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결과보다는 과정…‘성적 지상주의’를 뻥! 차버리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바뀌고 있는 축구문화

경향신문

백승호, 그림 같은 만회골 축구대표팀 백승호(왼쪽)가 6일 카타르 도하의 구칠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브라질전에서 강력한 왼발슛으로 골을 넣고 있다. 도하 |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태극기에 각오 쓴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환호

“승자독식의 관점 변화 중”
특정 선수 비난도 덜해져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태극기에 꾹꾹 눌러 쓴 글귀의 진심이 경기를 지켜본 시민들에게도 전해진 걸까.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승패를 떠나 선수들의 노력과 준비 과정에 의미를 두는 쪽으로 응원 문화의 초점이 옮겨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6일 브라질전에서 1-4로 패하며 16강에서 월드컵을 마무리했다. 아쉬움이 남는 결과이지만 시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이날 새벽 광화문광장에서 응원을 펼친 김창섭 붉은악마 인천지회장은 “원래 경기 중간에 결과가 안 좋으면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데, 브라질에 2골을 내줬을 때에도 사람들이 자리를 지켜 놀랐다”며 “응원 자체를 즐기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씨(48)는 “예전에는 메달을 못 따면 선수들도, 시민들도 성과가 좋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최근 몇 년 사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어 “시민들도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남는 게 어떤지 아니 ‘자기동일시’를 하는 것 같다”면서 “개인이 최선을 다했는데도 사회적 성취를 크게 못 이뤘을 때 ‘잘했다’며 다독여줄 수 있는, 스스로 격려할 수 있는 분위기가 생긴 듯하다”고 했다. 대학생 이용준씨(22)는 “지난 월드컵 대회 땐 특정 선수를 향해 많은 공격이 있었는데 이번엔 좀 줄어든 것 같다”며 “‘꺾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했다. 직장인 김현정씨(28)는 “경기 응원과 관련해 예전보다 시민의식이 향상된 것 같다”며 “한국 축구 경기력이 향상되기도 했지만, 지더라도 열심히 하는 과정에 사람들이 감응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팀은 지난달 28일 가나전에서도 2-3으로 져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실점에도 분투를 이어간 선수들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확산했다.

이런 변화는 시험이나 경기 결과가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맹신하는 시험주의, 능력주의를 내면화한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스포츠를 보는 관점이 달라진 건 사회 변화와 연결되는 이야기”라며 “승자독식 개념으로 마지막에 승리한 사람에만 주목하는 게 과거의 관점이었는데, 지금은 ‘과정에서 충분히 노력했던 부분이 보이는지’ 등을 더 많이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밑에 2, 3등이 있고, 다른 이들에게도 서사가 있고, 주전으로 못 뛰어도 후보들도 있고, 선수뿐 아니라 의료진도 있고, 이런 것을 모두 보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응원 문화가) 다양성의 관점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물론 이번에도 승패에 따라 선수들을 비난하는 사례가 없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전보다 덜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갖 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수가 줄었을 수는 있으나 없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면서도 “‘졌지만 잘 싸웠다’고 하는 건 열등감이 사라졌다는 것이고, 문화·예술 부문에서 한국이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온 영향도 있다”고 진단했다.

박하얀·김송이 기자 white@kyunghyang.com

▶ 백래시의 소음에서 ‘반 걸음’ 여성들의 이야기 공간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