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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화물연대는 정말 귀족노동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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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호 기자(=포항)(phjby@naver.com)]
화물연대 파업이 13일째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포항에서도 민주노총 경북본부 주최로 화물연대 업무거부를 엄호하기 위한 집회가 6일 오후 포항철강공단 내 현대글로비스 사거리에서 열렸다.

민주노총 각 지역본부별로 전국 15개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열린 이날 집회에, 포항에서는 화물연대 조합원 등 민주노총 경북본부 소속 노동자 1천여 명과 엄정애 정의당 경북도당위원장 등이  참가하였다.

프레시안

▲포항 화물연대 파업지지 집회 열려ⓒ프레시안(박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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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가 열린 곳은 포항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천막을 치고 철야농성을 하고 있는 곳으로, 집회 참가자들은 포항화물연대의 파업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파업이라며 이를 지지한다고 힘을 보탰다.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본부장은 대회사에서 화물연대를 북핵과 비교하며 연일 강경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성토하며 “화물 노동자들이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구가 화물 안전운임제”라고 강조했다.

또 “포항과 경북의 주력 운송제품인 철강과 자동자 부품 등은 안전운임제에 포함돼 있지 않다”라며, “안전운임제를 일몰제로 폐지할 것이 아니라 전 품목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화물연대 조직 포항 경주 영천지역을 관할하는 이기출 화물연대 포항지역본부장은 “우리더러 귀족노동자라 하는데 하루 15시간을 일하는 귀족노동자 봤느냐며, 자신은 아직 해외여행 한번 다녀오지 못했다”라고 분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철강품목은 안전운임제에 들어가 있지 않다며 이 투쟁 결과와 관계없이 포항은 사활을 걸고 광양, 당진, 인천, 부산, 경남 등 전국적인 철강운송협의체를 만들어 안전운임제 확대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심현호 화물연대 포항지역본부 현대제철 지회장은 “안전운임제가 전품목으로 확대 정착되면 운송업계의 다단계가 폐지되고 운송료가 정상화 된다”며 안전운임제가 확대되어야 하는데 거꾸로 올해 연말을 기해 일몰제라며 폐지하겠다는 정부를 성토했다.

그는 현행 물류 다단계는 화주사에서 1번 주선회사, 2번 주선회사, 많게는 3번 주선회사를 거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10% 정도의 주선 수수료가 발생한다며 안전운임제가 확대 정착되면 이런 구조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프레시안은 연단에서 내려온 화물차 운전 경력 15년 차라는 화물연대 심현호 지회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올해 39세로 강원도 삼척이 고향이라는 심 지회장은 짐 따라 포항에 정착하게 되었다며 부인과 세 명의 자녀를 둔 우리 곁의 평범한 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화물연대 노동자들을 한달에 500에서 600만원 이상 버는 귀족노동자들이라고 하는데 현실이 어떤지 심 지회장에게 물어봤다.

심 지회장은 한 달에 1만 2천km 정도를 운전하며 하루 15시간씩 일해서 왕복 운임으로 매출을 1600만원 정도 올렸을 때 차량 할부대금 유류비 등을 다 제하고 나면 300만원 정도가 한 달 수입이라고 밝혔다.

심 지회장이 운행한다는 1만 2000km는 왕복 700km인 포항에서 서울을 어디 한번 들리지 않고 곧 바로 운행했을 때 17회 정도 운행할 수 있는 거리이며, 내려올 때는 짐을 맞추지 못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빈 차로 내려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물 트레일러 새 차 가격이 헤드만 2억 5천에서 8천 정도이고 짐을 싣는 트레일러는 4천에서 8천, 거기에다 넘버 값이 3천만원 정도 한다고 말했다.
또 넘버 값을 제하고도 평균 3억 5천 정도 하는 차량을 7년 할부로 구입했을 때 한 달에 500만원 이상을 차량 할부대금으로 지출하고 한 달에 1만 2천km를 운행했을 때 연료비와 도로주행료만 900만원 정도 든다고 밝혔다.

여기에 정부에서 한 달 4300리터 한도로 지급하는 리터당 200원 미만의 유가보조금을 더한다 해도 하루를 거의 길거리에서 보내며 사 먹어야 하는 식대와 차량 타이어 등 소모품 값, 어쩌다 발생하는 차량 수리비 등을 제하면 한 달에 300만원 벌기도 힘이 드는 게 화물노동자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차량 할부가 끝나면 자신의 자산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1년에 15만km 정도를 운행하는 화물 트레일러는 7년 할부가 끝나면 100만km 이상을 운행한 중고차가 되는 것이라서 이때부터 한 달에 수백만 원의 수리비가 든다는 것이다.
또 장거리 운행 차량으로는 부적절해 새 차를 구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할부 7년이 끝난 중고차는 시세가 1억 정도라지만 할부 대금이 아닌 감가삼각으로 계산해도 한달 평균 300만원이 넘는 비용이 감가삼각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화물 트레일러는 그 장거리 운행으로 인해 총 22개인 타이어 중에서 1년에 10개씩만 갈아도 한 개에 40만원씩 400만원이 든다고 밝혔다.

심 지회장은 이 모든 비용을 제했을 때 한달에 300만원 벌기도 빠듯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 지회장은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를 했다.

심 지회장은 월요일 새벽 5시쯤 집을 나서 승용차를 운전해 차고지로 가서, 거기서 지난 금요일에 짐을 싣고 내려온 화물차를 운전해 짐을 내릴 하차지에 아침 7시 전에 도착한다.

여기서 짐을 내리고 나면 현대제철 포항공장에 11시 전에 짐을 실으러 들어가야 한다. 상차 대기를 하고 순서가 되어 짐을 상차하는 시간은 빠르면 3-4시간, 늦으면 8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짐을 상차하면 새벽 2시쯤에 출발해 영천휴게소에서 쪽잠을 자고 서울이나 경기의 하차지 까지는 무조건 아침 8시까지는 가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하차는 순서대로 이루어지며, 하차가 끝나면 하행 짐을 실으러 가는 도중에 점심식사를 하고, 짐을 싣고 포항 쪽으로 내려오는 구미나 대구, 영천 등의 하차지에 짐을 내려놓고, 다시 포항으로  돌아오면 오후 5시에서 6시 경이다.

다시 현대제철 포항공장에 들어가서 짐을 싣고 새벽 2시에서 3시 경 서울이나 경기도로 출발한다.

주말을 제외하고 이렇게 한 달에 15회 정도를 운행한다고 심 지회장은 자신의 일상적인 노동을 설명했다.

주말이 아닌 경우 잠은 집에서 자기보다 그때 그때 차에서 자야 하는 경우가 더 많고 식사 또한 그렇게 해결해야 한다며 웃었다.

심 지회장은 “가족을 부양하고 먹고 살기 위해 이렇게 일하며 사는 사람이 ‘귀족노동자’라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귀족일 거라며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이런 일을 단 하루라도 해 보고 그렇게 말했으면 좋겠다”고 분노를 표했다.

이어 “포항 북구 출신의 김정재 국회의원 이 국회 국토교통위 여당 간사인데, 단 하루 아니 한 시간이라도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 줬으면 좋겠는데 김정재 의원이 강조하는 소통에 우리 같은 사람은 없는 것 같더라”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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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화물연대 파업지지 집회 열려ⓒ프레시안(박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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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호 기자(=포항)(phjb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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