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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미술의 세계

가야금과 트로트의 기묘한 동거 영암 음악기행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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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기(氣)찬랜드에서 만나는 한국트로트가요센터·가야금산조기념관/‘영암 아리랑’ 히트시킨 하춘화 등 전설의 트로트 가수 한자리에/가야금 산조 창시자 악성 김창조 선생의 발자취 따라 흥겨운 가락도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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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춘화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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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뜬다 달이 뜬다 둥근 둥근 달이 뜬다… 아리랑동동 쓰리랑동동 에헤야 데헤야 어사와 데야 달 보는 아리랑 님 보는 아리랑 ♩♬”

월출산 기(氣)찬랜드로 들어서자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흥겨운 가락. 나도 몰래 흥얼흥얼 따라 부르게 되는 노래는 하춘화의 국민가요 ‘영암 아리랑’이다. ‘아리랑동동 쓰리랑동동’ 부분 라임이 입에 착착 감긴다. 이런 노래를 17살 어린 소녀가 히트시켰다니 참 대단한 가수다. 어깨춤 들썩이며 한국트로트가요센터로 들어서니 트로트의 역사가 한눈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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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월출산 기찬랜드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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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요 역사를 한눈에

전남 영암군 영암읍 기찬랜드. 기찬묏길을 따라 오솔길로 접어들자 늦가을 마지막을 화려하게 불태우는 환상적인 단풍이 눈앞에 펼쳐진다. 사계절 맑은 물이 흐르는 용추폭포를 감상하고 돌아 나오는 길은 고운 단풍이 터널을 이뤘다. 동창들과 단풍놀이 나온 60대 아주머니들은 서로 예쁘게 사진 찍어주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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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춘화 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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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보낸 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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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길 끝에서 ‘영암노래 하춘화 노래비’를 만난다. 화강석과 스레인리스로 월출산에 둥근 달이 떠오르는 모습과 영암아리랑의 리듬감을 곡선의 디자인으로 잘 표현했다. 하춘화 노래비가 이곳에 있는 이유가 있다.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정선아리랑과 함께 이곳을 대표하는 영암아리랑을 하춘화가 불러 대중의 사랑을 받는 불후의 명곡이 됐기 때문이다. 하춘화의 아버지 하종오씨는 딸이 데뷔한 1961년부터 50년 남짓 모은 트로트 관련 자료와 음반 등을 고향인 영암군에 기증해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트로트가요센터가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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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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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 트로트 가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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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중음악의 대표 장르인 트로트 음악 부흥을 위해 개관한 만큼 한국트로트가요센터에는 트로트의 역사가 한 자 한 자 새겨져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트로트 가사 뽑아가기’ 코너가 여행자를 맞는다. 소장하고 싶은 곡을 검색해 출력하면 빳빳한 종이의 악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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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하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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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춘화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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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치마를 입은 17살 하춘화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마이크 앞에 선 밀랍인형을 지나면 트로트 역사관. 일제강점기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출구를 찾았고 1930년대 이곳저곳에서 애환을 담은 트로트풍의 유행가가 흘러나오면서 본격적으로 대중가요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난영, 남인수, 황금심, 김정구, 고복수 등 전설적인 원로가수들의 흔적이 빼곡하게 적혀 어르신들이 옛 추억에 푹 빠지게 한다. 고운봉과 현인의 등장으로 트로트의 지평이 확장되는 1940년대와 일제강점기 음반사 간의 스카우트 전쟁, 대중음악으로 자리매김한 1950년대 트로트를 지나 1960대에 이르면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남진, 나훈아, 하춘화, 송대관, 현숙, 현철, 주현미, 설운도, 태진아, 김연자의 얘기들이 펼쳐진다. 앳된 얼굴의 앨범 재킷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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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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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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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명소’로 들어서자 신청곡을 신청하던 뮤직박스가 설치된 종점다방이 옛 기억으로 이끈다. 영암극장엔 한 시대를 풍미한 신영균, 문희 등이 주연한 ‘미워도 다시한번’ 3편이 걸려있다. 노래방에선 트로트 가수들의 반짝이는 의상으로 갈아입고 추억의 사진을 남길 수 있다. 2층은 하춘화 전시관. 각종 LP와 카세트테이프, CD 등 다양한 앨범, 공연 의상과 사진, 영상과 팸플릿, 팬들의 손편지 등을 통해 하춘화의 생애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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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산조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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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산조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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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위대한 역사 가야금을 만나다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옆에 운치 있는 한옥이 여러 채 보이는데 가야금산조테마공원이다. 가야금 산조의 창시자인 악성 김창조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우리 고유의 전통 음악을 보전·전수·연주하는 공간이다. 가야금 산조는 장구 반주에 맞춰 가야금을 연주하는 민속 기악 독주곡. 영암 출신인 김창조 선생은 시나위 가락에 판소리를 도입해 오늘날과 같은 가야금 산조의 틀을 만든 명인이다. 조선 후기 민간 음악을 연주하기 좋게 개량된 산조 가야금은 풍류 가야금보다 크기가 작고 줄과 줄 사이가 좁아 박자가 빠른 음악이나 무속음악을 연주할 때 주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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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가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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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을 쓴 김창조 선생의 흉상이 지키는 산조기념관으로 들어서자 화려한 화각 가야금(12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국가무형문화재 42호 악기장 고흥곤씨와 화각장인 이재만씨가 소 40마리의 뿔과 순금 2t으로 제작한 명작. 우리나라의 유일한 화각 가야금으로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 양승희씨가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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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산조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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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21현 가야금과 인간문화재 김죽파 선생이 쓰던 장구를 비롯해 꽹과리, 북, 나발, 소고 등 다양한 전통 악기도 만날 수 있다. 가야금 산조 전시관에는 가야금의 아버지 우륵을 시작으로 전성시대이던 신라와 고려의 가야금, 조선 시대 이후 가야금의 발전사를 엿볼 수 있다. 또 산조의 탄생과 장단, 김창조 선생의 자취, 가야금 산조의 계보와 대표 연주자들 얘기도 흘러 나온다. 산조공연장에선 가야금 연주 공연도 펼쳐지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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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림마을 영암도기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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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 군서면 구림마을엔 영암도기박물관과 영암군립하정웅미술관 있어 함께 묶어서 둘러보기 좋다. 월출산이 넉넉하게 품고 있는 구림전통마을에는 고색창연한 종택과 돌담으로 둘러싸인 고택, 울창한 솔숲의 아름다운 누각과 정자들로 가득하다. 약 1200년 전 통일신라시대에 한반도 최초로 유약을 칠한 도기가 이곳 구림마을에서 생산됐는데 구림도기가마터(사적 338호)가 남아있다. 현재 영암도기박물관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좋은 황토를 재료로 영암도기를 재현해내고 있다. 한국도기의 역사성을 보여주는 전시실과 영암의 붉은 황토를 이용해 손으로 빚어 만드는 영암도기 생산 공방, 전통 고가마 영암요와 전통공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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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웅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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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웅미술관은 영암 출신 재일교포 하정웅씨가 평생 수집한 회화·판화·조각·공예·사진·서예·도자 등 미술품 3800여점을 기증해 설립됐다. 내년 3월 13일까지 ‘현대 미술의 거장’ 전이 열려 살바도르 달리의 ‘히피’ 시리즈, 샤넬 초상화를 그린 프랑스 여류화가 마리 로랑생, 마르크 샤갈 등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영암=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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