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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김진엽의 에프스토리 인 카타르] 태극전사들, 붉은악마들, 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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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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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Football), 팬(Fan), 판타지(Fantasy) 등 축구를 설명할 수 있는, 알파벳 에프(F)가 첫 단어인 단어들이 많다. 심지어 지구촌 축구계 최상위 기구까지 피파(FIFA)다. 에프(F)로 공감할 수 있게 카타르월드컵의 현장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전하는 ‘에프스토리 인 카타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 대표팀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여정이 막을 내렸습니다. 알라얀의 기적에 힘입어 극적으로 16강에 진출, 브라질과의 토너먼트에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끝났습니다. 마지막 에프스토리의 키워드는 피네(Fine)입니다.

피네는 이탈리아어로 악곡의 끝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도돌이표나 달 세뇨 기호 때문에 반복하여 연주하다가 곡을 끝내는 위치를 표시할 때 씁니다. 카타르월드컵은 결승전까지 계속되지만 한국 축구의 도전, 제 취재의 끝을 정리하며 키워드를 피네로 정했습니다. 이번 대회 마지막 칼럼인 만큼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또 다른 칼럼인 ‘김진엽의 새벽편지 민 카타르’로 한국에 계신 독자분들께 편지를 쓴 바 있습니다. 당시 ‘미디어에도 월드컵은 꿈의 무대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다른 선후배, 동료 기자들도 그랬겠지만 저는 좀 더 간절했습니다.

2018 러시아 대회 때였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전 직장을 떠났고 현 회사에 입사하기 전이었습니다. 즉, 백수로 월드컵을 철저히 팬 입장에서 즐길 수 있었습니다. 기자가 된 이후 A매치를 항상 ‘힘든 업무’로만 접하다가 월드컵이라는 최고의 무대를 여가로 맞으니 그보다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2-0으로 승리했던 독일전을 친한 친구와 동네 술집에서 관전했습니다. 그때 연락이 끊긴 동창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함께 ‘카잔의 기적’에 기뻐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 그 동창이 제게 “근데 넌 왜 월드컵 안 갔냐”고 물었습니다. 갑작스레 만난 터라 제 상황을 몰랐던 그 동창의 악의 없는 질문이었습니다. 꿈을 좇아 기자가 됐다고 설쳤으면서 월드컵도 가지 못하고 방황하는 저에게 큰 울림을 줬습니다. 유명 노래 가사처럼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저기’라는 걸 그때 느꼈습니다. 이후 부단한 노력으로 현 회사와 연을 맺었고, 적절한 운도 따라 월드컵에 올 수 있었습니다.

카타르에 오기 전 이번 대회 예상 결과에 대한 질문을 들으면 ‘1무 2패’라고 꼽았습니다. 우루과이 무승부, 가나와 포르투갈에 지는 그림을 상상했습니다. 그래서 ‘피네’로 이 칼럼을 쓰는 날도 3일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저의 오만함이었습니다. ‘축구공은 둥글다’는 걸 직접 제 눈으로 꿈의 무대 현장에서 확인했습니다. 포르투갈전에서 황희찬(26·울버햄프턴)의 결승골이 터졌을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주변에서 우는 걸 보곤 “왜 우냐”고 물었습니다. 4년 전 들은 그 질문에 ‘난 지금 여기 있다, 알라얀의 기적을 직접 봤다’고 이젠 말할 수 있다는 기쁨, 월드컵이라는 무대에 오기 위해 했던 지난날의 노력, 축구 그 자체가 주는 짜릿함 등 복합적인 이유로 눈물이 났던 것 같습니다.

다 노력한 태극전사들, 목이 터져라 응원한 붉은악마들 덕분입니다. 덕분에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고 꿈의 무대 출장도 약 1주일이 더 연장됐습니다.

이 기분, 이 감정을 절대 잊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가, 프로축구 K리그 역시 월드컵만큼이나 짜릿하고 스토리가 많은 무대라는 걸 세상에 알리기 위해 다시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모두 고맙습니다.

사진=김두홍 기자

카타르(도하)=김진엽 기자 wlsduq123@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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