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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30만원 넘는 제품 구매하고 속앓이만…로지텍 AS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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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책상에서 사용했던 로지텍 비즈니스 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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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시스템을 하나의 키보드와 마우스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유용한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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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받은 AS 센터 연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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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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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PC사랑=이백현 기자] 로지텍은 마우스 분야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AS와 고질적인 '더블클릭' 현상으로 사용자들에게 비판을 받아왔다.

기자는 최근 30만원 상당의 로지텍 키보드·마우스 세트를 개인적으로 구입했는데, 구매 10일 후 마우스에서 더블클릭 현상을 발견했다. 또 구매 과정에서도 많은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일반 사용자가 로지텍 제품에서 초기 불량을 발견한다면 어떤 일을 겪을까? 구매부터 AS과정까지 직접 체험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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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사용했던 로지텍 G903과 파워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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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이전부터 로지텍 제품을 오랜 기간 사용해왔다. 학생 시절에는 로지텍 G402 게이밍 마우스를 다년간 사용했고 최근까지도 정가 129,000원의 로지텍 파워플레이(무선충전 마우스패드) 및 199,000원인 로지텍 G903 LIGHTSPEED 게이밍 마우스의 조합을 썼다. AS 기간이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아 더블클릭 현상으로 마우스를 교체한 바 있지만, '조금 운이 없었다' 여기기만 했다.

편의성 때문에 로지텍 제품 선택했지만…

이전에 더블클릭 현상을 겪었음에도 기자가 30만원 상당의 키보드 · 마우스 세트, '로지텍 MX keys Combo for Business'를 구매하게 된 이유는 '로지텍 FLOW'라는 기능 때문이다. 이는 2대의 기기를 하나의 키보드 · 마우스로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기능이다.

기자는 사무실에서 노트북과 데스크톱 2개의 시스템을 하나의 키보드 · 마우스로 조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서는 로지텍 키보드와 마우스가 동시에 필요했던 것이다.

로지텍 플로우 기술 소개 페이지. 두 시스템을 하나의 키보드, 마우스로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기능이지만 실제 사용해 보니 한쪽 시스템이 절전모드에 진입했다 다시 로그인된 경우 꽤 높은 빈도로 시스템 간 전환이 되지 않거나 마우스, 키보드가 서로 다른 시스템에 연결되곤 했다.<br>원래 눈여겨보던 키보드와 마우스는 '로지텍 MX Keys' 키보드와 'MX master 3S' 마우스로, 둘 다 로지텍의 사무용 라인업이다.

MX Keys는 오픈마켓에서 약 108,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펜타그래프 키보드로, 사무용 펜타그래프 키보드 중에서도 애플의 매직키보드를 제외하면 최고가를 형성하고 있는 제품이다. MX master 3S도 오픈마켓에서 약 134.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마우스로, 역시 사무용 마우스 중에서 하이엔드급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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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X Master 3S 마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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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X Keys 키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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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환 · 보안 문제로 더 비싼 비즈니스 모델 구매

그런데 두 제품을 동시에 사용하기는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었다. 'MX Keys'는 '유니파잉' 무선 연결을 사용하고 'MX Master 3S'는 '로지 볼트' 무선 연결기술을 사용하는데 이 둘은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게다가 '유니파잉'은 로지텍이 무선 보안 문제(CVE-2019-13053, CVE-2019-13052, CVE-2019-13054/5의 3가지 취약점이 보고됨)로 더 이상 신제품에 탑재하지 않는 기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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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파잉’ 연결의 보안 취약점을 언급하고 있는 로지텍 영문 공식 홈페이지. 해당 페이지에서 로지텍이 밝힌 바에 따르면, 유니파잉 기술을 통한 페어링을 시도할 때 10m 이내에 위치한 공격자가 암호화 키를 탈취할 수 있고, 이후 키보드에 입력하는 정보를 도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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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로지 볼트 기술을 사용하는 키보드 중 MX Keys를 대체할 수 있는 일반 사용자 제품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풀 사이즈 펜타그래프 키보드를 사용하고 싶다면 '유니파잉' 무선 기술을 사용하는 MX Keys를 구매하거나, 비즈니스용 키보드 마우스 세트인 'MX Keys COMBO for Business', 또는 'MX Keys COMBO for Business 2세대'를 구매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기자가 구매한 제품은 더 비싼 비즈니스용 키보드·마우스 콤보인 'MX Keys COMBO for Business(이하 비즈니스 콤보)'다. 이 제품은 'MX Keys(로지볼트 적용)' 키보드와 MX Master 3S의 이전 버전인 'MX Master 3' 마우스가 '로지 볼트' 수신기 한 개에 동시에 페어링되어 출고되는 제품이며 팜레스트가 포함되어 가격은 309,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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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이는 일반 버전 MX Keys(108,000원)와 MX Master 3(88,000원), 팜레스트(29,900원)을 합친 것보다 약 7만원이 비싸다. 원래 구입하려던 제품은 비즈니스 콤보 2세대인데, 여기에는 'MX Master 3'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MX Master 3S'가 탑재된다. 그런데 비즈니스 콤보 2세대를 구매하기 위해 로지텍 공식 홈페이지에 문의를 남겼더니 약 한달의 기간 동안 답변 대신 광고성 이메일을 2회 수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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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켓에선 해외 제품만 있을 뿐 정식 유통되는 제품을 찾을 수 없었다. ‘구입문의’에 메시지를 남겼지만 광고성 이메일만 수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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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2월 6일 현재까지 광고성 이메일 이외에 다른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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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한 지 10일 만에 더블클릭 증상, 유통사는 "AS센터 방문하라"

비즈니스 콤보는 로지텍 공식 유통사인 H사가 운영하는 네이버 스토어에서 10월 21일 금요일에 주문해 당일 퀵서비스를 통해 수령했다. 그리고 문제의 더블클릭 현상을 발견한 건 10월 31일 월요일이다. 해당 현상이 발생한 건 사이드 버튼 쪽이었다.

더블클릭이 발생하는 순간, 화면이 빨간 색으로 바뀌며 클릭 간격이 0.09초 미만으로 측정된다. 정상적인 마우스에서는 작정하고 버튼을 빠르게 눌러도 0.1초 미만의 간격으로 클릭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형적인 더블클릭 증상으로, 버튼을 눌렀을 때 구분되는 지점과 전자적으로 입력되는 지점에 차이가 있어 버튼이 눌리고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클릭이 발생했다. 사이드 버튼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보니 발견이 다소 늦었다.

기자가 먼저 연락한 것은 유통사 측이었다. 구매한 날짜에서 단순 변심에 의한 교환 · 환불 기준일인 일주일(10월 28일 금요일)에서 영업일로 하루(10월 31일 월요일)가 경과한 시점이었고 명백한 초기불량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AS 센터에 바로 연락하는 것보다 유통사 측에 연락하는 것이 훨씬 더 빠른 대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H사 측에 연락하자 "제품을 받았을 때부터 문제가 있었느냐"고 질문을 받았고 "오늘(10.31) 증상을 발견했다"고 대답했더니 "우리 측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며 AS 센터 번호를 문자로 안내해주고 상담을 끝냈다.

'불량 판정서를 받으면 교환 · 환불이 가능하다'는 언급도 없이 그냥 AS를 받으라고만 안내한 것이다. 초기불량이 명확한데도 증상 발견일이 일주일이 지난 것을 핑계로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게 없다'는 태도를 취한 것이어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벌써 분통을 터트릴 수 있는 일이었다.

유통사 측에 문의하자 AS센터 주소와 전화번호를 안내받았다.<br>

AS 센터 연락하니 "택배 부치거나 내방하라"
방문하니 "재고 없다, 해당 제품 처음 봐"

다음 날(11월 1일) 로지텍 공식 AS센터에 전화로 AS를 진행하려 했으나 별도의 접수처리 없이 "택배로 제품을 부치거나 방문하시라"고만 안내받았다. 기자가 어떤 제품을 AS 받으려고 하는지 묻지도 않고, AS 재고가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업무 일정 상 AS 센터를 방문한 것은 그 다음 날인 11월 2일이었다. 오후 5시경 방문했는데 다행히 대기 인원이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작 AS 담당직원에게는 "비즈니스 모델의 경우 국내 재고가 아예 없어서 교체 처리를 진행해줄 수 없다"고 안내받았다. 애초에 로지텍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처음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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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오후 5시경 로지텍 서비스 센터에 방문해 AS를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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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증을 보면 모델명이 ‘임의모델’로 제품 전산에 ‘비즈니스 콤보’가 등록이 안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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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담당 직원은 "증상을 확인하고 이상이 있으면 원래 교체처리를 해드려야 하는데, 지금 전산상에 재고가 하나도 없어서 불량 판정을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교환해 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지금 없기 문제가 발생한 MX Master 비즈니스 모델을 일반 MX master 3S로 대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전산에 비즈니스 제품 코드가 자체가 없다. 일반용 MX Master 3S로 대응하는 것도 우리 마음대로 진행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본사 측에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을 일반 모델로 바꿔서 준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고, AS용 전산 등록도 안 되어 있다는 것도 황당한 일일 것이다.

담당 직원은 "오후 5시가 넘은 시점이라 일단 제품은 입고시키고 빠르면 내일(11월 3일) 연락을 드리겠다"고 해 일단 제품 맡기고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AS 절차에 얼마나 시일이 걸릴 지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이름에 '비즈니스'가 붙어 있지만 제품 가격만 일반 모델보다 비쌀 뿐 AS 재고조차 구비되어 있지 않은 '비즈니스' 라인업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방문 다음 날(3일) 오후 5시까지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아 AS 센터 측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제서야 "고객님이 유통사 측과 이야기해서 불량 판정서 처리가 가능하면 그렇게 진행해 주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제품 자체의 불량은 확인한 모양인데, 센터 측에서 왜 먼저 전화를 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로지텍 공인 유통사, "환불 어렵다" 주장
'AS센터 재고 없다'는 말 듣고서야 환불처리 진행

11월 4일(금) 오전 H사 측에 다시 전화해 불량 판정을 통해 환불처리를 진행하고 싶다고 했더니 "저희가 환불을 진행해드리기는 어렵다. AS를 받을 수 있지 않느냐"고 응대했다. AS센터에 재고가 없다고 말하자, 유통사 측은 한번 확인해 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수 분 뒤에 전화를 하더니, 그제서야 제품을 회수하고 환불처리를 진행하겠다고 안내했다.

최초 환불을 거절한 것은 상당히 문제의 소지가 컸는데,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제품 불량을 인지한 날부터 30일 이내, 그리고 상품 수령 후 3개월 이내 청약 철회가 가능한 게 구매자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해당 로지텍 제품 판매 페이지에 해당 내용이 안내되어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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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안내 페이지에 ‘구매 후 3개월 이내, 하자 인지 후 30일 이내’로 청약철회 기준이 명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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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제품을 입고시킨 상태였으므로 "AS센터에서 제품을 회수하라"고 했더니 유통사 측에서는 "AS센터 쪽에서 택배를 부치도록 전해달라"고 했다. 이후 기자는 AS센터 측에서 직접 택배를 부칠 수 있도록 구매 영수증, 상호명, 주소 등을 이메일로 전달하고 확인 전화를 수차례 하는 등 번거로운 의사소통을 계속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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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제품 회수 절차를 밟느라 유통사 및 AS 센터와 다섯 차례 통화했으며 유통사 주소, 연락처 등을 AS센터 측에 이메일로 발송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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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사가 제품을 수령하고 환불처리가 완료되었다는 전화를 받은 건 다음 주 화요일(8일)이다. 10월 31일 제품하자로 유통사에게 전화한 이후 일주일이 넘어서야 처리가 완료된 것이다.

마치며

모든 과정을 끝내고 나니 아이러니하지만 'AS 재고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AS 재고가 있고, 위의 '청약철회 조건'을 모르는 상태였다면 유통사 측에서 환불처리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 최선의 경우가 AS 센터에서 새제품 또는 '리퍼' 제품으로 교환받는 것일 텐데, 이 경우에도 환불 후 재구매하는 것보다 AS 보장 기간 등에 불리하다.

그러나 청약철회 가능한 기간이 지났을 경우를 생각하면 아찔하기도 했다. 재고가 없는 상태에서 AS 처리가 얼마나 지연되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로지텍은 지난 상반기 'G Pro X Superlight' 게이밍 마우스의 AS 재고 부족 사태로 AS 처리에 두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린 소요한 전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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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텍 G Pro X Superlight 사용자가 AS를 진행하며 받은 문자 메시지. 해당 사용자는 올해 4월 말 AS를 접수해 7월 7일에야 새제품으로 교환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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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보안 문제가 있는 제품을 그대로 팔면서 보안 문제가 해결된 업그레이드 제품을 '비즈니스' 모델으로만 내놓고, 비싸게 팔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정작 그 비싼 비즈니스 모델의 AS를 진행하려고 하자 무작정 '제품을 택배로 부치거나 방문하라'고 안내하거나, 정작 방문했을 때 '비즈니스 모델은 처음 본다. 재고가 없다'고 말하는 AS 센터도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 AS센터와 유통사 사이의 의사소통을 고객에게 맡겨 수차례 통화를 해야 했던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이전부터 로지텍 제품을 즐겨 써왔고, 제품을 퀵 서비스로 수령할 만큼 이 '비즈니스 콤보' 제품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결국 퀵 서비스에 쓴 15,000원의 비용은 허공에 날린 셈이 됐다. 약 30만원의 PC 주변기기를 구매하면서 초기불량으로 이렇게 속을 앓아야 할까? 로지텍은 자사 제품 및 서비스를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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