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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교원평가’에서 학생들에 성희롱 당한 교사들… 학교도 외면했다[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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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교원평가 때 성희롱 피해를 당한 교사가 학교 측에 문제의 글을 적은 학생이 스스로 사실을 밝힐 기회를 주고 경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할 교육청도 “교육부 훈령에 따라 해당 학생을 찾을 수 없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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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세종시 소재 A 고등학교 여성 교사 4명은 ‘2022 고등학교 일반교사 학생만족도 조사 문항’에서 “XX 크더라. 짜면 모유 나오는 부분이냐” “김정은 기쁨조나 해라” “니 XX 너무 작아” “김보X” 등 성희롱이 담긴 평가를 각각 받았다.

2주간 시행돼 지난달 30일 종료된 교원평가는 온라인상에서 익명으로 실시됐다. 교원평가 시스템은 욕이나 음란성 언어를 걸러내는 기능이 있지만, 해당 평가를 남긴 학생들은 음절 사이 숫자나 특수기호를 섞는 방식으로 필터링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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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A고등학교 교사들이 받은 교사 학생만족도 조사 결과. 교원평가 성희롱 피해 공론화 트위터 계정 갈무리


피해교사 B씨는 지난 2일 교장과 면담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면담 녹취파일에 따르면 B교사는 교장에게 “연예인이든, 직장에서 만난 사람을 상대로든 익명을 빌미로 저급한 발언을 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게 문제이다. 이게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학생을 계도해야 한다”며 “교내 공지를 통해 자수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복도에서든 수업 중에든 가해 학생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 수업 들어가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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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교장은 “학생부에는 ‘경찰서에 공문으로 정식 사안 보고하라’, 교무부에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서 피해 교원이 원하는 조치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면서도 “그렇게(가해 학생 처벌) 했을 때 이 사안을 모르는 아이들이 해당 교사를 험담하는 등 2차 가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촉법소년이 아니라 해당 아이의 아픔이 평생 갈 수 있다”며 “비밀리에 해야 그나마 2차 가해를 줄이지 않나 싶다”고도 했다.

같은 날 B씨는 교감으로부터 “그 부분(학년부 협조 구해 학생이 자수하게 하는 것)도 확인을 했지만 학년부에서는 ‘부담이 크다’고 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B씨는 이날 교원평가 성희롱 피해 건을 세종 남부경찰서에 임시로 접수했다.

다른 피해교사 C씨는 지난 1일 세종시교육청에 “가해 학생을 찾고싶다”며 문의했다. 하지만 “익명 시스템의 평가라 해당 학생을 찾을 수 없다”는 답만 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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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것을 허용하는 문화 속에서 여성 교사들까지도 성적 조롱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부적절한 인식을 보여준다”며 “교육 기관은 가해학생이 반성하도록 ‘경고 싸인’을 줌과 동시에 성폭력 예방교육을 해야 하고, ‘안전한 일터’가 보장되도록 피해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A 고등학교 교감은 통화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세종시교육청에 지난 4일 보고했다. 자세한 사안에 대해서는 답변이 어렵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같은 학교 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교무실을 통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이 없었다. 세종시교육청은 “피해 당사자 문의 이후 교육부와 고소·고발 법률검토를 논의하고 있다”며 “피해 교사들에게는 치유지원센터 상담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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