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뉴스속 용어]업무개시명령, 국제법 위반일까…'ILO 협약' 무엇?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정부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29일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 조합원들이 결의대회를 열고 명령 발동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의왕=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국제노동기구(ILO) 로고./ILO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국제노동기구(ILO)가 정부에 공문을 보내 업무개시명령에 관한 의견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제법 위반' 여부를 둘러싼 정부와 야당간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유엔(UN) 산하 기구인 ILO는 1919년에 설립된 노동 분야 전문 국제기구이다. ILO 협약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ILO가 만든 보편적 노동 규범을 말한다.
ILO 핵심 협약은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금지 △차별금지 △아동노동금지 등 4개 분야 8개 협약으로 이뤄져 있다. 한국은 8개 협약 중 총 7개 협약을 비준한 ILO 회원국이다.

노동계는 이번 ILO의 의견 요청을 정부의 협약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개입'으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단순 의견 조회'에 불과하다는 입장으로 해석이 갈린다.

ILO, 정부에 의견 요청…'협약 위반, 정치적 압박' vs '단순 조회' 엇갈린 해석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이 ILO 협약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이나, 제29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자의 정당한 쟁의행위인 파업권을 정부가 침해하고, 업무개시명령 등 형사 처벌 조항으로 위협하며 노동을 강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지난달 28일 ILO에 개입을 요청했고, ILO는 닷새만인 이달 2일 관련 공문을 고용노동부(고용부)에 보냈다.

정부는 ILO가 의견 요청을 해온 것은 맞지만 단순 조회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5일 설명자료를 내고 "사무국의 개입 절차는 ILO 헌장·총회 또는 이사회의 결정 등 규정상 근거가 있는 공식 감독기구에 의한 절차가 아니다"라며 "노·사의 문제 제기가 있을 경우, 이러한 사실관계를 해당 정부에 전달하고 의견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또 ILO가 2010년 이후 한국 정부에 대해 의견 조회를 총 12번 했었다며 통상적인 절차임을 강조했다.

아시아경제

화물연대 총파업 9일째를 맞은 지난 2일 오후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정문 앞에서 화물연대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협약 29호에는 강제노동 예외 상황을 △ 전쟁이나 재난·재해가 발생했을 때 △인구 전체 또는 일부의 생존이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로 규정하고 있는데,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이 여기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용부는 "집단운송거부가 국가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국민의 생명, 건강,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불가피하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이라는 점을 ILO 사무국에 적극적으로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ILO 권고 강제성 없어…위법성 여부는 법원 판단

쟁점이 된 87호, 29호 협약은 지난해 2월 정부가 비준해 올해 4월부터 발효됐다. 해당 협약들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ILO 협약이 국내법과 충돌하는 경우 '신법 우선원칙' '특별법 우선원칙'에 따라 ILO 협약이 우선하게 된다.

그러나 ILO 협약 세부 내용에 대한 화물연대와 정부의 해석이 갈리고 있기 때문에 위법성 여부는 결국 법원에서 판단할 부분이다. 화물연대는 5일 서울행정법원에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업무개시명령 처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ILO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ILO 이사회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사안을 조사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총회에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ILO의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 사항일 뿐,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 정부가 ILO 협약을 비준한 국가인 만큼,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국제사회로부터 비판받을 수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LO 협약은 국내 법률과 똑같은 효력을 갖지만 결국 법률을 어떻게 해석할지의 문제"라며 "업무개시명령을 강제노동으로 볼 것인지, 특수고용직 노동자인 화물차주들의 운송거부를 정당한 파업 행위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