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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메시, 블랙리스트에 올려야”… 멕시코 의원 열받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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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달 26일 오전(현지 시각)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C조 2차전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경기에서 메시가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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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한 하원 의원이 ‘멕시코 유니폼 발길질’ 논란을 일으킨 아르헨티나의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를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교적 기피인물은 ‘불청객’이나 ‘블랙리스트’ 같은 개념으로, 지정될 경우 해당 국가에서 추방되거나 입국이 금지된다.

6일(현지 시각) 멕시코 하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관보에 따르면, 여당 국가재건운동(MORENA·모레나) 소속인 마리아 클레멘테 가르시아 의원은 메시에 대한 ‘페르소나 논 그라타’ 지정을 외교부에 제안했다. 외교적 기피 인물인 페르소나 논 그라타는 라틴어로 ‘환영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뜻이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는 비엔나 협약에 의거, 특정 인물을 정부가 받아들이고 싶지 않거나, 해당 인물이 주재국에서 문제를 일으켰을 때 일방적으로 선언할 수 있다. 통상 스파이 행위가 발견되거나 과거 전범 전력 등이 확인될 때 지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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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화를 벗다 유니폼을 발로 차는 듯한 행동을 한 메시. /유튜브


가르시아 의원은 메시가 멕시코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같은 제안을 했다. 가르시아 의원은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 후 라커룸에서 녹화된 영상이 국내외 언론에 보도됐다”며 “영상에 따르면 메시는 바닥에 있던 멕시코 선수 유니폼을 밟고 발로 찼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멕시코에 대한 ‘명백한 경멸’이자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메시에 대해 응당한 조처를 할 것을 외교부에 요구했다.

가르시아 의원이 언급한 행동은 지난달 26일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아르헨티나가 멕시코를 2대0으로 꺾은 뒤 메시가 라커룸에서 동료와 함께 승리를 축하하다 나왔다. 당시 촬영된 영상을 보면, 메시는 오른쪽 축구화를 벗는 과정에서 바닥에 놓인 멕시코 유니폼을 발로 무심코 건드렸다. 이윽고 메시는 양쪽 축구화를 모두 벗은 뒤 일어나 노래에 맞춰 점프하며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이 영상은 ‘멕시코 유니폼을 걷어차고 있는 메시’ 등의 제목으로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일파만파 퍼졌다. 멕시코 축구 팬들은 “메시가 멕시코를 대놓고 무시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 프로복싱 미들급 최강자로 꼽히는 멕시코 복서 알바레스도 트위터를 통해 “메시는 내가 그를 찾지 않도록 신에게 기도해야 할 것”이라며 “내가 아르헨티나를 존중하는 것처럼 그도 멕시코를 존중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메시의 행동은 고의가 아니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메시의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옛 동료인 세르히오 아궤로는 “축구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후 땀에 젖은 유니폼 상의를 바닥에 벗어놓는다. 메시는 축구화를 벗으려다가 우연히 발로 유니폼을 건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멕시코 주장 안드레스 과르다는 “메시의 행동은 축구 선수들이 하는 흔한 행동”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메시 또한 “알바레스의 트위터를 봤다. 오해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며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누구도 무시하지 않는다는 걸 알 것이다. 당연히 멕시코 국민과 유니폼, 그 무엇도 무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알바레스는 “며칠 동안 나는 조국과 멕시코 축구를 향한 열정에 사로잡혀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메시와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사과하고 싶다. 우리는 매일 실수하고 뭔가 배운다. 이번에는 내 차례”라고 사과의 뜻을 내비쳤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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