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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반가운 전국민 부모급여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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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소득보장 미비로 여전히 세계 최하위
부모급여로 소득대체율↑출산율 상승 기대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9월 27일 세종 도담동 아이누리 어린이집을 방문해 이야기 할머니 프로그램을 참관하고 있다. 세종=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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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급여가 도입된다. 정부는 2023년부터 만 0세 아이에게 월 70만 원, 1세 아이에게는 35만 원을 지급하고, 2024년부터는 각각 100만 원과 50만 원으로 인상한다. 부모급여는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로, 노무현 정부의 공보육 도입에 비견할 획기적인 저출산 대책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올해 3분기 0.79로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6이며 일본도 1.34(2020년 기준)나 된다. 아이를 낳게 되면 일정 기간 소득 활동이 어렵고, 가계지출은 크게 는다. '돈으로 출산율을 높일 수 있겠냐'며 냉소하는 사람도 있지만, 소득 공백을 해결하지 않고는 출산 기피를 막기 어렵다.

그동안 한국은 저출산 극복을 위해 공보육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 취원율은 OECD 평균을 넘어 북유럽 수준으로 올랐다. 그러나 출산율 저하는 막지 못하고 있다. 소득보장의 미비 탓이다.

스웨덴 등 출산율이 1.6 이상인 복지 국가들은 공보육뿐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관대한 소득보장을 제공한다. 육아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이 높고, 급여 상한선도 높다. 스웨덴의 육아휴직급여 소득대체율은 77.6%이고 상한액은 400만 원에 달한다. 2003년 출산율 1.3에서 2016년 1.6으로 반등에 성공한 독일도 소득대체율 65~100%짜리 부모수당제도를 운영한다. 자영업자, 실업자, 미취업 청년에게도 기본급여를 제공한다.

한국도 올해 고용보험 육아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을 50%에서 80%로 파격 인상했다. 하지만 최고액 상한이 월 150만 원에 그쳐 실질 소득대체율은 평균소득 대비 30%에 불과하다. 그리고 고용보험 가입자만 육아휴직급여를 받아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부모급여가 도입되면 사각지대 없이 누구든 월 100만 원을 보장받는다. 고용보험 가입자의 소득대체율도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월 400만 원 받는 근로자의 경우 소득대체율 80%일 때 320만 원을 받아야 하지만, 급여상한으로는 150만 원밖에 못 받는다. 실질 소득대체율은 37.5%로, 아이를 낳으면 62.5%의 소득이 날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부모급여 100만 원이 더해지면, 소득대체율이 62.5%로 껑충 뛴다. 돈 때문에 출산과 육아휴직 사용을 기피하던 경향이 완화되고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도 상승할 것이다. 유럽처럼 1년 정도는 집에서 부부가 번갈아 아이를 키우는 모습이 그려진다.

한국에서 공보육과 소득보장이 탄탄해져도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노동시간이 유연하며, 이민자가 많은 유럽만큼 출산율이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의 출산율 하락을 막고, 이를 반등시킬 소중한 계기가 마련됐다. 가뭄에 단비 같은 일이다.
한국일보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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