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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희망이 된 ‘중꺾마’… “결과보다 과정, 다시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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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등 역경 겪는 청년세대

월드컵 대표팀 보며 의지 다져

“즐겁고 내용 보람차면 의미 있어”

SNS ‘#중꺾마’ 해시태그 번져

동아일보

축구 국가대표팀이 3일 포르투갈과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 3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황희찬의 드라마 같은 결승골로 2-1 역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진출했다. 태극전사들이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의 ‘붉은악마’ 응원단 앞에서 태극기를 펼친 채 단체로 사진을 찍고 있다. 알라이얀=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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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와 불면증으로 약 3년 동안 준비했던 공무원 시험을 포기했던 우현우 씨(26)는 최근 카타르 월드컵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보며 다시 도전할 힘을 얻었다고 했다. 우 씨는 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모두가 어려울 거라고 했던 16강 진출을 이뤄낸 뒤 대표팀이 펼쳐든 태극기 속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문구가 마음에 와닿았다”며 “시험이 주는 압박에 짓눌리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아보려 한다”고 했다.
○ 새 월드컵 정신은 ‘중꺾마’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문구가 월드컵 이후 폭발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대표팀이 보여준 불굴의 의지에 감동받은 이들이 ‘중꺾마’라는 축약어를 통해 스스로를 응원하는 모습이다.

취업준비생 이성재 씨(26)는 “포르투갈전에서 손흥민 선수가 수비수 5, 6명이 에워싼 상황에서 공을 끝까지 지켜낸 뒤 어시스트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꺾이지 않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취업 준비를 하면서 마음이 꺾일 일이 많은데 새해엔 ‘중꺾마’의 정신으로 난관을 이겨 내겠다”고 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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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학업, 취업, 운동 등 각자의 목표를 담은 글과 함께 ‘#중요한것은꺾이지않는마음’ ‘#중꺾마’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 문구는 원래 게임 프로팀 ‘DRX’의 주장 데프트(본명 김혁규·26)가 지난달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 대회 우승 뒤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프로게이머로선 노장에 속하는 그가 약체 팀을 이끌고 우승하자 감동을 받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그러다 이달 3일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포르투갈전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뒤 관중으로부터 건네받아 펼쳐든 대형 태극기에 쓰인 채 카메라에 잡히면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

전문가들은 ‘N포족’ 등 주로 부정적 표현으로 묘사됐던 청년세대 속 ‘내면의 의지’가 월드컵을 계기로 분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청년세대가 ‘역경을 견디지 못한다’는 편견이 있지만 ‘입시 지옥’을 버텨낸 성실성과 끈기는 다른 문화권 청년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끝까지 해내겠다는 결기가 반영된 키워드가 ‘중꺾마’”라고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집값 상승과 주가 폭락, 취업난 등 ‘역경의 시대’를 사는 청년세대가 월드컵을 계기로 느낀 카타르시스와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중꺾마’로 표현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응원단 ‘붉은악마’의 카드섹션 문구 ‘꿈은 이루어진다’가 유행한 것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문구가 ‘결과’를 중시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 문구는 ‘과정’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실제로 한국 대표팀이 승리하지 못한 가나전과 우루과이전, 브라질전에서도 서울 광화문에 모인 거리응원단은 끝까지 대표팀의 멋진 빌드업 플레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직장인 황다영 씨(29)는 “대표팀이 브라질에 0-4로 끌려가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후반전에 골까지 성공시키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며 “결과를 떠나 내용이 보람차고 즐겁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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