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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삼성전자 세탁기사태發 후유증?…인력수혈에 일시금 2천만원 파격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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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잡포스팅에 이례적 파격 조건 내걸고 인력 충원 나서…분위기 쇄신에 안간힘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용 회장이 취임 후 처음 단행한 삼성 정기 인사에서 매섭게 칼질했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력사원 공개 채용에 나선 데 이어 사내에서도 우수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일시금 2천만원 지급 등의 파격 조건을 내걸어 분위기 쇄신에 나섰지만, 내부 반응은 냉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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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스포크 냉장고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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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지난 5일까지 영업마케팅, 개발, 품질, 디자인 분야를 대상으로 경력 모집에 나선 데 이어 최근 내부 인력 충원에도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내 게시판에 DX부문 임직원을 대상으로 생활가전사업부 인력을 모집한다고 공지했다. 영업마케팅, 개발, 품질 등 전 분야에서 최대 수십 명씩 뽑을 것으로 전해졌다.

서류와 면접을 거쳐 합격하게 되면 특별 인센티브 일시금 2천만원이 주어진다. 또 향후 3년간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과 목표 달성 장려금(TAI·옛 PI) 등 인센티브 지급 시 현 소속 사업부서와 생활가전사업부 중 상위율을 적용한다. 3년 뒤 기존 사업부 복귀가 가능하다는 조건도 함께 내걸었다.

업계에선 이번 일을 두고 이례적으로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통상 각 사업부의 인력 수요 등에 따라 수시로 내부에서 '잡포스팅'을 하고 있지만, 이 같은 파격 조건을 내건 것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올해 7월 '세탁기 유리문 깨짐 사고' 이후 내부 분위기가 위축되면서 전반적인 쇄신 작업이 일어난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이달 1~2일에 걸쳐 진행된 삼성전자 임원 퇴임 통보 대상자에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주요 보직을 맡았던 여러 부사장들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생활가전, 영상디스플레이(VD), 반도체 등의 사업부를 중심으로 여러 임원들이 퇴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특히 생활가전사업부에서 퇴임하는 임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MX(모바일경험)사업부는 다른 곳에 비해 퇴임 임원에 대한 얘기가 좀 적은 편"이라며 "생활가전사업부는 품질 이슈 논란이 있었던 만큼 이를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대상자들이 이번에 대거 물갈이 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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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7일 사내 게시판에 DX부문 임직원을 대상으로 생활가전사업부 인력을 모집한다고 공지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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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드럼세탁기 '비스포크 그랑데 AI'의 강화 유리문이 파손되는 사고가 잇따르며 논란이 일었다. 이 여파로 지난 10월에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국정감사에 이재승 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사장은 같은 달 중순 돌연 사임했다. 직전까지 '부산 엑스포' 홍보와 글로벌 경영에 적극 나섰다는 점에서 업계에선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이 사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후임 생활가전사업부장으로 현 대표이사이자 DX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을 겸직 위촉했다. 이 전 사장은 대표이사 보좌역으로 위촉돼 가전 비즈니스 관련 자문, 지원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전 사장은 최근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현업을 챙기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으나, 일각에선 지난 7월부터 이어진 '세탁기 불량 사태'와 관련해 국정감사 증인으로까지 채택된 것이 부담을 줬을 것으로 봤다.

재계 관계자는 "이 전 사장이 이 일로 이재용 회장의 눈 밖에 났다는 얘기들이 있다"며 "이 전 사장의 돌연 사임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이유들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이와 관련된 이유였다면 대표이사 보좌역으로 위촉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전 시장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전 사장이 상당한 부담을 느껴 사퇴했다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심리 하락 현상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가전·전자 제품 시장 불황이 장기화돼 실적이 큰 타격을 받고 있어서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 사업부 매출은 14조7천5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천500억원으로 67.1%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비스포크'로 흥행 몰이에 성공했지만, 이후 자체 생산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병행 전략으로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가전 시장에서 브랜드 신뢰를 잃었단 지적이 많다"며 "경기 악화 영향도 있지만 시장에서의 신뢰도 하락이 실적과 내부 분위기에 부정적 영향을 준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른 내부 구성원의 사기 저하도 문제로 불거졌다. 삼성전자는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실적을 고려해 월 기본급의 최대 100%까지 지급하는 '목표달성장려금(TAI)' 제도를 운영 중인데, 생활가전사업부는 올 상반기 지급률이 모든 사업부 중 가장 낮은 62.5%로 알려졌다. 반면 DS부문의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시스템 LSI 사업부, 스마트폰 사업부인 MX사업부와 네트워크사업부,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모두 최대치인 월 기본급 100%를 받았다. DS사업부 내 LED사업부도 월 기본급의 75%를 받았다.

이에 생활가전사업부 내부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며 올 들어 이탈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이탈은 인플레이션, 전쟁, 도시봉쇄 등에 따른 수요 감소 등으로 향후 생활가전사업부의 실적 전망이 좋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반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활가전사업이 매년 두 자릿수의 매출 증가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최근 수 년간 국내 인력이 감소한 것에 비해 충원이 쉽지 않아 인력 불균형이 발생했다"며 "다양한 임직원의 경험과 역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것도 이처럼 나선 이유"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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