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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일하는 국회법’ 2년 전수조사…17개 상임위 모두 법 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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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소병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가결 시키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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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국회법’ 시행 2년째에도 국회의원의 업무 태만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가 극한 정쟁만 반복하면서 매달 상임위 전체회의는 최소 2차례, 상임위 법안소위는 최소 3차례씩 열도록 한 국회법 조항(49조의2 2항, 57조 6항)은 유명무실해졌다.

‘일하는 국회법’은 의원들의 의정 활동 강화를 위해 상임위의 의무 운영 규칙을 명문화한 것으로, 2020년 12월 9일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 반영된 내용이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각 상임위 전체회의는 매월 2회 이상, 소위는 3회 이상 개최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상임위 회의 출결 사항 공개, 입법심사 활성화를 위한 임시회 개회(6월 1일, 8월 16일) 의무화도 법안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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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중앙일보가 7일 ‘일하는 국회법’ 시행(2021년 3월 23일) 후 지난 20개월간 국회 17개 상임위 회의를 전수 조사한 결과, 국회법을 제대로 지킨 상임위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단 한 달 만이라도 회의 의무개최 횟수(전체회의 2회, 법안소위 3회)를 지킨 상임위는 국회운영위(2021년 4월), 외교통일위원회(2021년 6월), 기획재정위원회(2021년 11월), 교육위(2022년 11월), 환경노동위(2022년 11월) 등 5곳에 불과했다. 국회 사무처 직원 조차 “일하는 국회법은 이미 사문화(死文化)됐다”고 말하는 이유다.

특히 여야 중진들이 많은 상임위일수록 업무를 게을리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선 의원들이 많은 국회 국방위와 외통위는 전체회의를 각각 25차례, 27차례 열었다. 평균 23~24일에 한 번꼴로 회의를 연 셈이다. 아예 반년 가까이 회의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는 식물 상임위가 된 곳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9일 전체회의를 끝으로 올해 5월 17일 이전에 회의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일하는 국회법’은 위반하더라도 제재조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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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러다 보니 쟁점 법안들이 밀도 있는 논의를 거치기보단, 상임위 내 반짝 논의를 거쳐 다수결로 강행 처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민의힘이 ‘날치기’라고 반발했던 ▶소상공인 지원법 개정안(소위 4회, 전체 회의 1회) ▶양곡관리법 개정안(소위 1회, 전체 회의 2회) ▶방송법 개정안(소위 2회, 전체 회의 2회) 등은 단 3~5차례 회의를 거쳐 상임위를 통과했다.

그마저도 충분한 토론이 이뤄지기엔 회의 시간이 짧았다. 양곡관리법은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선 단 1시간 49분 논의를 거쳤다.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선 총 1시간 반 남짓 심사를 거쳐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다수결로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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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날치기 방송법' 규탄 피켓을 붙여놓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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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상임위를 통과한 방송법 개정안은 민주당 당론 법안이 발의된 이후 두 차례 법안소위에서 논의됐지만, 심사에 걸린 시간은 도합 3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이런 탓에 지난 2일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한 과방위 전체 회의에서도 여야는 “민주당이 충분히 숙의하도록 한 국회법 취지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본인들이 공부하지 않고 논의를 왜 안 했느냐고만 한다”(고민정 민주당 의원)라며 고성을 주고받았다.

이제라도 ‘일하는 국회법’을 지켜져야 한다는 데에는 여야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국회법을 공동 발의했던 민주당 중진 의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여야가 하도 의사일정으로 싸우니 법에 명문화해 자동으로 열게 하려 했던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일하는 국회가 자리 잡아야 한다”(중진 의원)는 말이 나온다.

다만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해법을 묻자, 여야는 ‘네 탓’만 했다.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여당이 회의에 참여할 의지가 없는 게 문제”라고 했고, 일하는 국회법 공동발의자였던 국민의힘 의원은 “이 법의 원래 취지는 합의와 협치인데, 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이니 지켜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김정재 인턴기자 kang.boy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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