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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뒤 건보재정 바닥난다… 이용자 위주로 정책 다시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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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보장 확대 등으로 적자 누적, 내년 직장인 건보율 최초로 7%대

의료비 지출시스템도 개선 필요… MRI 급여화하자 촬영 건수 급증

비효율적인 지불방식 등 개선해야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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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의료 재정 시스템이 멈출 수 있다.”

2017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문재인 케어) 당시 나왔던 말이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지만 대책 마련은 여전히 요원하다.

건강보험재정을 지탱하던 정부 지원이 31일 폐지된다. 국고 지원은 매해 수조 원의 적자를 메워줬다. 내년 지원이 중단되면 건강보험재정 적립 금액은 순식간에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내년부터 직장인들의 건강보험료율은 사상 처음으로 7%대에 진입한다.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는 계속 오르는데 재정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장성인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대로라면 건강보험재정은 곧 바닥나고 국민은 공단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게 된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관련 기관들은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회도 사안의 심각성을 알고 한 달 새 네 건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어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내년 1조4000억 원 적자… 2050년엔 2518조 원 누적

건강보험은 매년 국민이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진료비를 지출하고 있다. 정부는 이렇게 발생하는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내년 한 해 1조4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7월 감사원이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밝힌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수지는 2018년 1778억 원, 2019년 2조8243억 원, 2020년 3531억 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2조8229억 원의 흑자를 봤고 올해도 1조 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추산되지만 내년부터는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계산이다.

2020년 당시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향후 40년간의 건강보험 장기재정 전망을 예측한 자료를 보면 2026년에는 보험료율이 법정 상한인 8%에 도달하고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한다. 적립금은 2029년 전액 소진돼 2040년에는 누적 적자가 67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건강보험 체계가 현재와 같은 상태로 유지된다면 2050년에는 2518조 원, 2060년에는 5765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빚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건강보험 적자는 고령화, 사회경제적인 요인과 더불어 그동안 역대 정권마다 지속해서 추진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의 효과 등이 더해진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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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증가로 의료비 지출 확대

현재 의료 재정 적자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의료비 지출이 큰 고령층의 가파른 증가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인구구조 변화가 예상보다 상당히 빠르다고 입을 모은다. 1977년 5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직장의료보험제도로 처음 시작됐던 당시부터 지금까지 건보 재정의 상당부분을 담당했던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 퇴직도 본격화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간한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강원지역에서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적용을 받는 20세 이상 60세 미만 인구, 즉 주로 부양자 입장이 되는 생산 가능 연령대의 인구는 58만8892명이다. 전년(59만2219명) 대비 3327명(0.6%) 감소한 규모다. 반면 주로 피부양자인 60세 이상 인구는 같은 기간 25만6589명에서 26만6367명으로 9778명(3.8%)이 증가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4년과 비교하면 직장가입자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20∼50대 인구는 31.8%(14만1970명)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60대 이상 인구는 106.7%(13만7514명) 급증했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부양해야 할 노년 인구가 빠르게 늘고 출산율 감소로 생산 인구의 증가세는 주춤했기 때문이다.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65세 이상 인구가 늘면서 이들이 지출하는 진료비도 크게 증가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건강보험 적용인구 비율은 2020년 기준 15.4%로 2015년(12.3%) 대비 3.1%포인트 높아졌고 이들의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같은 기간 29만5759원에서 40만4331원으로 10만8572원(36.7%) 증가했다. 생산연령 인구는 줄어드는데 의료비 비중이 높은 고령층이 계속 늘어나니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책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내용을 확대한 것도 건강보험 재정 부담 및 지출 규모가 급증한 원인이다. 보건복지부는 2003년 이후 건강보험 재정 상황이 안정되면서 2005년부터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위해 세 차례에 걸쳐 ‘건강보험 중기 보장성 강화 계획’을 실시했다. 감사원 자료를 보면 2014∼2018년에는 20조9624억 원을 들여 △4대 중증질환 선별급여 △자기공명영상(MRI) 보험 적용 확대(뇌·심장) △초음파 보험 적용 확대 △3대 비급여 해소 추진 △생애주기 필수의료 보장 △본인부담상한액 7단계 차등 등을 추진했다.

2017년에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따라 30조60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했다. 2019년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23년까지 건강보험 보장률 70%를 목표로 6조4000억 원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보험급여비 지출시스템 개선 필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급여 항목을 확대했지만 이에 대한 지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분도 문제다. 대표적인 사례가 MRI의 건강보험 급여화 과정에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MRI 급여화 시 의료계가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해 손실규모 예상치에 따라 2018년 10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총 900억 원의 손실보상비를 지급했다.

그러나 의료기관에서 실제 MRI 급여화로 인한 손실은 관찰되지 않았다. 환자들 입장에서 건강보험료로 인해 본인 부담이 줄어드니 오히려 MRI 촬영 건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뇌 MRI 급여화 직전인 2017년과 급여화 다음 해인 2019년 요양기관의 뇌 MRI 진료 수익 현황을 분석한 결과, 비급여 진료수익은 2059억 원에서 323억 원으로 1736억 원(80.3%) 줄었지만 급여 진료수익은 2213억 원에서 7325억 원으로 5112억 원(231.0%) 급증했다.

고액질환의 증가, 신의료기술·고가장비 도입 등에 따라 향후 보험급여비 지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장 교수는 “건강보험재정 정비를 위해서는 비효율적인 재정의 누수를 잡는 것을 일차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관리한다는 것이다. 8월 감사원은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감사원이 2021년 12월 15일부터 2022년 1월 12일까지 국내 재정과 보건정책 분야 전문가 100명(한국재정학회 57명,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43명)을 대상으로 건강보험 지불제도와 재정 운용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고령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으로 급증하는 의료비 지출 부담을 줄이려면 과잉 진료 등을 유발하는 현행 행위별수가제를 묶음 방식의 진료비 지불방식(포괄수가제, 인두제, 총액계약제 등)으로 개편하는 등 의료비 지출시스템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진료비 지불 구조는 의료서비스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우리나라가 채택한 행위별수가제는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유발하는 등 의료이용량 증가 유인의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의 진료행위마다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충분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신의료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 반면 묶음 방식의 진료비 지불 방식인 포괄수가제와 인두제, 총액계액제는 과잉 진료 억제, 진료비 청구 방법의 간소화, 의료비 지출의 사전 예측 가능, 국민 의료비 억제 가능, 전체 의료비 통제를 통한 의료비 지출 증가 속도 조절 등의 장점이 있다. 독일, 프랑스, 대만 등이 이들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묶음 방식의 진료비 지불 방식은 병원이 환자에게 최소한의 의료를 제공하면서 이득을 높이고자 할 수 있다. 이는 자칫 환자를 위험한 상황에 빠뜨릴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으로 의료의 질은 높이면서 과도한 지출을 줄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지급기준’이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심평원과 현장의 의료인과의 괴리로 종종 의료 현장이 불만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이용자 위주의 정책이 재정 확보에 도움”

불필요한 재정의 지출을 막는 방법으로는 시범사업 중인 만성질환자 관리도 있다. 정부는 고혈압, 당뇨병 등록시범사업을 비롯해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 만성질환 수가시범사업 등을 거쳐 2019년 1월부터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중증으로 가기 전 환자를 관리한다는 점에서 의료비 지출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환자 본인부담률 특례 적용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상정을 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교수는 “그 밖에도 보건의료산업 기반 기업들의 일부 세금을 건강보험재정으로 충당한다거나 비급여 의료행위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병원 수익의 일부를 건강보험재정으로 흡수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런 대안들에는 약간의 불편한 진실이 있다”고 했다. 이용 주체가 아닌 의료인을 주 대상으로 한다는 것. 장 교수는 이를 두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정 충당 계획을 세우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2021년 건강보험이 2조8229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2년간 지속된 감염병 대유행으로 의료기관 이용이 줄면서 재정지출 증가율이 둔화된 것으로 분석한다. 장 교수는 “그동안 써왔던 의료인 위주의 정책들은 사실 건강보험재정을 늘리는 데 효과가 크지 않았다”며 “이용자 위주의 정책을 세우는 것이 재정 확보에는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은 국민 스스로 ‘더 내고 더 쓸 것이냐, 덜 내고 덜 쓸 것이냐’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누구도 더 내고 싶어하지 않는 건강보험료와 강요하지 않아도 가입하고 싶어 하는 민간보험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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