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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선민 "17년째 유서? 트라우마 극복 못 해" (진격의 언니들)[전일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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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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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장예솔 인턴기자) '진격의 언니들' 박미선이 의뢰인을 향해 진심 어린 조언을 선사했다.

6일 방송된 채널S '진격의 언니들'에는 프리랜서 작가인 이선민이 찾아와 "메마른 마음에 행복 볼륨 업이 필요하다"는 뜻 모를 고민을 전했다.

이날 이선민은 "17년째 유서를 쓰고 있다. 유서 쓰기를 언제쯤 멈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실제 이선민이 들고 온 유서에는 연명 치료 거부, 장례 비용, 시신 화장 후 바다에 뿌리기, 부고·부의 방식 등이 깔끔하게 정리됐다.

유서를 쓰는 이유에 대해 이선민은 "20살 때 죽을 뻔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 제가 현장에 있었다"고 전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의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대형 사고로 약 15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지하 1층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었다는 이선민은 사고 이후 죽음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이선민은 "사고 나기 몇 초 전에 안 무너진 동에서 누가 저를 불렀다. 지금도 왜 불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그쪽으로 걸어가는데 등 뒤에서 건물이 무너졌다. 그 자리에 있었으면 압사당했을 거다"라고 과거를 떠올렸다.

이어 "건물이 팬케이크처럼 하나하나 주저앉았다. 심지어 업소용 냉장고가 15cm가 됐다"며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고 건물 파편이 날아와서 몸에 박히더라. 살이 벌어질 만큼 큰 상처였는데 주위에서 피를 너무 많이 보니까 아픈 줄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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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상자로 아비규환이던 병원에서 이선민은 후순위일 수밖에 없었다.

이선민은 "이렇게 있다가는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서 아무나 붙잡고 '가까운 병원 좀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그때는 차 시트도 천이라서 제 피로 다 물들었는데 손을 덜덜 떠시면서까지 저를 더 걱정해주시더라"라고 은인을 향해 고마움을 전했다.

이후 이선민은 인생에 회의를 느끼며 삶에 대한 목표와 희망이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이선민은 "10년 동안은 유서를 쓰지 않았다. 착하게 살 필요도 없고 성공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되는대로 살았다. 그러다 보니 살고 싶지가 않았다"며 30살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30살을 기점으로 해마다 유서를 고쳐가며 살고 있다는 이선민은 "지금은 그때처럼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정신과 치료를 꼬박꼬박 받으면서 많이 좋아졌다"고 현재의 상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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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은 일상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며 "잠이 안 와도 약을 먹고 잔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퇴근한다. 남들이 지루해하는 일상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안정감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선민은 유서를 계속 쓰는 이유에 대해 "인간이 쉽게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뿌리치지 못하겠다"며 아직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현재 작가로 활동 중인 이선민은 "각종 인재 사고나 참사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경각심을 주고 싶고 '내가 겪은 비극에 관해 쓰고 말하면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박미선은 "저도 방송에서 유서를 한번 써봤는데 그때 느낀 게 뭐냐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구나'라는 거다. 사람이 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얼마 전 사고로 많은 분들이 슬픔에 잠겨있는데 그분들한테 잠시나마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멋진 인생을 누렸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 = 채널S 방송화면

장예솔 기자 imyes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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