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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벤투호, 역대 최다 21명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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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손흥민이 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브라질과의 경기 종료 후 김민재와 악수를 하고 있다. 도하|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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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환향한 벤투호의 원동력에선 유연한 용병술이 빠지지 않는다.

누가 뛰어도 제 몫을 하다보니 전반보다 후반에 더 강한 팀으로 불렸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쏟아낸 5골 중 4골(80%)이 후반전에 나왔는데, 상대가 지칠 시간대에 거꾸로 몰아쳤다는 얘기다.

벤투호는 교체 투입되는 선수마다 그야말로 판을 흔들었다. 지난달 28일 가나와 2차전에서 후반 12분 0-2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교체 투입된 이강인(21·마요르카)이 불과 1분 만에 조규성(24·전북)의 만회골을 도운 것이 대표적이다.

3일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선 햄스트링 부상으로 신음하던 황희찬(26·울버햄프턴) 역시 후반 21분 교체 투입돼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고, 6일 브라질과 16강전은 후반 0-4로 밀리는 경기에서 백승호(25·전북)가 교체 카드로 출전해 왼발 중거리슛으로 최소한의 자존심을 챙겼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선수 뿐만 아니라 손준호(30·산둥)와 권경원(30·감바 오사카) 등 수비 라인에서도 기회만 주어지면 제 몫을 하는 선수들이 즐비했다. 대회 직전까지 쓰는 선수만 쓴다는 비판을 받았던 파울루 벤투 감독(53)은 가장 중요한 순간 자신이 뽑은 모든 선수를 믿었다는 점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이기도 하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과감한 기용과 관련해 “우리 선수들이 경기하는 방식이나 경쟁하는 방식, 자신들이 믿는 플레이로 승리하는 걸 보여준 것에서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1분이라도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는 전체 26명 21명이었다. 한국 축구의 역대 월드컵 도전사를 살펴본다면 역대 최다에 달하는 숫자다. 종전 최다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의 20명이었고, 대부분 17명에서 19명만 출전 기회를 얻었다.

벤투 감독의 변화는 벤치에 앉은 선수들의 남다른 마음가짐이 큰 영향을 미쳤다.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선 주전이 잘 바뀌지 않는다. 선수들도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사소한 훈련부터 최선을 다해 분위기를 바꿨다. 경기를 뛰는 선수도, 뛰지 않는 선수도 서로를 존중했다.

‘큰’ 정우영(33·알사드)은 “경기를 출전하지 않는 선수도 평소 최선을 다했기에 갑자기 출전 기회를 얻은 상황에서 결과를 낸 것”이라며 “우리 팀은 누구보다 잘 준비됐던 팀”이라고 말했다.

아쉽게도 이번 대회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윤종규(24·서울)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선수라면 당연히 뛰고 싶다. 경기를 기다리는 것도 선수의 몫”이라면서도 “약(진통제)을 먹어서라도 참고 뛰는 선수들을 보면 우리는 한 팀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려면 얼마나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떠올렸다.

도하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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