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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로봇이 온다

[르포]로봇팔이 토마토를 딴다…한국형 스마트팜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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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과채류 수확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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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주=김혜원 기자] 스마트팜의 국제표준으로 자리 잡은 반밀폐형 온실에 들어서자, 가제트 팔 같은 로봇 팔이 잘 익은 토마토만 쏙 골라 따낸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작물 생산량 모니터링 로봇이 토마토를 자동으로 인식해 숙도(익은 정도)를 먼저 분류해줘서 가능한 일이다.

1000평 온실을 기준으로 기존에는 2명이 두시간 반 동안 방제 작업을 했는데, 이제는 방제 로봇이 1시간 반이면 혼자 같은 일을 해낸다. 물론 농가에서는 사람의 손길 없이 100% 자동화하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일 수 있다. 그래서 극소수의 작업자를 운반 로봇이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졸졸 따라다니며 일손을 돕는다. 예전에는 80kg 적재 후 하역장으로 사람이 이동했다면 이제는 250kg을 거뜬히 싣고 운반 로봇이 자동으로 움직이니, 효율이 비교 불가할 정도로 좋아졌다.

이는 가까운 미래, 우리 농촌의 모습을 미리 그려본 것이다. 현재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안에 있는 스마트팜에서 현장 실증 중인 로봇들이다. 6일 찾은 농촌진흥청 첨단 디지털 온실은 '시간과 계절 제약 없이 최적의 생육 환경'을 지향하는 한국형 미래 온실이다. 온실마다 머리 위 모니터를 통해 실내외 온도와 습도, 풍향·풍속, 이슬점, 일사량 같은 기상 정보는 물론 온실 내 작업 내용을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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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온실 문이 열리자, 프로토타입의 방제 로봇이 바닥에 깔린 마그네틱 레일을 분주히 오간다. 로봇의 무게를 더 줄이고 성능을 개선하면서 접목 연구하는 단계에 있는 방제 로봇은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응한 생산 무인화 설비다. 입구 한쪽에는 토마토 개체를 인식해 숙도를 판정하는 생산량 측정 시스템 모니터가 놓여 있었다. 쉽게 말해 수확 로봇이 따야 할 최적의 토마토 또는 아직 수확이 이른 숙도가 낮은 토마토를 골라내는 작업을 또 다른 로봇이 하는 것이다. 로봇이 토마토의 영상을 찍으면 AI 기술을 기반으로 채색기(수출용)와 도색기(내수용), 완숙기 등 6단계로 익은 정도를 골라낸다. 김경철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스마트팜개발과 농업연구사는 "적산온도 기반의 다양한 과채류 작물의 수확 시기 예측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압권은 수확 로봇이다. AI가 점찍은 수확 가능한 토마토를 사람이 아닌 로봇이 따내는 게 최종 목표다. 현재는 기술 개발 초기로 2024년까지가 과제 기간이다. 이날 프로토타입의 로봇 시현에서 토마토를 수확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로봇이 시도는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김 농업연구사는 "숙달 농민이 토마토 한 개를 따는 데 5초가 걸리는데 향후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수확 로봇의 기술력 역시 이 수준까지 고도화할 계획"이라며 "숙달 농민은 5시간 연속 작업이 가능한 데 반해 수확 로봇은 24시간 돌릴 수 있어 최종적으로 사람의 노동력을 4배 이상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과 로봇의 협동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농촌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 작업자가 운반 로봇을 호출하면 다중 센서를 따라 자율주행하는 것은 기본이며 수확물을 혼자 하역장까지 운반하는 것도 로봇의 몫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김 농업연구사는 "국내 농업 현장에 로봇이 적용된 사례는 극히 적지만, 지속가능한 농업 기술을 위한 농업 로봇 개발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생산량 측정 로봇 기술 개발을 시작으로 방제, 수확, 운반 농작업 로봇을 통해 농업 현장에 적용하는 날까지 기술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주=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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