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100세시대 건강]건강 검진도 과해서 좋을 게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손기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검진을 많이 하는 나라다. 병원들은 저마다 검진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고, 많은 직장에서 직원이나 직원 가족에 대한 복지로 해마다 검진을 지원해 주기도 한다. 또 국가적으로도 검진 프로그램을 나이에 따라 거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검진받지 않으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검진을 꼭 받으라는 연락을 주기도 한다. 검진은 예방의 아주 중요한 방법이므로, 검진에 대해 국민들이 잘 알고 열심히 검진받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검진에 대한 오해도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검진은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하는 것이다. 만약 어떤 증상이 있어서 '검사를 해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 경우라면 검진을 받는 것보다는 그 증상에 대해 의사와 상의하고 적절한 진찰과 검사를 해야 한다. 검진으로 여러 가지 검사를 해보는 것보다 의사의 진료를 받았을 때 그 증상에 정확히 필요한 검사, 때로는 더 정밀한 검사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의사와의 진료와 검사를 통해 뭔가 불편한 것의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을 때 종합검진으로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개 검진을 해도 원인을 찾지 못한다. 우리 몸의 여러 가지 증상 중에 어떤 검사를 해도 원인이 확인될 수 없는 것이 적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종합검진으로 우리 몸의 구석구석 검사를 해서 몸에 대해서 다 알아보겠다고 하는 분도 많다. 하지만 검진으로 검사를 많이 하더라도 우리 몸을 속속들이 다 들여다볼 수는 없다. 검진의 개별검사들은 빨리 찾아내고자 하는 중요한 병이 있다. 이것을 목표 질환이라 부른다. 달리 말하면 종합검진의 검사들은 각각 찾아내고자 하는 목표 질환들이 있어서, 그 외의 병이나 상태를 볼 때는 효과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검진하다 보면 목표 질환 외에도 다른 것을 우연히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우연히 검진을 통해서 발견하게 된 것들이 우리 건강에 꼭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없다.

어찌 됐든 검사를 충분히 많이 할수록 내 몸 상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니 나한테는 이로운 것이 아닐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검진이라는 것은 검사를 통해 어떤 병이 있는지 빨리 알게 하는 것이다. 어떤 병은 빨리 알아서 빨리 치료를 시작하면 늦게 치료하는 것보다 좋은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모든 병이 검진으로 빨리 발견한다고 해서 결과가 좋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진료 중에 췌장암에 대한 검진을 받고 싶다고 상의하는 분이 많다. 췌장암은 검사로 빨리 발견한다고 해서 치료 결과가 더 좋아진다는 근거가 없으며, 따라서 검진을 추천하기 어려운 병이다.

또 한 가지 생각할 것이 있다. 같은 병에 대해서도 모든 검사가 검진에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번 생각해볼 만한 것이 혈액검사를 통해서 암이 있는지 확인하는 검진이다. 한 예로 대장암은 검진 효과도 입증돼 있고 검진을 해야 하는 중요한 병이다. 따라서 검진을 한다고 하면 대변으로 하는 검사, 혈액으로 하는 검사, 내시경으로 하는 검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검사 중에 대변으로 하는 검사나 내시경으로 하는 검사는 검진 효과가 있다고 입증된 검사들이지만, 혈액으로 하는 검사는 검진으로는 효과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 대부분 이런 혈액을 통한 암 검진 검사들은 검사에서 이상이 나와도 실제로는 그 암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 현재로서는 혈액으로 하는 대부분의 암 검사는 검진 말고 다른 목적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검사들이다.

검진은 가만히 있었으면 알지 못했을 중요한 병을 빨리 발견해서 그 병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나쁜 결과를 막아주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검진도 과하게 해서 좋을 것은 없고 더 하면 더 할수록 좋은 게 아니다. 검진이 효과적인 병에 대해서 효과적인 검사 방법으로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고 이에 대해 주치의와 상의해 볼 필요가 있다.

손기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