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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존경 전한다…이 음악이 위안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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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새 앨범 ‘사랑할 때’ 발표

한국 가곡, 대중가요, OST 아울러

‘첫 눈’ 오는 날 내겠다던 약속 지켜

“우리 인생에서 가장 값진 순간 노래…

쉬고 싶을 때 찾는 ‘커피 한 잔’ 같은 음악”


헤럴드경제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가곡, 가요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 새 음반 ‘사랑할 때(In Love)’를 발표하며 “이 앨범은 사랑하는 사람이 손을 잡았을 때 놓기 싫은 것처럼, 손에서 떠나지 않는 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M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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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사람이 살면서 ‘때’라는 것이 있잖아요. 지금은 ‘사랑할 때’라고 느꼈어요.”

‘첫눈이 오는 날’ 새 앨범을 만날 수 있을 거라 했던 팬들과의 약속은 ‘기적’처럼 지켜졌다. 하얀 눈이 쏟아지는 6일 오전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가 3년 만에 발매한 신보 ‘사랑할 때(In Love)’가 세상에 나왔다.

새 음반을 들고 온 조수미는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앨범은 사랑하는 사람이 손을 잡았을 때 놓기 싫은 것처럼, 손에서 떠나지 않는 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음반엔 100주년을 맞은 한국 가곡 전성기를 이끄는 김효근(눈, 첫사랑), 윤학준 작곡가의 곡과 밴드 두번째달의 신곡 ‘사랑할 때’, 드라마 ‘커튼콜’ OST인 ‘민들레야’,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등 가곡, 가요, 크로스오버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11곡이 수록됐다. 아름다운 우리말이 그리는 사랑의 다양한 빛깔을 담은 앨범이다. 조수미와 꾸준히 호흡을 맞추고 있는 지휘자 최영선을 비롯해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 바이올리니스트 대니구, 첼리스트 홍진호, 해금연주가 해금나리,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가 함께 했고, 세계적인 톤 마이스트 최진 감독이 레코딩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수십년간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며 무수히 많은 음반을 냈지만, 조수미는 “이번 앨범에 유독 정성이 갔다”며 “오래 준비하며 모든 열정과 혼을 쏟았다”고 했다.

“코로나19 동안 누구나 외롭고 고독한 삶을 보내며, 우리 인생에서 가장 값진 순간은 ‘사랑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더 늦기 전에, 내 첫사랑이 잊혀지기 전에 이 음반을 녹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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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SM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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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한 곡 한 곡을 곱씹으며 조수미는 대학 1학년 때 “첫눈이 내리면 경복궁 앞에서 만나자던 첫사랑과의 약속”도 떠올렸다. “그날따라 도서관에 박혀 공부를 하는데, 밖에 나와보니 눈이 산더미처럼 와있더라고요. 그 길로 경복궁으로 달려갔는데 아무도 없었어요 그 땐 연락을 쉽게 할 수 있던 때도 아니라 ,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첫사랑이 집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첫사랑에 대한 애틋함과 강렬함을 지금 이 나이에도 잊을 수 없어요.”

‘사랑할 때’는 모두에게 한 번쯤은 찾아온 사랑의 기억과 순간을 이야기한다. 조수미는 “사랑할 때의 로맨티시즘, 저의 설렘과 떨림을 동시대에 살아가며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정서를 가진 팬들, 가족 같은 우리나라 분들께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랑이 얼마나 설레고 귀하고 아름다운지를 나누고 싶었어요. 결국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이 떠오를 거라는 개인적인 애절함과 절실함도 이 음반 안에 들어와 다른 작업보다 더 마음이 갔어요.”

음반이 태어나기까진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애초 작곡가 안정준의 가곡으로 프라하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체코에서 녹음을 마쳤으나, 기존 작업을 “서랍에 넣고” 고민 끝에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다. 그 앨범이 ‘사랑할 때’다. 깊이 각인된 기억의 조각을 맞추며 조수미는 한 곡 한 곡 직접 골랐다. “1980년대 작곡한 곡부터 2022년 작곡된 곡을 아우르며 과거 현재 미래를 통틀었고, 작곡가의 상황을 담아내려 노력했다”고 한다. 편곡의 방향성을 세우며 녹음을 이어갔다. “각각의 곡에 담긴 뉘앙스를 잘 살리는 느낌을 찾는 것”(최진 감독)이 관건이었다. 몇 번이나 “재녹음을 시도”했고, “녹음을 해놓은 뒤 편곡 방향성을 바꾸거나 협연자를 재정열”(조수미)하기도 했다.

우리말로 된 곡들인 만큼 발성에도 변화를 줬다. ‘가사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조수미는 “음악 해석에 있어 발성이 고유의 소프라노가 없다”며 “성악가들이 가곡을 부를 때 가사가 잘 안 들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한다. 가사가 꼼꼼히 씹히는 발성으로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만큼 편곡도 다채롭다. 오케스트라는 물론 재즈 콰르텟, 솔로 연주자들과 함께 하며 곡의 편곡도 다양하게 나왔다. 국악과 서양음악의 조화로운 만남은 조수미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업이다.

“서양음악을 하는 사람이지만, 가슴 깊은 곳에선 우리 소리, 국악을 잊을 수가 없어요. 항상 국악과 클래식 음악가가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해왔어요. 음반엔 재즈 콰르텟부터 일렉트로닉 사운드, 국악, 오케스트라를 아우르며 우리나라의 과거, 현재, 미래가 콤팩트하게 담긴 앨범이 됐어요.편곡도 굉장히 아름답고 판타스틱해 종합선물같은 느낌이 들어요.”


전통 클래식 음악가로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수미는 이 앨범 이전에도 다양한 협업은 물론 한국 가곡, 영화음악, 드라마 OST 등 경계 없는 작업을 이어왔다. 특히 1994년 오페라 아리아를 모은 ‘비르투오소 아리아’ 앨범을 발매하면서도 한국 가곡 ‘보리밭’을 넣었다. 조수미가 내건 조건이었다. 지난 2001년, 2002년엔 한국 가곡을 담은 앨범 ‘아리아리랑’, ‘향수’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음반은 그간의 작업들을 보다 확장해,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시도다.

“이 음반은 제게 ‘바캉스 같은 앨범’이에요. 해외에서 활동하다 보면 크로스오버를 할 기회가 없어요. 제게도 쉬고 싶을 때 찾는 선물 같은 음악, 힐링 같은 음악, 커피 한 잔이나 와인 같은 음반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열혈 축구 팬으로 유명한 조수미는 앨범 발매를 하루 앞둔 지난 새벽 브라질과의 월드컵 16강전을 시청하느라 “한숨도 못잤다”고 한다. 그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애정과 사랑, 존경심을 보낸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며 “축구는 음악 못지않게 제 삶의 기쁨이다. 음악과 스포츠는 서로가 어디에 있든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언어다. 비록 8강엔 못 갔지만 이 앨범이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수미는 새 앨범을 선보이며 연말 무대로 고국의 관객과 만난다. 오는 22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세계적인 바리톤 토마스 햄슨과 듀오 콘서트 ‘아트 송즈’를 열고, 다음 날인 23일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조수미&프렌즈 - 인 러브’ 콘서트를 연다. 앨범에 참여한 첼리스트 홍진호,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 해금연주자 해금나리, 최영선 지휘의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도 함께 무대에 선다. 조수미는 이 공연의 연주료 전액을 사회 취약계층에 기부할 계획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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