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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중국 고령층 백신 접종률 낮은 이유?…'제로 코로나' 탈출 '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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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거의 3년 간 이어진 엄격한 방역 정책에 저항한 '백지 시위' 뒤 중국 당국은 '제로 코로나' 폐기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고령층의 낮은 추가 접종률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위험군 접종률이 낮고 자연 면역 획득이 적어 방역 완화 땐 사망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연구도 제시되며 전면 완화는 내년 봄 이후에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된다.

5일(현지시각) 영국 BBC 방송과 <파이낸셜타임스>(FT)를 보면 올해 11월 기준 중국의 80대 이상 고령층의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률은 40.4%로 같은 연령대 추가 접종률이 80%에 이르는 영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60대 이상 연령층의 추가 접종률도 70%에 못 미친다. 3차 접종을 받지 않은 60대 이상 인구 수는 8500만명, 이 중 80대 이상 고령층이 2100만 명에 이른다. 80대 이상의 경우 2차 접종 완료 비율도 65.8%에 불과하다. 한국의 80대 이상 3차 접종률은 85.5%에 이른다.

중국의 고령층 접종률이 낮은 배경으로는 일단 백신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꼽힌다. 기저질환을 가진 많은 노인들이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접종을 꺼린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국산 백신 효능에 대한 의심과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결합돼 백신 접종 유인이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신의 성을 리우라고 밝힌 한 베이징 주민은 56세 어머니와 조부모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면서 "어머니는 국산 백신은 효과가 없기 때문에 백신을 맞기 보다 주의하며 생활하는 것이 낫다고 하신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조부모 중 한 분도 백신 접종을 안 하셨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고령층의 기저 질환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 서둘러 개발된 백신의 효능에 대한 의심은 많은 나라에 존재했지만 유독 중국의 고령층 접종률이 부진한 것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중국이 접종 최우선 순위에 고령층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캐런 그레핀 홍콩대 공중보건대학원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중국은 고령층보다 노동연령층 및 의료종사자에 접종 우선 순위를 두었다면서 이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맥락 아래서만 통하는" 전략이라고 봤다. 그는 중국산 백신 임상시험 당시 고령층 데이터가 충분치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더 많은 증거가 나올 때까지 고령층을 (접종에서) 배제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그들을 보호하는 방법으로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많은 나라 지도자들이 앞장 서 백신을 접종한 데 비해 그간 중국 지도층에선 이러한 적극적 메시지 전달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80세 고령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우 올해 3월 4차 접종을 마치고 7월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10월 오미크론 변이에 특화된 개량 백신 접종 장면도 공개하며 자국민의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뉴욕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 외교관계협의회 황얀종 글로벌보건 수석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전현직 지도부 중 고령자가 많은데 왜 그들이 팔을 걷고 (백신 접종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나"라며 "백신이 고령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명확하고 일관된 메시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방역 완화로 개인의 백신 접종 유인이 커진 데다 중국 방역당국이 지난달 29일 고령자 백신 접종률을 높이겠다고 발표했고 지방정부에 할당량까지 주어졌다고 알려진 만큼 목표가 달성될 가능성은 높다고 봤다. 매체는 다만 당장 지방 보건 관리들이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에 걸리는 상황"에서 주민 설득에 애를 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지 시위' 뒤 지도층 연이은 방역 완화 시사…전문가들, 전면 완화는 내년 봄 이후 예상

중국 당국은 지난달 26~28일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등 곳곳에서 '제로 코로나' 폐기를 요구하며 벌어진 '백지 시위' 뒤 방역 완화를 가속화해 왔다. 방역 완화를 요구하며 일어난 이 시위에선 검열에 반대하고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백지'가 널리 사용됐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공산당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까지 나와 주목을 받았다. 중국 당국은 이미 지난달 초 전면 봉쇄 대신 구역 봉쇄를 행하는 식으로 방역 완화를 시작했지만 이후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며 봉쇄 구역이 점점 늘고 있던 상태였다. 중국 정부는 시위에 대해 공식 언급하진 않았지만 주민 불만이 커지는 것을 보고 시위대의 요구를 일정 정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후 당국의 철저한 통제로 이후 주목할만한 추가 시위는 중국 본토에서 벌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지난달 30일 장쩌민 중국 전 국가주석이 사망하며 중국 당국의 부담감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장 전 주석 집권기인 1993~2003년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며 개방을 가속화했고 정치적 통제가 현재보다 덜했다는 평가를 받아 이 시기를 회상하며 주민들의 불만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더구나 1989년 톈안먼(천안문) 민주화 운동 또한 개혁파로 불리는 후야오방 전 총서기에 대한 추모로 촉발됐다. 철저한 주변 통제 아래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6일 치러진 장 전 주석 추도대회는 별다른 저항 움직임 없이 무탈히 치러졌다.

중국 지도자들과 관영 언론은 방역 완화를 연이어 시사하며 예방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제로 코로나' 언급은 찾아 보기 어려워졌다. 지난 1일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과 만난 시 주석은 현재 중국에서 유행하는 주요 변이가 "오미크론이고 델타 변이보다 덜 치명적"이라고 설명해 방역 완화를 시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방역 사령탑인 쑨춘란 국무원 부총리도 지난달 30일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좌담회에서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병원성 약화와 더불어 더 많은 이들이 예방 접종을 받고 코로나 방역 경험이 축적되면서 국가는 전염병 예방과 통제에 대한 새로운 과제와 상황"으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5일 예방접종을 받는 고령자의 사진을 기사와 함께 실으며 "이제 국가가 전염병 예방과 통제의 다음 단계로 이행함에 따라" 특히 고령층의 예방접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5일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더 완화된 방역 조치를 이르면 7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올 들어 많은 국가들이 오미크론 변이 유행과 더불어 방역 완화를 시행한 것과 달리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한 중국에 대한 인권 침해 및 세계 공급망에 가해지는 부담 등 여러 우려가 제기돼 왔지만, 중국의 갑작스런 완화 정책을 향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많은 국가들이 백신 접종률을 높인 상태에서 서서히 방역을 완화하며 백신으로 인한 면역과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면역, 혹은 이 두 종류를 혼합한 이른바 '하이브리드 면역'을 늘려 왔지만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자연 면역을 획득한 경우가 거의 없고 고위험군인 고령층의 예방접종률도 낮아 사망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중증 환자 급증에 대비한 충분한 병상 확보가 이뤄졌는지도 미지수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저우자퉁 중국 광사 좡족 자치구 질병통제센터장이 논문을 통해 방역 전면 완화 땐 감염자가 2억3300만 명에 이르고 사망자가 200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중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5235명이다. 최근 4만 명을 넘어섰던 일일 확진자 수는 6일 발표에서 2만7000명 대로 줄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국의 전면 방역 완화는 내년 봄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주 16명의 경제학자에게 물은 결과 7명은 내년 2분기에, 4명은 1분기에 전면 완화를 예상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프레시안

▲6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의 한 슈퍼마켓에서 점원이 마스크를 쓴 채 일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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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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