 여행 규제 빗장이 풀린 데다 엔화 가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일본 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다./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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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10시 30분 일본 도쿄의 명품 의류 매장 ‘플리츠 플리즈 이세이 미야케’ 매장 입구. 한국인 관광객 권모(38)씨는 매장 문을 열기도 전에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 10여 명이 모두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지난주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는 김모(31)씨도 “시부야 스카이 전망대에 갔더니 줄을 선 사람의 절반가량이 한국인 관광객이었다”고 말했다. “동네 골목을 걸을 때조차 한국 단체 관광객들과 계속해서 마주쳤어요.”

일본 열도 곳곳을 한국인 관광객이 채우기 시작했다. 일본이 지난 10월 무비자 자유 여행을 허용하면서 여행 규제 빗장이 풀린 데다 엔화 가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일본으로 향하는 국내 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도쿄·오사카 같은 유명 관광지는 물론이고 지방 곳곳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계속 늘면서, 20~40대 사이에선 “지금 나 빼고 다 일본”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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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円低에… ”나 빼고 다 일본”

지난달 중순 일본 유후인(후쿠오카)으로 3박 4일 여행을 다녀온 주부 김모(45)씨는 입국하는 길 ‘도쿄 바나나’ ‘히요코만주(병아리빵)’ 같은 기념품 과자를 사려고 후쿠오카 공항 면세점에 들렀으나 판매대에 상품이 하나도 없어서 당황했다고 했다. “같은 비행편 이용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미 과자를 싹쓸이해서 사갔더라고요(웃음).”

일본정부관광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49만8600명이었다. 이전 달보다 2.4배가 늘었다.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덕분이다. 이 중 한국인은 12만2900명으로 가장 많았다. 미국·홍콩·대만·태국이 그 뒤를 이었다. 코로나 확산 이전에 비하면 아직 훨씬 적은 숫자이긴 하다. 2018년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745만명으로 중국(838만 명)에 이어 둘째로 많았다. 한 달 평균 62만명이다. 일본정부관광청 관계자는 “빗장을 열자마자 한국인 관광객이 코로나 이전의 20% 정도를 회복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두 달 만에 숫자가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엔 일본 지방 소도시에서 ‘한 달 살기’를 시도하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 각종 여행 커뮤니티에는 “저녁에 마트나 편의점 털이 하는 즐거움이 있고 전반적인 물가가 저렴해서 한 달 살아볼 만하다” 같은 후기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국내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은 반면 일본 엔화 가치는 급격히 하락해 상대적으로 일본 물가가 저렴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엔화 환전액은 1년 만에 7배가 증가했다. 지난 10월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개인 엔화 환전 규모는 103억1782만엔(약 992억원)으로 지난해 10월 14억7562만엔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7배로 늘어났다. 환차익을 노려 투자하려는 이들이 많아진 것도 있고 일본 여행을 위해 엔화를 사모으려는 이들도 많아져서다. 일부 은행 영업점은 엔화 부족 현상까지 겪고 있다.

일본행 항공편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12월에 인천∼삿포로, 인천∼오키나와 노선을 재개했고, 일본 노선을 주 단위 왕복 88편까지 늘렸다. 아시아나항공도 오사카 후쿠오카, 나고야 노선을 증편했다. 조만간 일본 노선을 주 단위 왕복 66편까지 늘릴 계획이다.

◇커지는 관광 수지 적자

국내 관광객이 일본을 비롯한 해외로 자꾸 빠져나가면서 제주도의 일부 특급 호텔을 제외하면 국내 주요 관광지 숙박 시설은 최근 예약이 남아돌기 시작했다. 지난여름 성수기까지만 해도 예약률이 90%에 달했던 강원도 유명 펜션·호텔도 최근엔 객실 예약률이 70%까지 떨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강원도 특급호텔 관계자는 “작년 코로나 특수를 맞았던 시절에 비하면 확실히 손님이 줄었고 크리스마스 패키지도 예년만큼 잘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광수지 적자는 매달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월 2억4690만달러(약 3261억원)였던 관광수지 적자는 지난 8월 5억9920만달러(약 7918억원)로 늘었다.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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