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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란듯 中 투자받는 사우디 … 네옴시티 리스크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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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중동붐이 온다 下

매일경제

최대 1000조원 규모의 지상 최대 프로젝트 '네옴시티' 관련 발주가 내년 본격화할 예정인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 나선다. 로이터통신은 6일 "시 주석 방문 기간에 중국과 사우디는 수십 건의 투자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5000억달러(약 650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사업은 중국 건설업계에 호재"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참전'으로 사우디가 추진하는 네옴 프로젝트 수주전도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사우디 정부는 네옴시티의 윤곽만 제시한 상태로,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공사 항목별 발주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최소 5000억달러로 알려진 천문학적 사업 규모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의 부재와 정치적 리스크, 투자 위험, 원자재난 등 고려할 것들이 산재해 있다. 그중에서도 사우디를 둘러싼 정치적 리스크는 우리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네옴시티에 투자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나"라면서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고 정치적으로도 서방과 인권 문제 등에서 충돌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엔 네옴시티 예정 지역 원주민이 철거에 반대하다가 사형선고를 받은 뒤 유럽 인권단체들이 사우디 정부를 강력 비난한 일도 있었다.

지난달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한국을 방문하면서 일본 방문을 취소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방의 외면에 대응해 사우디는 한국과 함께 중국에 적극 구애를 보내고 있다. 시 주석의 이번 사우디 순방단에는 중국 건설 기업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우디가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할수록 미국과 유럽은 네옴시티에 더 부정적일 것"이라며 "한국이 미·중 갈등 사이에 끼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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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정부의 연구 용역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우천식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일반적인 중동 프로젝트와 달리 네옴시티는 미국과 중국이 개입하는 지정학적 게임이 되어가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은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경험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또 '깜깜이' 스케줄을 지적한다. 한 대형 건설사 해외 수주 담당자는 "네옴시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업 추진이 폐쇄적이고 불투명하다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업 과정과 입찰 절차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발주 일정이 불투명해 국내 건설사들은 사우디 정부의 목표인 2030년 1단계 완공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공기가 길어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자금 조달도 난관이다. 최근 해외 수주를 확대하고 있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네옴시티는 발주처가 현금을 주는 게 아니라 70% 정도는 사업 참여 기업이 투자하라는 개념"이라며 "사우디 측에서도 투자금 회수에 관한 구체적인 플랜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원자재난이라는 변수에 부닥칠 수 있다. 500m 높이의 건물을 170㎞ 길이로 쌓는 것과 같은 '더 라인' 공사만 하더라도 단숨에 건설자재 시장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중국의 건설 호황 때 원자재가격이 급등했고,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에서 수주한 공사비보다 자재값이 더 올라 중동발 어닝쇼크를 겪었다"면서 "당시와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사우디는 네옴시티뿐 아니라 홍해연안 개발과 세계 최대 규모 신공항 건설 등 '기가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인력 조달도 과제다. 사우디 내 건설 인력만으론 공사를 감당할 수 없고, 다른 대형 공사처럼 서남아시아 또는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인력을 수입해야 한다. 하지만 카타르월드컵에 대한 서방의 비판에서 볼 수 있듯 중동에선 이주 노동자 관련 안전사고와 인권 침해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네옴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해외 건설 근로자가 30만명 넘게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가가 떨어질 때 사우디가 네옴 프로젝트를 계획대로 밀고 나갈지도 관심거리다. 2012~2015년 고유가 호황 당시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대형 공사를 잇달아 발주해 한국 건설사들이 수주를 휩쓸다시피 했다. 하지만 유가가 떨어지자 사우디는 발주 사업을 대거 유보했고, 이후 수년간 중동 수주가 침체됐다. 당시 중동발 어닝쇼크를 경험한 건설사 관계자는 "다시 유가가 떨어지면 네옴시티 발주처가 비용 집행에 타이트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네옴시티가 중동의 '천지개벽' 상징이 된 두바이를 능가하는 사업이 될지, 공사가 중단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의 전철을 밟을지는 치밀한 리스크 대응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 건설사들은 네옴시티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사업이라는 데 동의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에서 한 번 실패를 경험했지만 발주 규모나 지속성 측면에서 우리에게 이만 한 시장이 없다"면서 "네옴시티에도 결국엔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선임연구위원은 "빈살만 왕세자가 지난 9월 총리 직함도 가졌는데, 내부적으로 정치권력이 안정됐음을 의미한다"면서 "네옴 프로젝트를 더 자신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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