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김정은 딸 주애 공개했지만 북 여성 지위는 여전히 최악" WP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경제권 장악 여성들 팬데믹 봉쇄로 지위 추락
세대 교체 따라 여성 요직 진출도 늘어나지만
가부장적 체제 여전히 강력…결혼 미루기 증가
뉴시스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과 함께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참여했던 공로자들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2022.11.27.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북한에서 가부장적인 여성 차별이 심각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김정은 노동당 총서기가 딸을 데리고 공식석상에 나타남에 따라 여성이 최고지도자가 되는 등 북한에서 여성의 지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여성이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될 수 있느냐는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탈북자와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으로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북한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여성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를 차지한 경우가 늘었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과 최선희 외무상, 현송월 김정은 수행 책임자 등이 대표적이다. 또 노동당 정치국에 진출한 여성의 숫자가 2016년 대비 2019년 2배로 늘었다.

북한 지도부 추적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마이클 매든은 여성의 권력 핵심 진출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본다. 그는 “젊은 세대가 주요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향후 10년에서 20년 동안 여성의 진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여성은 경제활동의 중심이자 가정에서도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사람인 경우가 보통이다. 장마당에서 장사를 해 돈을 벌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국가 지정 근무처에서 일하기 때문에 보수가 제한돼 있다.

그러나 북한은 남성 우위가 심해 여성들은 장사를 위한 여행을 하면서 성폭력과 인신매매, 차별에 노출된다.

이화여대 김석향 교수는 김여정과 최선희, 현송월 세 사람은 “특별 가문 출신으로 일반 여성과는 다르다. 그들은 다른 엘리트 남성과 동등하다”고 말했다.

팬데믹 동안 북한은 국경을 철저히 봉쇄해 중국과 교역이 차단되고 국내 여행도 극도로 제한함에 따라 장마당 경제가 크게 위축됐다.

휴먼라이트워치의 선임연구원 리나 윤은 이 같은 통제로 일반 북한 여성의 안전과 활동이 크게 위협당한다고 밝혔다. “여성들이 힘을 가질 수 있었던 모든 요소들을 김정은이 빼앗았다. 교역이 다시 활성화되더라도 여성들은 예전보다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했다.

연구자들과 탈북자들은 여성들이 돈을 벌기 때문에 가정에서 힘을 발휘하고 지출을 통제할 수 있었지만 돈을 벌지 못하게 되면서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진다고 밝힌다. 윤 연구원은 봉쇄로 가정폭력이 심해졌을 것으로 우려했다.

교육수준이 높은 여성들은 평양에 집중돼 있으며 이곳에서 번역, 여행 가이드, 식당 종업원, 버스 운전사, 국영 기업 근로자 등으로 일한다. 해외에서 공부한 사람도 많다.

2017~2019년 평양에서 체류한 영국 외교관 린지 밀러는 평양 여성들이 최대한 결혼을 늦춰가며 경력을 쌓거나 해외여행을 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과거 미국 등 선진국에서 많이 보였던 현상이다.

최근 결혼에 대한 생각은 1990년대 북한이 ‘고난의 행군’이라는 최악의 기아사태를 겪으면서 형성된 것이다. 북한에서 군 장교로 복무하다가 탈북한 김정아는 북한 여성들이 국가가 먹을 것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아이를 낳으면 더 힘들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정아씨는 현재 서울에서 탈북여성 권리를 옹호하는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지원한 많은 탈북여성들이 인신매매된 사람들로 팔려가면서 번 돈을 가족에 보내지만 고향에 돌아가면 따돌림 당한다고 했다.

현재로선 김정은의 후계자가 누가 될 지는 전혀 알 수 없다. 딸 주애는 올해 9살 또는 10살일 뿐이다.

그러나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는 일본의 아시아 프레스나 한국의 데일리 NK 등의 보도에 따르면 주애를 공개한 뒤로 북한 내에서 많은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한 북한 내부 여성 소식통은 “주애가 최고지도자가 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특히 여자 아이는 절대 안 된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그렇게 가르쳐 왔다”고 밝혔다.

김석향 이대교수는 김정은이 딸의 사진을 공개한 것은 자신이 자애로운 아버지라는 정치적 의도 때문이지 딸을 후계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며 북한의 남성 중심 질서를 감안할 때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을 깨는 건 정치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인 북한에서라면 어떤 일도 가능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외교관 밀러는 여성이 최고지도자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여성들이 어떻게 볼지 매우 흥미롭다. 아이를 낳지 않고 경력을 쌓거나 해외여성을 하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 주애가 공개된 것을 어떻게 볼까?“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