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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끝났는데 은행은 여전히 단축영업…勞社 모두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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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대응책으로 영업시간 축소를 원상회복하고 있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은행과 노동조합은 지난 10월 영업시간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떻게 협의를 진행할 지 논의를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다. 인건비를 줄이고 싶은 은행과 노동시간 단축을 몇 년 전부터 주장해온 노조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노사 양측의 담합에 금융소비자의 권익은 뒤전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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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은행 창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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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0월 영업시간 정상화를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기로 했으나 두 달이 지난 지금 협의체를 구성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표면적으로 양 측이 내세우는 이유는 15일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선거 이후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오면 TF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 이후 협의체를 언제까지 구성하자는 합의를 한 상황은 아니다. 또 박홍배 현 위원장만 단독 출마한 상황이다. 선거로 노조 지도부가 바뀔 상황은 아닌 셈이다.

사측도 영업시간 정상화에 의지가 없긴 마찬가지다. 은행들은 “노사가 협의해서 영업시간을 정상화하면 따르겠다”며 원칙적인 입장만 표명하고 있을 뿐이다.

은행은 지난 2020년 2월 일부 점포의 영업시간을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1시간 단축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을 따르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 됐지만, 영업시간은 정상화되고 있지 않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이 박재호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곳 가운데 14곳(27.5%)는 영업시간을 정상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51곳은 단축된 영업시간을 고수하고 있다. 17곳의 시중은행은 한 곳도 영엉시간을 되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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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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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노조는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이 전면 해제되면 영업시간을 정상화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별개일 뿐더러, 실내에서 마스크를 쓴다고 해서 영업시간을 한 시간 줄여야 한다는 근거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노사 양쪽이 모두 영업시간 단축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은행은 점포를 줄이고 창구 근무 인원을 줄이려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시중은행의 점포수는 총 5923개로 전년 동기(6244개) 대비 322개 감소했다. 임직원 수 역시 같은 기간 11만5800명에서 11만1880명으로 3920명 줄었다. 점포 영업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생산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많이 유지할 근거가 사라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대면 고객이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이 인건비 등 부가 비용이 드는 대면 영업에 투자할 요인은 크지 않다”며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오프라인 비용 축소에 집중하지, 영업시간을 되돌리는 데 크게 노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근로시간 단축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만큼 영업시간 단축에 우호적이다. 지난 9월 총파업에서 금융노조는 주 4.5일 근로제와 주당 근로시간 36시간 도입을 요구했다.

금융당국도 은행 영업시간 단축에는 손을 놓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영업시간은 은행 내 노사 합의로 자율적으로 결정된다”며 “법령상 정해져 있는 사안이 없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인위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피해는 소비자에게로 돌아가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임시 조치인 듯 단축 영업을 했던 은행이 정상 영업으로 돌아가지 않고 무기한 단축에 들어갔지 때문이다. 서울 이문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32)씨는 “은행 영업시간이 줄어든 뒤 은행 창구에 가면 사람이 너무 많아 한시간 정도 기다릴 때도 있다”며 “영업시간 정상화에 대한 고지도 없어 답답할 뿐이다”고 토로했다.

김수정 기자(rev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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