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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업무상과실치사상' 벽 못 넘은 특수본…참사 수사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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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재·김진호 '업무상과실치사·상' 영장 기각
경찰 지휘부·행정안전부 '윗선수사'에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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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박헌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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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책임 경찰 간부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용산구청과 용산소방서 등 다른 기관 주요 피의자 구속영장 신청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행정안전부 등 윗선 수사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서울서부지법 김유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5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총경)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경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영장을 기각했다.

다만 핼러윈 기간 인파가 몰릴 것을 우려한 보고서를 참사 직후 삭제하라고 지시한 의혹이 제기돼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김진호 전 용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장(경정)의 영장은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을 놓고 "현 단계에서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증거인멸과 도망할 우려에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다만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태원 사고 특수본은 지난 1일 이 전 서장 등 4명의 구속영장을 서울서부지검에 신청했다. 이들이 공무원 신분으로 도주 우려는 없지만, 증거인멸 우려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기간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측됐는데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참사 이후 현장에 늦게 도착해 늑장 대응한 혐의를 받는다. 송 전 실장은 참사 초기 현장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혐의를 받는다. 상황보고서상 이 전 서장 현장 도착 시간을 조작한 혐의도 있다.

이 전 서장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참사 직후부터 한 달 동안 진행된 특수본 수사의 근간이 흔들린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서장 등에 적용된 죄명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다.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 류미진 총경 등을 제외한 대부분 피의자에 적용된 죄명이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성립되려면 업무에 주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상해를 입히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결과가 있어야 한다. 이태원 참사 특성을 고려해 각 기관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는지 수사한 특수본 입장에서는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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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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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는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의 영장은 발부돼 그동안 집중해오던 보고서 삭제 의혹은 상당 부분 소명됐다. 박 전 부장은 김 전 과장에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규정대로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이러한 증거를 사용할 경우 성립된다. 타인을 교사해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시키면 교사죄가 성립된다. '감찰·압수수색'에 대비해 삭제하라고 지시한 대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전 서장 등의 과실치사·상 혐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경찰을 넘어 용산구청과 용산소방서 등 다른 기관 주요 피의자 구속영장을 신청하려던 특수본 계획은 차질이 생겼다. 경찰·소방·지방자치단체를 넘어 이를 아우르는 행정안전부에 대한 수사도 다소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지난 2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김광호 서울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행안부와 서울시 등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영장 기각으로 윤희근 경찰청장 등 지휘부 수사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수본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추가 수사를 거쳐 혐의를 입증해 주요 피의자를 검찰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대책반을 꾸린 서울서부지검 역시 보강수사를 통해 재판에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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