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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내 생애 첫 반박글- 비건이 반달리즘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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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민 97.2%가 공장식 밀집사육 환경의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가장 개선이 필요하다고 꼽은 축종은 돼지였다. 사진 어웨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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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이우주 | <네, 면서기입니다> 저자

모두의 생명을 존중하는 비거니즘을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을 파괴하는 반달리즘으로 지칭한 ‘비건이 ‘종교’가 되면’이란 칼럼을 한 경제신문에서 읽었다. 칼럼은 ‘어떤 극단적 정치 이념보다 위험’할 수 있는 비거니즘의 정책화와 채식지향의 세계적 추세를 우려한다. “동물성 단백질이 식물성보다 필수 아미노산 함량 등의 측면에서 더 우수하다는 것도 ‘과학’”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단백질 평가기준인 DIAAS는 점수가 0.75 이상이면 좋은 단백질로 구분하는데 소고기가 1.1, 계란과 감자가 1, 콩이 0.99다. 과도한 영양섭취로 병들고 있는 현대인에게 소고기를 줄이고 감자나 콩을 먹어보자는 제안이 위험할까.

칼럼은 또 동물복지단체의 압박을 받은 정부가 “임신돈을 고정틀(스톨)에서 사육하는 걸 금지하는 등의 탁상정책을 도입했다”며 “스톨이 없으면 새끼 돼지가 어미 돼지에게 깔려 죽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어미 돼지 간 다툼으로 유산 확률도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고기로 태어나서>를 쓴 한승태 작가는 자신이 일한 돼지농장의 스톨은 어른 팔 정도 길이에 돼지가 고개도 돌릴 수 없는 정도의 폭이었다고 한다. 돼지들은 그곳에서 일어나지도 눕지도 못한 채 정신장애 행동을 보이다 3년을 살고 처분된다.(돼지는 10년을 살 수 있다) 그 농장에서 임신돈이 땅을 밟는 순간은, 분만하러 오가는 20분씩 1년에 두번이었다.

국립축산과학원 축산환경과 연구사들이 공동저자인 ‘분만 면적의 차이가 분만돈의 생산성과 자돈의 성장능력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보면, 분만틀에서 새끼돼지 0.5두, 넓은 분만시설에서 1.5두가 폐사됐다. 하지만 분만 때 사산된 새끼돼지 수는 좁은 시설은 2.17두, 넓은 시설은 0.46두였다.

칼럼을 내보낸 <한국경제신문>은 며칠 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버섯소재 가방을 내놓았고, 샤넬은 악어가죽을 사용하지 않으며, 루이뷔통과 구찌는 옥수수와 재활용 재료로 신발을 만든다는 특집기사를 냈다. 실제 패션, 건축, 유통 등 다양한 세계시장에서 비거니즘이 확산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을 보면, 소비자들은 채식을 지향하고 비건 화장품을 쓰는 이유로 ‘안전한 먹거리, 기후변화, 동물실험 거부, 인류공존의 가치 추구’ 등을 꼽았다. 칼럼이 “식용동물을 키워 그걸 먹는 사람에게 해가 없도록 하는 게”‘ 동물복지의 목적이라고 말할 때, 임신한 돼지가 누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식용동물을 인간으로 착각한 결과”라고 말할 때, 비거니즘을 “사이비 종교는 아닌지, 사기는 아닌지 거듭 의심해야 한다”고 말할 때 윤리소비를 실천하는 세계시민은 늘고 있다. 반갑고 감사한 일이다.

종교가 믿음을 통해 삶의 궁극적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나의 비거니즘 신념이 종교가 된다 한들 무엇이 문제일까. 무조건 고기를 먹지 말자는 게 아니다. 서로의 생명을 조금 더 존중하는 것, 인간 아닌 것들은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것에 관해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을 뿐이다. 공교롭게도 이 칼럼과 같은 날 나온 서한나 작가의 <한겨레> 기고 글 일부로 나의 생애 첫 반박글을 마무리한다.

“글 안에서 현실은 편집된다. 제 눈에 어떤 것이 진짜 현실인지, 그중 어떤 장면이 쓸만하다고 생각하는지 판단하는 과정에는 주관이 작용한다. 자신이 세계의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제 글이 세계를 어디로 이끄는지 모른다면 열심히 쓸수록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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