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은행채 ‘품앗이’ 회계처리 문제 있었다…당국 “규정 개정키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금융감독원 전경. 신소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은행채 ‘품앗이’에 회계처리상 맹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당국은 은행들의 자금조달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차선책으로 은행들이 서로 은행채를 직접 사주는 방안을 추진해왔는데, 이것도 쉽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당국은 관련 규정을 고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법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아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현행 은행업감독규정은 사모로 발행한 은행채를 ‘유가증권’이 아닌 ‘대출채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수요자를 모집하는 공모사채와 달리, 사모사채는 특정 수요자에게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방식으로 발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롭게 유통되는 증권보다는 양자간 대출에 더 가깝다고 보는 것이다.

사모 은행채의 회계처리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은행들의 자금 운용과 관련이 있다. 은행들은 보통 보유한 채권을 한국은행에 각종 담보로 맡기는 데 활용한다. 은행들이 한은에서 대출을 받을 때 담보로 맡기는 국채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0월 한은은 앞으로 은행채도 담보로 맡길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혀준 바 있다.

문제는 한국은행법상 담보의 범위는 유가증권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한 예로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의 경우, 한은법은 ‘유가증권’을 대상으로 한다고 못박아두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공모가 아닌 사모 은행채는 담보로 인정될 수 없고, 때문에 은행들 입장에서는 활용 가치가 떨어지는 사모 은행채를 살 유인이 줄어든다.

금융감독원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규정을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단 은행업감독규정에 특례조항을 신설하는 쪽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외 다른 방안이 있는지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규정 개정으로도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이 사모 은행채를 유가증권으로 볼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고 해도, 한은법에 따른 판단은 더 엄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은법은 환매조건부채권의 대상이 되는 유가증권에 대해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사모사채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한은이 결과적으로 담보로 받아주지 못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도 많다.

그렇게 되면 금융당국은 ‘헛발질’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당국은 은행들의 자금조달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은행채 ‘품앗이’를 추진해왔다. 당국이 은행권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은행채 발행과 예금 금리 경쟁 모두 자제하라고 요청한 뒤로 은행들의 자금조달 통로가 좁아진 탓이다. 은행들이 다시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비은행권의 자금난을 최소화할 차선책을 모색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대책을 보다 섬세하게 설계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은행권 자금 쏠림 현상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 맞지만, 사모 발행이 아닌 공모 발행, 발행시장이 아닌 유통시장을 활용할 방법은 전혀 없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도 이번 대책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네이버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클릭!]
▶▶당신이 있어 따뜻한 세상,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어떤 뉴스를 원하나요? 뉴스레터 모아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