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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국가부도의 날은 없다"…한국 부도위험지수 '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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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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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와 위안화 지폐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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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강도 통화긴축에 따른 강달러, 레고랜드발(發) 자금시장 경색 우려 등으로 치솟았던 국가부도위험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최근 다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환율 변동성이 높은데다 무역적자도 이어지고 있어 CDS 프리미엄이 계속 낮게 유지될 것으로 낙관하긴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5일 국제금융센터와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CDS 프리미엄은 지난 1일 기준 52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1년 전 (21bp)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지난달 3일 75bp로 연중 최고 수준을 경신했던 것과 비교해서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CDS 프리미엄은 국가신용도의 위험 수준을 보여주는 것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측정하는 지표다. CDS란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을 위험에 대비해 채권자가 구매하는 일종의 보험 상품이다. 특정 채권의 부도 때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원금을 받을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단순 계산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이 52bp라는 것은 외평채 1억원 어치에 대해 보증 보험료로 52만원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CDS 프리미엄이 높다는 것은 채권을 발행한 기관이나 국가의 신용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이 지표가 상승하면 우리나라 대외신인도가 낮아져 정부의 외화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고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은 올 초만 해도 20bp 선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6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우려에 50bp를 돌파하더니 10월엔 60bp를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도 1440원대까지 치솟았다. 비슷한 시기 레고랜드발 신용불안,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발표로 자금경색 우려가 더해지면서 CDS 프리미엄은 70bp을 넘어서며 지난달에는 약 6년 9개월만에 최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다 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 급락해 1320원대로 내려선 뒤 CDS 프리미엄도 지난 3일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다.

앞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27일 CDS 프리미엄은 699bp까지 치솟은 바 있다. 현재는 2011년 유럽 재정위기 고점(229bp), 2015년 중국 금융불안 고점(78bp) 수준보다는 낮은 수준이고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고점(57bp)이후와 비슷하다.

최근 CDS 프리미엄이 안정되고 있는 것은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 통화정책 속도조절 목소리가 커진 영향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에서 강연에서 "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제약할 수준에 근접했다"며 "빠르면 12월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이번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0.5%포인트)을 밟는 것이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 불안도 어느 정도 완화되는 모양새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자본시장부장은 "지난달 흥국생명 사태로 확대됐던 한국계 외화채권 유통 가산금리가 정상화된 것이 (CDS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고 최근 원/달러 환율이 많이 내려간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중국 코로나 방역 정책 전환 기대감이 커지면서 중국 CDS 프리미엄과 함께 낮아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원화는 중국 위안화의 프록시(대리) 통화로 여겨지는데, 중국의 CDS 프리미엄이 지난 5일 기준 76bp로 지난달 3일(118bp)에 비해 낮아진 것 등이 한국 CDS프리미엄 안정에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다만 변수는 남아있다. 미국의 최종 기준금리 상단이 지난 9월 회의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높을 것이라는 시장 예측이 나오면서다. 미국의 최종 금리 상단이 더 높아질 경우 한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고, 이는 국내 외화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5일(현지시간) 임금 인상 압력으로 연준이 내년 기준금리를 5% 이상까지 올리는 등 예상보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무역적자와 함께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역시 2개월 연속 감소한 점도 CDS 프리미엄 상승을 다시 부추길 수 있는 잠재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4.0% 감소한 519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달(5.7%) 감소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무역수지도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1997년 이후 25년 만에 최장 기간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2.1%로 올해(2.9%) 전망치 보다 0.8%포인트 낮췄다.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 상대로 꼽히는 미국(1.0%), 유로존(0.5%) 등 성장률이 역시 올해 대비 0.6~1.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봤다.

박소연 신영증권 수석 전략가는 "한국 CDS 프리미엄의 절대 레벨이 매우 낮긴 하지만 예전 레벨로 돌아가진 못했다"며 "대외여건과 경제 펀더멘탈에 대한 불안감이 잔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경우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면서 경기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반정부 시위까지 겹치며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반도체 수요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해볼 때 한국 국고채에 대한 CDS 프리미엄도 상승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봤다.

김윤경 부장은"무역적자가 지속적으로 악화된다면 CDS 프리미엄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면서도 "적자가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CDS는 외화조달과 관련된 지표이기 때문에 무역적자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쳐 성장률이 큰폭 하락하지 않는 이상 직접적으로 지표 악화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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