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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옥스퍼드사전 올해의 단어 ‘고블린 모드’… “사회적 규범 거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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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영어사전 이미지.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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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고블린 모드(Goblin mode)’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고블린 모드는 도깨비를 뜻하는 고블린(Goblin)에서 비롯된 신조어로, “사회적 규범이나 기대를 거부하는 방식으로서 방종하고, 게으르고, 뻔뻔하고, 탐욕스러운 행동”을 뜻한다.

5일(현지시간) 옥스퍼드 영어사전을 펴내는 옥스퍼드대 출판부에 따르면 올해의 단어 후보 3개 가운데 ‘고블린 모드’는 온라인 투표에서 ‘메타버스’(1만4,484표)와 ‘아이 스탠드 위드(#IStandWithㆍ8,639표)를 제치고 무려 31만8,956표를 얻어 93% 득표율로 압도적 1위에 뽑혔다.

이 단어는 2009년 온라인에 처음 등장했지만, 올해 초 소셜미디어에서 가짜뉴스에 언급되면서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배우 줄리아 폭스가 전 남자친구인 래퍼 예(개명 전 카녜이 웨스트)와 헤어진 이유에 대해 “그가 내 ‘고블린 모드’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는 내용이었다. 폭스는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입소문은 잦아들지 않았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이 단어에 흥미를 느꼈고, “코로나19 규제 완화 이후 일상 회귀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고블린 모드’라고 묘사했다. 지나치게 높아진 미적 기준이나 소셜미디어에 전시되는 생활상을 쫓아가지 않고 저항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고블린 모드를 “새벽 2시에 일어나 긴 티셔츠만 입고 부엌에 들어가 이상한 간식을 만드는 것”이라고 비유했고, 더타임스는 “너무 많은 사람이 어려운 한 해 속에 ’고블린 모드’에 들어섰다”는 문장을 썼다. 미국 언어학자 벤 짐머는 “고블린 모드는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확실한 2022년식 표현”이라며 “이 단어는 사람들에게 기존의 사회적 규범을 버리고 새로운 규범을 받아들일 자격을 부여한다”고 진단했다.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영어권 기사에서 수집한 190억여 개 단어의 사용량에 근거해 올해의 단어를 선정한다. 지난해에는 ‘백신’ 또는 ‘백신 접종’을 뜻하는 ‘백스(vax)’가 선정됐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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