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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화물연대본부 “9일까지 파업하라”… 광양항 지부 “더 못버텨”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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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화물연대 파업 13일째인 6일 전남 광양항에 화물 차량들이 오가고 있다.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화물차가 치워져 있고 차량들이 화물을 반출입하기 위해 드나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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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화물연대 총파업(집단 운송 거부)이 2주째 이어지면서 화물연대 내부에서 ‘파업을 지속하라는 본부 뜻을 더 이상 따르기 힘들다’는 동요가 일고 있다. 민노총은 6일 전국에서 벌인 총파업을 계기로 반(反)정부 투쟁 전열을 가다듬을 계획이었지만, 오히려 이탈 노조가 속출하면서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5일 화물연대 본부는 전남 광양항에 드나드는 화물 차주 90%가 가입해 있는 전남지역본부에 “9일까지 운송 거부를 지속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은 국회 국토교통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안전운임제 연장 또는 폐지 방안을 논의하는 날이다. 하지만 전남본부는 “더는 버티기 힘들다. 운송을 재개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수입이 끊긴 조합원들이 겪고 있는 생계 고통이 너무 크다는 이유다. 전남본부는 6일 새벽까지 내부 회의를 거쳐 결국 ‘운송 재개’ 결정을 내렸다. ‘파업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라’는 본부 요청을 현장에서 거부한 셈이다.

이전까지 ‘강성’으로 통하는 전남본부가 운송 거부를 주도하면서 광양항은 컨테이너 차량 운행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마비 상태였다. 하지만 6일 오전부터 광양항 3개 출입구를 막고 있던 600여 대 화물 차량 대부분이 파업 대오에서 이탈했고, 인근에 설치됐던 농성 천막 60여 개도 대부분 철거됐다.

막힌 물류가 재개되면서 광양항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하루 만에 평시 수준을 웃도는 회복세를 보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일 기준 광양항 반출입량은 9184TEU(1TEU는 20피트, 약 6m 길이 컨테이너 1개)로, 평시(8027TEU)보다 14%가량 많았다. 이틀 전(5일)에는 137TEU에 불과했다. 운송 재개 결정에 광양항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 본부는 “운송 거부를 계속해 달라는 요청을 전남본부에 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업무 복귀 화물 차주가 계속 늘면서 물류 수송은 점점 정상화되고 있다. 7일 전국 12개 주요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보다 15% 더 많았다. 시멘트는 7일 18만t가량 운송돼 평시의 96% 수준까지 회복됐다. 레미콘 생산량도 평시의 71% 수준으로 올라왔다. 총파업 관련 철야 대기 인원은 지난주까지 전국 3200명 수준을 유지했으나, 6~7일에는 절반 수준인 1460여 명으로 감소했다.

민노총은 파업 동력을 끌어올릴 돌파구가 없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선(先)복귀 후(後)대화’를 고집하고 있는 데다 현대중공업·현대제철·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사업장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노동계에서는 “민노총이 더 이상 파업을 끌고 가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노총 본부 차원 지침이나 지휘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노총은 다음 주 중 한두 차례 추가 집회를 열고 파업 동력을 이어가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현장 참여가 저조할까 봐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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