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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저축은행 자산 건전성 ‘빨간 불’… 상위 12곳 중 9곳, 부실 대출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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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이 연초보다 악화했다. 올 들어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과 주택 시장 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한 부실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금융감독원과 각 저축은행 공시에 따르면 총자산 규모 상위 12개 저축은행 가운데 9곳의 9월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지난 3월말에 비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여신(대출) 총액에서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낮을수록 자산 건전성이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사의 여신은 건전성 수준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된다. 요주의 여신은 1개월이상 3개월 미만 연체된 대출을, 고정은 6개월 이상 연체됐지만, 담보가 있는 여신, 회수의문은 담보가 없는 여신을 각각 의미한다.

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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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비해 고정여신비율이 늘어난 곳은 ▲OK(7.98%) ▲한국투자(2.38%) ▲웰컴(5.1%) ▲페퍼(3.3%) ▲애큐온(3.2%)▲다올(2.14%) ▲모아(3.49%) ▲상상인(3.28%), ▲OSB(3.93%) 등 9곳이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감소, 자산 건전성이 개선된 곳은 SBI저축은행(2.32%)과 신한저축은행(1.71%), KB저축은행(1.87%) 등 3곳에 불과했다.

자산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8% 아래로 낮을수록 안전하다고 평가된다. 8%에 근접한 OK저축은행과 5%를 넘긴 웰컴저축은행을 제외한 대다수 은행들은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3%대를 기록해 아직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주택 시장이 계속 침체되면서 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이 같은 흐름이 내년까지 지속될 경우 저축은행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대출 연체가 늘어 자산 건전성 지표가 나빠지면 대손충당금을 늘려야 해 저축은행들의 현금 확보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12개 저축은행의 잠재부실 여신은 지난해 말 11조2000억원에서 올해 9월말 13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3분기 기준 자기자본대비 요주의이하 여신비율은 작년말 159.9%에서 올해 3분기 173.4%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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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들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 속에서 주택 시장이 호황을 누리자 부동산PF 비중을 계속 늘려왔다. 그러나 올 들어 주택 경기가 침체되면서 부동산 관련 대출의 연체가 늘어나 유동성 흐름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최근 한국신용평가가 6월말 기준 만기 6개월(올해 12월말)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사업장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제 때 상환을 하겠다는 사업장은 전체의 26%에 그쳤다. 49%는 만기를 연장하겠다고 밝혔고 25%는 미정이라고 응답했다.

착공 이후 공사와 분양 등에 투입되는 자금을 조달하는 ‘본 PF’가 승인되기 전까지 필요한 초단기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인 ‘브릿지론’의 경우 만기 내 상환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38%는 만기 연장, 38%는 미정이라 답했다.

유동성 부담이 커진 주요 저축은행들은 최근 자금 수혈을 위해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지난 9월 20일 신주 10만주를 발행해 1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조달하는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2016년 이후 6년 만의 유상증자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신주 10만주를 발행해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의했고, MS상호저축은행도 지난달 23일 SK증권으로부터 180억원대 유상증자를 받기로 했다.

곽수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부동산금융, 사업자모기지론, 가계신용대출 등 3가지 사업 부문에서의 대출 연체가 저축은행의 최대 위험 요인”이라며 " 부동산 경기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일부 지방 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PF대출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저축은행들의 부동산PF 부실 사태와 비교하면 규제·감독 수준이 한층 강화돼 단기 유동성 위험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부실 대출 위험이 다른 금융사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 저축은행의 전체적인 유동성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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