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일본 5년간 방위비 43조엔…재원 마련 방안 두고 논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시다 “2023~2027년 방위비 총액 43조엔”

당·정 증세 두고 이견…전문가들은 증세 주장

인플레 등 경제난에 당에서는 증세 난색

일본 정부가 내년부터 향후 5년 동안 방위비 총액을 현재의 43조엔(약410조4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재원 조달 방안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증세를 둘러싼 논쟁과 함께 연내에 안정적 재원을 마련하지 못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본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7일 증액된 방위비 조달 방안을 두고 고위급 협의를 열기로 했다고 교도통신이 6일 보도했다.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연내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방위비 재원 마련 없이 예산부터 책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발언이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전날 총리 관저에서 “2023년부터 5년간의 방위비 총액 규모를 43조엔으로 결정한다”며 연말까지 지출 계획과 재원 확보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에게 지시했다. 중기 방위비 관련 자민당은 최소 40조엔, 방위성은 43조엔을 주장했는데 방위성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5년 단위 방위 계획인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 따르면 당초 2023년까지 5년간 방위비 총액은 27조4700억엔이었다. 새 계획대로라면 방위비는 단번에 1.5배 이상 늘어난다.

경향신문

방위비


증액된 방위비는 장거리 미사일 도입 등 적의 미사일 발사 거점 타격을 상정하는 ‘반격 능력’ 정비 등에 사용될 계획이다. 기시다 총리는 중국과 북한의 군사력 강화에 대응해 일본의 방위력을 단번에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왔다. 기시다 총리는 또 방위비 재원의 경우 2027년 이후에도 방위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중기방위 예산은 현행보다 15조엔(약 144조1900억원)가량 늘어나게 된다”며 “이 정도 거액의 재원을 마련하기는 지극히 어려운 일 ”이라고 짚었다. 지지통신은 “기시다 총리는 세출 개혁과 세제 조치를 포함한 재원 확보를 요구했지만 안정 재원을 제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는 세출 구조조정, 증세, 국채발행, 세계잉여금 및 특별기금, 엔저로 가치가 상승한 외화 자산 활용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필요한 금액 규모가 워낙 큰 데다 방위비의 특성상 증세는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전문가 자문기구인 유식자회의는 지난달 22일 제출한 보고서에서 “나라를 지키는 것은 국민 전체의 과제”라며 재원 마련 방안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을 추천했다. 특히 “국채 발행이 전제가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채발행을 꺼리는 것은 과거 전쟁 경험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1930년대 ‘임시군사비 특별회계 ’를 두고 국회의 감시를 받지 않고 8년 동안 국채를 발행하며 전쟁 비용을 조달했다. 이로 인해 종전 직전 일본 정부 부채비율은 200%를 넘어섰으며 전후에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현재 일본 정부 부채비율이 250%가 된다는 점도 국채 발행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다. 재무성은 비용 조달을 감안해 방위비 증액 규모를 35조원으로 설정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2027년 이후 방위력을 유지하려면 증세를 통한 안정적 재원확보가 필요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여당의 반발이다.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증세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강하게 나오고 있다.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이날 당 모임에서 “모든 것을 세금으로 충당하거나 내년부터 증세가 시작된다거나 하는 잘못된 메시지를 지방선거 전에 내는 것은 큰 마이너스”라고 말했다고 교도통신 등이 전했다. 지방선거는 내년 4월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향후 증세하더라도 2024년까지 2년 동안은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방위비 지출 명세가 불분명하다는 점은 증세의 또 다른 걸림돌로 꼽힌다. 아사히신문은 6일자 사설에서 “시기나 세목을 포함한 증세를 동시에 결정하지 않으면 큰 화근을 남긴다”고 밝혔다.

여론은 방위력 증액 자체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요미우리 신문의 지난 2~4일 여론조사 결과 앞으로 5년간 방위비를 총액 약 40조엔으로 증액하는 데 대해 찬성은 51%로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방위비 증액을 위한 증세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 백래시의 소음에서 ‘반 걸음’ 여성들의 이야기 공간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